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한비야님의 책 관련 인터뷰를 보았다. 거기서 재미있고 유쾌한책이라고 추천해 주신덕에, 복수전공신청때문에 학교도 방문할 겸 도서관에서 빌려왔다(하마터면 또 질러서 살뻔했다...). 뭐랄까, 이렇게 귀엽고 위트있는 소설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이후 처음인것 같다. 사실 자살과 관련된 소설로는 닉 혼비의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도 읽었는데 그 책은 소설에 집중할 수 없도록 스토리가 지저분해서 흥미를 붙이기 힘들었다.

소설 초반부 자살시도를 하려던 두사람이 우연치않게 서로를 구하게되며(?) 만난 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모아보려고 전국에 신문광고를 낸다. 세미나 참가형식으로 모인 그들은 서로 하소연도 하고 이야기도 털어놓으며 자살에 대해 말해보고 급기야 단체자살로 의견이 모아져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이 책의 본격적인 부분은 바로 그들이 자살여행을 떠나면서 부터 시작된다.  엉키고 설키고, 뒤죽박죽, 우왕좌왕한 그들의 여행, 과연 여행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핀란드에서 국민작가로 인정을 받는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삶과 죽음의 주제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그 속에 유머를 찾아내 표현하는 기술이 과연 남다르다(이런 해학적인 유머를 블랙코미디라고 한단다). 우리들은 우리자신들이 스스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론적인 위협을 받으면 심각한 공포와 불안을 격게되고 이것을 극복또는 회피하는 방어기재를 사용한다. 여기서 그들이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바로 회피이다. 하지만 이것을 누가 감히 우습다고 깔볼수 있을까?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격어보지 못하면 어떠한 사실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이 책의 인물들은 그들이 어려운 일들을 격어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있고, 서로 모여 이야기 함으로서 어느정도의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아마 이때부터 정신적 치유과정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산전수전과 각종 해프닝을 격으며 어느정도 유대감도 형성되었다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여행이라는 것은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그 동안 내가 심각하다고 여겼던 것이 제 3자의 눈으로 돌아보면 얼마나 작고 보잘것 없는것인가를 깨닫는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것도 중요하게 작용한것 같다. 결국 대부분의 인물들은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출발할 마음을 다지며 힘차게 발걸음을 다시 내딛는다(사고로 죽게된 사람도 있지만 ㅠ).

책 후반부 "자살자들은 죽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결론지었다"란 문장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변화를 이루었음을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준다. 사실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정작 죽음앞에 맞닥드리면 몸을 사리는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이게 나약한 것이라고 과연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의 대한 이해와 갈등과 모순을 감싸는 너그러움,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까지 마치 잘 어우러진 오케스트라를 듯는듯 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꼇다.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나도 모르던 감정의 복합체들이 타인의 경험과 행동으로 인해 자연으럽게 외부로 방출된것이다. 새로운 기분전환과 더불어 얻게된 교훈까지, 이래서 책을 읽는것 아니겠는가? 

이 책은 사실 출판사 광고물속에 들어있던것을 보고 재미있겠다, 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전에 한비야님께서 네이버에 선정한 추천도서에 이 책이 끼어있는걸 보고 괜찮겠구나 하며 최근에 구입한 책이다. 읽으며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도 간혹 나오고 '개인'에 주제를 맞추어 보다 각 유형별 상황을 통해 문제에 접근함으로서 해결방안을 내놓는다. 심리학 용어로 자기치유효과라는것, 이 책을 통해 얻을수도 있을것 같다.

