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점, 도서관에서만 접하는 책을 TV나 라디오에서 만나게되면 얼마나 반가울까? 몇 년전 시청률 부진으로 공중파에서 사라졌던 ’도서교양 프로그램’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힘입어 다시 방송이 시작되었다라는건 우리에게 희망과 같은 말이었다. 매주 새벽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보려고 졸린는 비벼가며 보았던 ’도서교양 프로그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본 ’책 읽는 밤’, ’낭독의 발견’, ’책 읽는 사람’ 등.. 

TV에서 방영하는 몇 가지 도서관련 프로그램을 알아보자.

’KBS 책 읽는 밤’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00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매주 다른 책을 선정하여 전문과 패널들의 토론과 방청객의 독서소감을 듣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시청자 참여가 크다는 것! 평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TV에 잠시나마 출현도 하며 좋은 추억거리를 만드는 1석 2조의 재미가 있다.

’KBS 낭독의 발견’

매주 월요일 00시 30분부터 방송이된다. 멀티미디어 시대인 만큼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감각에 호소하는 것은 어떨까? 그 감각은 다름 아닌 낭독으로 느끼는 제 3의 감각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소리를 내어 스스로 몸을 통하여 느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서 잊혀져가는 낭독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시, 소설, 수필 같은 문학적인 글 뿐 아니라 노랫말, 편지글, 사진집, 명언 등 주변에 있는 다양한 글들이 모두 낭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MBC 책 읽는 사람’

매주 화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약 15분 동안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 프로그램이 새벽에 배치된된 것에 비해 비교적 시청하기 수월하다. 어떤 책을 고를지, 어떤 책을 읽을지 각 분야에 유명한 인사가 나와 본인에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TV에서만 보았던 도서 프로그램 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참여하고자 위의 프로그램의 하나인 ’책 읽는 밤’에 방청을 다녀왔다. 책과 TV의 만남! 생생한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책읽는 밤’이라는 코너에 맞게
세트장 위가 별모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었었다.
마치, 은하수가 흘러가는 느낌.

바로 오늘 녹화할 책! 이름하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책은 영국인 작가님이 제 세계 2차 대전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영국령 건지섬’에서 일어난
사랑과 우정, 인간애, 전쟁의 참혹함들을 잘 표현한 편지체 형식의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많이 추천드리고 싶다.

 

발표자 분들은 미리 지정받고 짤막한 대본을 외우게 되는데,
이때 실제 리허설도 하게된다.

약 1시간 반동안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본인은 단순히 재밌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라고만 생각했는데
패널분들의 토론을 들어보니까
’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
역시 전문가분들의 눈썰미는 남다르다는걸 강하게 느꼈다.

 

TV에서만 멀찍하게 바라보다가 실제로 방송에 참여해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것, 그것을 방송으로 만들어 모두과 같이 토론하고 공유하고자 하는것,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함이 이렇게 다양하다라는 것을 직접 피부로 체험하였다.

보통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책을 최근 출간된 서적이나 그 시즌에 맞는 도서를 가지고 방송주제를 잡는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여행 및 추리와 관련된 서적들, 월드컵에는 축구와 관련된 서적들, 기타 기념일 들에 해당 테마와 관련된 책을 선정한다 그럼 여기서 기존에 소개되었던 몇 가지 도서에 대해 알아보자!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여행의기술] 中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등장시켜, 여행에 끌리게 되는 심리와 여행 도중 지나치는 장소들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휴가철인 요즘 꼭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


