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당신이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달달한 책이 끌려 이 책 저 책 골라보던 중에 이 문구가 인상깊게 들어왔다. 제목은 '심야 치유 식당', 첫 장을 펼쳐보니 지난번에 읽었던 '도시 심리학'의 저자이더라. 심리 치유도서임이 분명하나, 저자가 의사의 입장에서 서술하는게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빌려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히 독자에게 다가간다. 주인공은 '노사이드'라는 식당 겸 술집 주인인 철수, 그가 동료들과 함께 각자의 고민이 있는 8명의 손님(?)를 받으면서 하나하나 내용이 진행된다.
우리 인간이 태초에 지구에 탄생하여 삶을 진행해온 시간에 비추어볼 때, 산업혁명 이후, 흔히 말하는 도시사회가 이룩된 것은 단지 몇 초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건 고작 130년 전이었다. 그전까지 지구의 밤이란 온통 암흑이었을 텐데, 적어도 지금은 그게 아니다 못해 휘황찬란하기까지 하다. 그만큼 현대사회의 발전속도는 엄청나다. 이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나 인지적으로 여기에 적응 또는 진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또한 급속히 증가한 인구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심리학적 문제를 들여다보는 기저 맥락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총 8명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징크스, 성공 지향,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의 갈등, 타인의 시선 인식, 공황장애 등등... 가지는 다 다르지만 결국 뿌리는 하나로 수렴된다. 자존감, 자신감, 있는 그대로의 자신 바라보기, 이상과 현실사이에서의 현명한 조화 또는 타협 등이 그것이다.
인간은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다고 한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만약 인류가 항상 행복에 도취가 되어 위험을 모르고 문제를 몰랐었더라면 험한 환경에서 멸종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언급한다. 뇌구조도 우리가 불행한 느낌을 받았을 때의 회로가 행복한 느낌을 받았을 때의 회로보다 더 빠르게 뇌로 전달된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들에는 역시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는 있다.
나름 신선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이렇게 소설의 형식을 빌려 책을 집필했다는게 신기했다. 약간의 과장된 서술이나 엉성한 연계방식이 있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었다. 다음 시리즈를 암시하는 듯한 복선이 '심야 치유 식당'이 단권이 아니라는걸 말해주기도 했다. 드문드문 의사인 저자가 극중 화자 철수의 입을 빌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한 문구도 있어, 그가 직업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갈등하는 측면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이곳을 찾아가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든 함께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