정호승님의 [의자]는 스물여섯편의 동화와 박항률님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정호승님 책의 삽화로 들어가기 시작한 박항률님의 그림을 보며
이제는 정호승하면 박항률, 박항률하면 정호승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정도로
’지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단짝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바람없는 바람이 부는 고요하고 선한 마음의 심상들.
두사람에 대한 느낌은 그렇다.
외면과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관찰할줄 아는 이의
따스한 마음과 이해심이 조금은 슬픈듯이 측은지심을 드러내며 표현된다.
’의자’라는 단어가 가진 제목처럼,
누군가를 온몸으로 받쳐야 하는 희생과 수고스러움으로
그 누군가를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빛내는 존재들이
때로는 작은 물고기로 때로는 작은 조약돌이나
동네 강아지들이 번쩍번쩍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고 가는 커다란 돌덩어리 등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 존재의 가치와 중요성,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품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쾅, 쾅.
자의든 타의든 나는 수많은 못을 박으며 살아간다.
상대방에게, 때로는 내 자신까지 상처입히며...
그 못을 박는 것도 빼는 것도 결국 자신의 몫이다.
’못자국’을 읽으며 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못자국들을 남기며 살았을까 하는
새삼스러운 후회를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속의 풍경들이 살아 움직이며 생각하고
눈물흘리고 웃으며 속삭이는 짤막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차암, 착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식상하기 쉬운것이 착한 이야기이고 또 아무나 써선 안되는 것이 착한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착하고 좋은 이야기는 누구나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며 늘 품고사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글에는 사람의 일생을 바꿀수도 있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아무리 착하고 좋은 이야기를 써도 그것이 가식으로 여겨지는 이가 있고
또 어떤이는 책을 읽으며 마음이 숙연해지고 어딘가 따끔따끔하게 아파지는 이가 있다.
그런면에서 종종 세상이 너무 어지럽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어느날 문득 내가 살고 있는 방법이 옳은 것일까 강한 의문이 들 때
정호승님의 글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의자]를 읽으며 이상하게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 자꾸만 생각났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나 느낌이 그냥 지차치기 쉬운 보잘것 없게 느껴질정도의
존재들의 가치와 귀함을 다룬 주제 때문일 것이다.
착한 이야기를 하고 살기 차암, 힘든 세상이다.
자칫, 식상하고 재미없게 취급당하기 쉬운 세상에서
꾸준하게 그 자리에서 자라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면 다시 싹을 틔우는 나무처럼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한결같이 자신의 글을 써온 작가에게 작은 박수를 보낸다.
책의 의자라는 단어가 주는 지친 삶의 휴식같은 편하고 따뜻한 글들이
조금 더 많은 상처입고 아픈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