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사람들,
빨간 수요일의 장미,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이 아닐까 싶다.
고소한 기름냄새와 살얼음이 동동 뜨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손성희 작가의 [전50]은 제목 그대로 50가지의 전의 이야기다.
전의 필수 요소 기름과 밀가루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일상과 특별한 날 두 파트로 나누어 전에 관한 레시피들이 실려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참 많은 레시피들이 떠돌아 다닌다.
잔치나 파티 음식엔 듣도 보도 못했던 요상한 재료들의 서양음식들과
와인들이 트랜드가 되었고 전은 왠지 토속족이고 투박한 음식처럼
뒷방마님이 된 것을 보며 좀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어린시절 우리집은 꼭 명절이 아니라도 한달에 한번씩 모이는 엄마들의 계모임이나
각종 어른들의 모임, 많은 나이차이가 나는 오빠친구들이 놀러오거나 하면
부침개를 지지고는 했다.
처음엔 엄마가 해준 반죽을 지지다가 어느덧 내가 반죽을 하고 지져내고
맛있게 잘먹었다고 천원씩, 만원씩 쥐어주시는 용돈은 꽤 쏠쏠한 재미였기에
은근히 집에 손님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는 했다.
덕분에 왠만한 재료와 밀가루만 있으면 꽤 칭찬듣는 다양한 전을 만들줄 안다.
그러한 나도 참 생소하고 이런것도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 싶은 몇가지 전들이 있었다.
무다시마전, 메밀묵전, 주꾸미탕탕이전, 육포전까지...
음식을 많이 만들어 보지 못한 초보는 다소 지나치게 심플한거 아닐까 싶은
간단하고 쉬운 설명이지만 식재료의 특성에 따라 전의 반죽과 농도를
조절 할 수 있을 정도만큼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고 깊은 맛을 주는 한정식처럼 짜여진 레시피이다.
각 전의 레시피에는 어울릴만한 여러 종류의 술들에 대해 말해준다.
당췌 술을 즐기는편은 아니지만 관심은 꽤 많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50]을 들춰보면서 입맛을 쩝쩝 다신다.
허르스름한 포장마차나 막걸리 가게에 앉아 먹는 지지미들도 맛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집에서 손맛나는 반죽을 해서
꾹꾹 눌러가며 지진 부침개를 젓가락으로 쭉쭉 찢어먹으며
친구들과 수다떨며 한 잔 하는게 최고다.
아, 술 생각난다.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