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선배나 선조들이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이미 고민해 보았을 것이고 그 해답을 찾아놨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 책을 발견하였다. ‘우린 잘 못 살고 있어’. 에리히가 하는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아동들이 성장하는 순서에는 3가지 단계가 있다. 첫번째는 어머니의 사랑, 두번째는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고 마지막은 스스로의 사랑을 추구한다. 거기서 난 아직 첫번째 단계인지도 모른다.

첫번째 사랑은 받고자 하는 사랑이다. 그래서 좀 더 사랑스러워 보이려 하고, 자신을 가꾸고, 좀더 높은 지위와 권력, 돈을 지님으로서 남들에게 더 이뻐 보이고자 하는 사랑. 여기서 자신의 행위는 별로 문제시 되지 않는다. 받고자 하는 사랑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인데, 이 사랑에서는 자신이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기 때문에 있으면 영광스런 축복이고 없으면 단지 고통일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사랑을 얻을 수 있는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카드가 상대편에게 넘어가 있는 사랑이다. 나의 행위는 사랑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두번째, 사랑은 조건부 사랑이다. 지금 부터의 사랑은 정의와 법의 칼을 지닌 아버지의 사랑이다. 소년이 지각을 가지면서 부터 이젠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데 이젠 자신의 선택 여지가 상당히 넓어졌다. 자신이 좋은 행동을 하면 아버지께 칭찬을 들을 수 있고,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아버지께 야단맞고 체벌을 받는다. 이 사랑 역시 자신이 카드를 전부 쥐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는 사랑이다.

세번째, 스스로를 사랑함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야지 진정한 사랑에 이를 수 있다. 앞에서 얘기한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을 자신의 가슴속에 가져와 자신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도 되는 사랑을 할 때만이 진정한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 카드는 자신에게로 모두 다 넘어왔다.

사랑은 받는 것도 아니고, 대상에 대한 고민도 아니고, 순간만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고 또한 의지이다. 어느 특별한 대상에게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데 핵심이 있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주는 행위로 인해 자신이 무엇을 받기를 원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주는 행위 자체로 자신이 줄 수 있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희열을 가지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쁨, 관심, 이해, 지식, 유머 , 슬픔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은 자신 안에 살아있는 것들의 표현이며 명시이다. 따라서 그는 생명을 줌으로써 타인을 부유하게 하고, 자신의 생동감을 강화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을 강화한다.

인터넷 블로그를 뒤적거리던 중, 우연히 발견한 대학생을 위한 추천 도서목록. 그중에서도 유난히 제목이 눈에 띄었던 '나의 토익 만점 수기'. 토익점수를 만드느랴 부랴부랴 3~4개월 토익만 열심히 팠던터라 뭔가 격하게 제목에 공감이 갔다. 마침 남산도서관에 갔더니 책이 있어 바로 빌려 보았다. 어떻게 '토익'을 소재로 소설을 쓸까? 첫 장을 펼치기 전까지 내내 궁금했는데, 목차를 보는 순간 익숙한 토익 시험 구성요소들이 등장하면서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토익 590점을 맞고 좌절하면서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한 마디라도 더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차, 우연히 마약밀거래에 참여하게 되면서 '스스로' 마약범에게 인질로 잡혀간다. 그가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목표는 오직 토익점수향상 뿐!

어학과는 별로 상관없을 듯한 일상생활들을 보내면서 그의 영어실력은 점차 쌓여간다. 어느 정도 공부 후 치룬 토익 모의고사, 그러나 점수는 805점. 주인공은 좌절하지면 마약범은 너의 영어실력은 이미 충분하다며 '도대체 어디까지 공부해야 만족할 것인지, 얼마나 공부해야 한국인의 자격이 있는 건지' 되래 묻는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내면과 아버지 그리고 마약범의 가족까지 소통이 확장되어 가지만, 그래도 역시 최종목적은 '토익'. 마지막에 일어난 한 방의 큰 사건은 정신없이 달려온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그러면서도 990점이라는 점수를 얻고 의기양양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그에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어찌보면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어느 영화에서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프리카에 영양과 이것들을 잡아먹는 사자가 있어. 근데 영양들에게 중요한건, 사자보다 빨리 뛰는게 아니라 같은 동료들보다 빨리 뛰는 거야. 그래야 안 잡혀 먹으니까'. 오늘 같은 경쟁사회를 이보다 더 적합하게 표현한 문구가 있을까?

