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종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냉정히 보자면 종교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이 구분되어야 함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단순히 이는 종교의 영역이므로 과학적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의존만 키울 뿐이다. 과학은 현실을 설명하는 영역에서, 종교는 심적위안과 안정을 가져다 주는 별도의 영역에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을 실어본다. 

'1인분 요리'라는 말을 들으면, 옛날 가마솥에 가득 넣고 밥을 하시던 우리 할머니들은 혀를 차실지도 모르겠다. 밥은 자고로 식구(食口-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부족한 듯 넘치게 먹어야 맛있는 법인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싶다. 우리야 그 변화의 한 복판에서 변화가 더 효율적이고 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한편으론 이런 책이 어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혼자먹기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무려 120가지의 혼자 밥상 요리법이 실려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 가족이 있어도 혼자 밥먹는 때가 많아진 시대. 혼자라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지금 내게 주어진 보약같은 시간을 대충 흘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역시나 저자도 그런 생각은 했지만 현대인에게 혼자 밥먹는 시간은 원하든 원치 않든 너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보기에도 맛깔스럽고 당장이라도 만들어 먹고 싶은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초반에 1인분 요리 계량의 법칙을 적어 놓았다. 이 부분은 1인용 식탁의 입문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페이지 같다.

 

 

그리고 책 표지에 나와 있으면서 혼자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게 되는 라면 요리에 눈이 간다. 역시나 한번은 해먹어 봐야지 하는 맘이 들지만 아직 실습은 못 해 봤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혼자보면 재미가 떨어지고, 신나는 일도 혼자 겪으면 흥미가 반감하듯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먹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가능하다면 누군가와 같이 먹길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문득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물론 걸인의 찬 치고는 너무 화려하긴 하지만 말이다. ^^

 

황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두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 질문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물음은 항상 알듯 모를듯한 답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답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면 깨달음이란 것이 도장 열 개 찍으면 공짜로 받는 커피 쿠폰이 되어 버릴 것이다. 답을 찾아보면 '뜰 앞의 잣나무'라는 알듯 모를듯한 말만 있다. 이건 뭔 소린가?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서 더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답을 '신'에게서 찾지 않고, '나'에게서 찾는 것이다. 때문에 스님들이 쓰시는 글들은 대부분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출 뿐, 나 외의 절대자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이 인문학의 정신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 '슬프고 웃긴 사진관'이라는 책이 한편으로 유치하면서 한편으로 쉽게만 읽히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답은 바로 현재에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그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무슨 질문을 하든지 그저 나는 뜰 앞의 잣나무에 눈이 내렸는지, 비가 내리는 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이는 절반의 성공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 눈앞에 벌어지는 일에 온 정신을 쏟을 때 비로소 깨달음의 길이 시작된다. 

과거로부터의 집착, 미래로부터의 걱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 바로 그것이 아잔 브람이 추구하고 우리에게 권하는 삶이다. 이는 최근 읽었던 박웅현의 '여덟 단어',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늑대' 등에서 이야기 하는 바와 매우 흡사하다. 인문학 서적들이 이러한 유사점을 띠는 것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지금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8장의 사진들

이 책에는 서른 여덟 장의 삶의 모습이 사진처럼 담겨있다. 이는 우리가 살면서 겪어보고 한번쯤 고민해봤을 내용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처한 비슷한 경우의 이야기만 찾아 답을 내듯 책을 읽으려 하는 자세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읽는 책이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교과서의 답을 찾아 내듯이 이 책을 일게 되면 이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 대신 각각의 상황에서 본질적인 저자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38장의 사진같은 장면으로 형식이 갖춰져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답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깨달음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세한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작은 감동 정도 일수도 있다. 

답은 있지만 답이 아니다

이야기가 교훈적인 면을 강조다하 보니 다소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가르침에 우리는 여전히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답은 우리 안에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물었을 때 우리가 처음 '잣나무'라는 말을 했다면 득도의 경지를 인정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제자 또한 같은 답을 했다면 그 답은 틀린 것이다.

이 책 또한 같다. 저자 아잔 브람이 주고자 했던 교훈이 적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이것은 다만 방향을 설정해준 것 뿐이지 답을 보여주는 책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답을 가지고 있지만, 답은 아닌 책'이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