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라는 골치 아픈 주제를 생각할 때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리는 단어는 바로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어떤 것을 얼마나 생산하고 어떤 값으로 팔 것인지, 그리고 생산자의 폭리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이 스스로 그러한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 즉 돈 벌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은 이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서 출발한다. 케인즈와 하이에크는 시장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케인즈는 정부의 개입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 시키고 경기를 부양하는 것으로 위기를 타계할 것을 주장했으며, 하이에크는 이와 반대로 정부의 개입이나 외압없이 자유스러움을 보장한다면 시장은 스스로 그 답을 찾을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코어는 1:1이다. 

전후 케인즈 경제학 전성기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은 20세기 초 1,2차 대전과 대공황을 겪는 동안 이뤄진 것이지만 여전히 어느것이 옳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의견이 엇갈린다. 케인즈가 1946년 사망하고 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 되면서 케인즈의 이론은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이를 통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30여 년 동안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된다. 시장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은 1960년대에 가면서 서서히 그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임금은 올랐으나 생산성이 전에 미치지 못하자 경제는 선순환 고리를 연결하지 못하고 균열을 발생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효수효 창출을 위한 각종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돈까지 찍어내자 인플레이션은 격화되었다. 이는 곧이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케인즈 경제학은 위기에 직면한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하이에크의 부활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된 하이에크의 이론은 '시장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왔다. 그는 언제나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전체주의는 불붙기 시작했음을 주장했다. 그의 이론을 전면에서 시행한 대표적 인물이 바로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영국의 대처 총리였다. 하이에크는 완전고용 정책을 포기하고 디플레이션 충격 요법과, 노사 관계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을 주장했다. 

이는 '신(neo)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의 출현을 가져왔다. 모든 것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최소한으로 룰만 유지해 주는 것으로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했으므로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세계 경제는 호황을 맞는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회안전망 해체' 조치는 노동자의 권한을 크게 약화 시키고 빈부의 격차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벌려 놓게 된다.  

점령하라

하이에크의 이론이 빛을 본 지 30여년 또 세계 경제는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경제 이론이라 하더라도 30~40년을 한계로 그 결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 자유주의가 득세한 후의 시장은 도덕성의 바닥을 보여줬다. 자본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았으며, 규칙은 점점 더 상위 계층에 유리하게 조작되었다. 점령 시위는 상위 1%를 제외한 99%의 목소리에서 시작됐으며, 신 자유주의의 발판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 책은 지난 백여년의 경제 흐름을 간략하고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 준다. 다른 경제 서적보다 얇긴 하지만 계획과 방임의 양 산맥의 흐름을 두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쉽게 풀어주었다. 아직도 우리는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양쪽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맞는 옷이 어떤 것인지 어울리는 배경은 무엇인지 가늠해 볼 뿐이다. 

    

긍정열풍을 불고 왔던 두 서적이다.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많은 이들에게 긍정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울러 부정하는 사람은 얼마나 나쁜 기운을 몰고 다니는 지 소개한 책이다. '긍정의 배신'은 제목에서 이미 느꼈겠지만 이런 책에서 시작된 우리 사회 긍정주의가 어떤 부정적 현상을 낳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부터 거부감

아마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제목부터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많은 이들은 백번 양보해서 긍정이라는 게 무의미 하다 한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보다 백번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이 가져오는 폐해와 사회적 스트레스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무한 긍정의 아이유가 될지, 무작정 부정의 수지가 될 지는 책을 읽고 판단하자. 

긍정의 힘이 병을 낫게 한다

그녀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본의 아니게(?) 긍정적 사고의 한 복판에 서게 되었다. 암에 걸렸거나 회복한 환자들은 모두 긍정적 사고를 의무처럼 갖고 있었으며, 부정적인 생각은 곧 생에 대한 의지 부재로 즉각 정신적으로 격리 되었다. 이는 그녀에게는 무척이나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히려 암에 걸린 것이 더 축복된 삶이며, 그 이후로 자신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신은 여전히 불행하다고 울상 짓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역시나 그녀에게는 괜한 비난과 과도한 설득이 뒤따라 몸은 더 우울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생각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많은 이들은 갸웃거릴 것이다. 전혀 그럴리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그 자체로 호의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이미 개인의 심적 호감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 저자가 긍정적인 생각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긍정적인 생각 때문에 분노와 공포라는 실체적 감정을 부정하고 쾌할함을 가장하기 때문에 위험요소를 감추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원인이 개인에게 돌아가다

암에 걸린 환자는 식이요법과 긍정적 사고, 용서와 이해로 일관했지만 병세는 나빠졌다. 이제 환자는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다. 내 마음 어느 한 부분에 불만이나 미움이 남아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이 치료법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는 종교가 신도에게 요구하는 부분과 흡사한데, 이 부분에서 책임 소재는 환자 자신에게 교묘하게 전이된다. 