책의 내용은 전부 유형학습을 하는것 처럼 상담내용을 주제별로 나누고(나, 가족, 친구, 직장, 사랑), 각 상황별로 저자가 코멘트하며 내용을 진행해 나간다. 처세술류의 책이 그렇듯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혹 자기자신과 관련된 문제만 보고싶다는 사람에게는 발췌해가며 읽어도 무리는없겠다. 모든 이야기가 결국 저자는 책의 주제를 '삶의 주도권을 나에게 맞추어라'라고 말하므로.. , 사실 우리는 서로 부대끼면서 살아가며 '남의 눈치'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누가 만들어 어떻게 전해지는지도 모르고 지키게되는 각종 관습이나 허례허식들, 공교육속에서 수 없이 강조되는 '올바른 삶'만보고 거기에 나를 맞추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주체성'이라는건 나도 잘 모르다가 1 ~ 2년전 부터 이것이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는걸 몇 권의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알게되었다. 이것은 정말 본인이 자각하고있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라 직접 실행에 옮기고 몸을 움직여보며 '내 스타일'을 파악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20대 초반에 내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 내용은 통쾌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하고 어떤면은 나랑 생각이 다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웨인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으며 정말 이 이기주의자는 행복할까?란 생각을 해보았는데, 몇 몇 부분에서는 이 책도 그렇다. 하지만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문제, 그냥 지나쳐왔던 문제 아니, 일상 생활속에서 '자기자신'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자각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번이 정이현의 다섯번째 책인것 같다. 처음 '달콤한 나의도시'를 읽고 그 문체에 반해 '오늘의 거짓말', '풍선/작별',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었다. 이 소설은 처음 08년 여름부터 약 1년간 교보문고에서 연재되었는데, 한 번에 다 소설을 느껴보고 싶어 1년동안 보고 싶은걸 꾸욱참았다. 정말 인내의 기간이었다. 마침내 연재가 종료된후 약 3개월 동안 작가의 탈고기간이 마친후 이번달 출판되었다.

 

이 책은 미스터리 드라마다. 5인 가족의 막내여자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각기 분산되어 살고있는 가족들이 아이를 찾기위해 자신과 타인을 돌아본다. 책 초반부에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성격이나 특징등 기타 세부적인면들을 들어내지 않아 조금 답답했다.  인물들이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 슬금슬금 사건전개를 하나가니 내심 '이 작가분이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란 생각을 해보며 미스터리를 쓰면서 의도적으로 이렇게 한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타일을 적용한것인지 생각해보았다. 극중인물들의 모습들은 결국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봐야 조금씩 감이 잡히고 미스터리 특성상 캐릭터의 완벽한 이해는 힘들었다. 사실 정이현 작가님이 극중인물의 세부적인 묘사까지 전부 해 독자의 상상력을 어느정도 묻어두게 만드는 작가는 아니지만 말이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일까. 그들은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니다. 같이 살기만 할뿐, 제 각각 생활방식이나 개인적 배경 심지어 직업까지 서로 모르고 관심조차 없다. 사건의 발단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유지의 실종'이라는 사건이 고요했던 수면위에 파동을 일으키며 그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도 그들은 서로 협조하기보다는 서로 자기의 방식으로 아이를 찾는데 바쁘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 정말 열심히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김상호'는 자신의 직업상 합법적인 선안으로 들어와 아이를 찾기가 힘들었다. 여기서 '사립탐정'과 '밍'씨는 가족들의 생활사를 간간히 보여주고 서로 역어주는 매개체로서 본의 아니게 작용을 한다. 서로 그어놓은 선안에서 "여기까지가 니가 올수 있고, 그 안으로는 내 영역이니 오지마" 라고 날카롭게 외치며 마치 칼로 벤듯한 가족들의 생활들이 문제였을까? 아님 내 한테 피해만 안오면 우린 서로 무관심해도 된다는 생각? 여기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가 생각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는 피할 수 없고 또한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가족이라는 영역까지 침범해 악영향을 미치고 들면 온 사회의 기반인 '가족'이 무너지는 것이고 그래서는 안된다라는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까?

끝에 가 다시 찾은 유지에게 가족끼리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책은 끝난다.

뭐랄까, 감은 온다. 그러나 너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