앞으로만 나아가느라 정작 소중하게 뭔지 잊어버리고 애써 태연한척 미소를 짓는다. 우리를 대변하고 있는 주인공도 그렇고 우리 사회도 일종의 스펙이라는 겉치래를 넘어 스스로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쓸모'는 과연 어디 있는 걸까? 나는 지금도 찾고 있고, 앞으로도 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건 절대 100m 달리기처럼 1등과 꼴등을 순서대로 나누는 경쟁구도에서 발견하지는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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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충격, 약 10여년 전에 미국에서 정식으로 발매되어 역사를 지속해 오고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이패드 1이 우리나라에 출시되었던 시기였다. 헌데 아이패드는 일반 모니터와 비슷한 액정을 사용하여 장시간 책을 읽기에는 눈에 무리가 가는게 사실이다. 이에 반해 인터파크의 '비스킷'이나 교보문고 & 삼성전자의 '파피루스'는 전자잉크를 사용하여 눈의 부담을 줄이고 가격대를 다소 낮추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전자책에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사용자들은 얼마 안 되는 소위 '얼리어답터'분들이 대부분이다.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살짝 이른감이 있나보다. 인터파크의 '비스킷'도 판매실적이 좋지 않아 가격을 대폭 내렸으며, '파피루스'도 사실상 시장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상태라고 한다.

 

 저자인 일본 편집자(?)는 미국 전자책 시장, 현재 일본 출판계의 상황 그리고 이제는 거의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음악의 예를 들어가며 전자책의 미래를 진단했다. 이는 책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전자책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출판사가 큰 의미가 없어지므로 이제 저작권은 저자 스스로가 관리하고 인터넷상에 작품을 직접 판매한다. 일반 저자들도 쉽게 본인의 작품을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중간 과정이 없기 때문에 더 저렴해진다. 이제 출판사나 서점 등은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트렌드를 받아들여 변해야하는게 과제이고, 인쇄소나 제본소는 현재보다는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 저자는 진단한다.

 이러한 전자책의 여파가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적용이 될 지 궁금해진다. 일단 우리는 미국과 배경이 다르다. 미국은 땅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는 건 몇 몇 대도시에서만 수월하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해도 수령하는 기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 바로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전자책이 큰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땅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 방문이 수월한 편이다. 다음은 소비자의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 다 보자. 전자책 가격이 확실이히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그대로 독자들은 어느 정도 단말기라는 초기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책 구입량이 많아지면 많이 질수록 이것은 상쇄될 것이다. 감상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내 책장에 많은 책들이 있어 심리적 뿌듯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많은 것이다. 만약 전자책이라면 수많은 책들이 단말기 하나에 모두 저장이 가능하므로 이런 시각적 효과는 없을 것 이지만... 확실히 이동성은 좋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초기 디지털카메라 도입 때 필름카메라를 고수했던 일본 '후지'사는 이제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음반시장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지방에서 오프라인 CD매장을 찾아보기 힘든건 이미 옛날이야기고, 도서나 비디오 대여점도 인터넷의 확장으로 점점 축소되어 간다. 이러한 '받아들여야 만하는' 변화를 출판계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까? 책에서는 '맥락'의 강화, '360도 마케팅', 소셜미디어 활용 등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지만 이건 Tip로 느껴진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겠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오늘날 급격한 시장변화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하다. 애플, 아마존.. 때로는 변화의 속도가 무섭다.  단순히 돈을 위해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뛰는게 아니라면야,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적극 받아들이겠다. 책을 담아내는 매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 졌으면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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