 

이야기를 경제 위기로 확대시켜본다. 글로벌 위기를 몰고온 미국의 모기지 산업이 침체에 빠지기 직전인 2007년에 이들 업체들의 동기 유발 강사 요청은 20퍼센트 증가했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울상을 짓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억지로라도 웃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책임은 역시 기업에서 개인으로 전가 되었다.

어짜피 시스템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요건이므로, 스스로가 변하지 않는다면 살아날 수 없다는 사회적 압력이 시행되는 것이다. 시스템에 대한 반론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 이것은 바로 기득권 세력이 가장 원하는 한 가지일 것이다. 이를 긍정적 사고의 확산이 대신해 주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책을 덮고 책장에 꽂혀 있던 시크릿을 펼쳐본다. 과거에 내가 밑줄 그엇던 그 문구들의 긍정적 주문들이 과연 현실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 내 가슴에서 강한 임팩트로 존재하는 지 생각해본다. 이제 돌아보면 그러한 주문들은 읽을 때 반짝 머물렀다가, 힘든 순간엔 오히려 심적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답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양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일텐데 이런 결론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져서 책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이 책은 소설이다. 그 말은 곧 이 책은 야구의 규정을 설명하거나 경기장의 규격을 말해주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유추해 볼 수 있는 충분한 답은 '야구'처럼 생긴 '인생'의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당구의 의외성, 탁구공의 역회전, 축구의 사회성처럼 모든 스포츠는 인생을 담고 있다. 

그중에 야구라니..

야구가 이 책의 소재인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결되는 이유는 너무 많다. 모두가 알다시피 야구는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시행한 3S정책의 대표적인 선봉주자이다. 광주 사람들은 야구에 열광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광주일고, 군산상고를 응원하는 마음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광주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는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가 일본만큼은 이기고 싶어하는 억울함과 처절함의 마음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타이거즈는 열악한 자본으로도 곧잘 우승을 이끌어 내며 그들의 한을 잠시나마 씻어줬다. 

주인공 사내는 어머니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광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생각한다. 박하사탕의 설경구 처럼.. 

'내 인생 이렇게 조진놈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는 5.18 당시 동생을 죽였던 계엄군 '염소'를 떠올린다. 그것은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복수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미루고 미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거둬줄 곳 없는 아들을 눈 앞에 둔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염소가 떠오른 것이다. 

승부의 중심은 복수

스포츠에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9회말 투아웃 만루에서도 져도 그만이고 이겨도 그만이라면, 7:8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타자가 쳐도 그만 안쳐도 그만이라면 그것은 그냥 장난일 뿐이다. 어떻게든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그 순간부터 진정한 승부인 것이다. 지역감정은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었지만 어찌됐건 타이거즈는 라이온스를 이겨야만 했다. 그것은 이기고 싶은 맘이 아닌, 처절한 절박함이었다. 

사내는 염소를 찾아내서 죽여야만 했다. 그걸로서 그의 스토리는 완성되는 것이다. 한 번 받았으니 응당 다시 돌려줘야만 이야기는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30년을 미뤘지만 여전히 그를 가로막는 현실은 그의 편이 아니다. 

주사위, 칼.. 그리고 청산가리

그가 길을 떠나면서 챙긴 세 개의 물건. 주사위, 칼, 청산가리... 어찌보면 칼과 청산가리는 연결이 되지만 주사위는 좀 의외다. 어떤 조합일까. 

이 세 개의 조합은 바로 '죽음'과 직결되어 있다. 

주사위는 과거에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복수의 상징물이다. 칼은 당연히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당시 계엄군이었던 염소의 죽음을 가져올 것이며, 청산가리는 마침내 동생의 복수를 마친 내가 취할 죽음의 종류를 알려준다. 그는 염소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서울로 올라간다. 

야구는 결국 홈(home)으로 돌아오는 경기

그의 염소를 찾기위한 여정은 어색한 관계인 아들과의 동행 때문에 복잡성을 띤다. 다소 자폐의 성향이 있는 그의 아들은 노란색에 집착하며, 지도를 비정상적으로 잘 보고, 시간을 과할정도로 정확하게 지킨다. 결국은 9회가 끝나야 야구는 종료되지만, 중요한 것은 1회부터 8회까지를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그래서 작가는 아들과 한 팀이 되어 싸우는 사내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부자는 잠실야구장에 들어선다. 그들은 1루를 돌았고, 2루를 밟았으며, 3루를 찍고 홈으로 기어들어가는 중이다. 그 목적이 주심을 방망이로 때려 눕히는 것인지, 상대 투수를 공으로 내리 찍는 것인지, 홈에 안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야구는 홈으로 들어가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