"좀 더 연구하고 더 고민해서 쓰면 안 될까?"
산장은 언제나 폭설로 고립되고, 외딴섬의 별장도 폭풍우로 늘 고립된다. 이런 식이라면 독자들도 곧 질려버릴 것이 뻔하다. 등장인물 역시 진절머리 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립시키면 용의자를 소수로 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내 독백을 옆에서 들었는지 덴카이치가 끼어들었다.
"외부인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성립 불가능한 범죄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선명히 어필할 수 있지요.
..한마디로 말해서 고립이라는 패턴은 작가 편의에 의해 자주 채택되는 거지요."
- [명탐정의 규칙] 中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의 작품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로 평가받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이다.  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12가지의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담은 소설.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패턴이 보여주는 상투성과 억지, 부자연스러움을 소설 안팎을 넘나들며 신랄하게 밝힌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유쾌한 추리소설!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다섯 명의 인부를 들이받으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이 생각이 옳다고 가정하자.) 필사적인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中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인생의 다양한 딜레마 속에서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정의란 무엇일까? 매년 천여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수강하는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정의론의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담은 책!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대 강의를 바탕으로 쓴 인문서이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근현대의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정치철학의 흐름을 따라가며 정의를 이해하는 이론들을 살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것이다.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탄생. 그러자 엘리자베스가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섰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총구가 바로 그녀의 얼굴을 겨누고 있었지만, 엘리자베스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총을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녀는 순찰대장에게 다가가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얼마나 엄청난 거짓말이었는지! “통행금지를 어기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는 건지 섬 문학회 모임에 참석했던 길인데, 오늘 저녁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독일식 정원」이라는 소설에 대한 토론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에 시간이 가는 것도 몰랐습니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에요― 혹시 당신도 읽어 보셨나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中

매리 앤 셰퍼, 애니 배로스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난 문학과 사랑, 그리고 우정! 제인 오스틴, 앤 브론테,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세계를 소설로 그려내다. 매리 앤 셰퍼, 애니 배로스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년 여 동안 독일의 점령 아래 있었던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담은 소설이다.(건지 섬 - 영국해협에 위치한 영국 왕실 자치령으로 채널제도에 속한 섬) 인기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소설의 주인공 줄리엣과 문학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만든 건지 섬 사람들이 펼쳐내는 역사와 문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놀이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면, 놀이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생각해보자. 게임이나 스포츠가 없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놀이 없는 세상에는 책, 영화, 예술, 음악, 농담, 드라마도 없다. 남녀 간의 시시덕거림, 쓸데없는 공상, 코미디, 아이러니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그런 세상은 살기에 끔찍한 곳일 것이다. 넓은 의미로 사람들을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놀이다. 나는 때때로 놀이를 산소에 비유한다. 우리 주위에 있지만, 잃기 전까지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고마움을 느끼지도 못한다. -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中

스튜어트 브라운과  크리스토퍼 본의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놀이는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며, 쉬지 않고 놀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책이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과 전 세계적 디자인 기업 IDEO의 회장이 강력 추천한 책!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에서 미국 최고의 놀이 행동 전문가인 저자는사실 놀이의 반대말은 ‘우울함depression’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놀이는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고,  21세기에 성공하고 싶다면,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플레이play’를 되찾으라고 말한다.



책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 한 번쯤 시간내서 TV 도서 프로그램을 보면 그 새로움과 신선함에 미쳐 깨닫지 못했던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읽었던, 평소에 좋아했던 책이 TV에 나왔을때 그 반가움이란! 책 또한 소통의 도구이다. 나 혼자만 읽을게 아니라, 여러사람과 같이 나누고 느끼며 읽을때 그 재미는 배가 된다. 자, 지금 리모컨을 들고 TV를 켜보시라! 당신에게 펼쳐지길 원해는 책이 지금 가슴설래이며 기다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황석영. 이 분의 책은 예전에 'mbc 책책책을 읽읍시다'에서 소개된 모랫말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 읽은 책이라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에 꽤 인상 깊게 읽었던 것 같다. 그 후에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을 보며 왠지 황석영작가님이 쓰신 책은 내용에 상관없이 일단 나오면 읽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책 역시 그렇다. 출간 되자마자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고, 도서관에서도 예약쟁취(?)가 일어났지만 운 좋게도 빠르게 손에 넣어 읽을 수 있었다.

 

황석영 작가님의 '강남몽'이 인터파크에서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 내심 반갑고 놀라운 마음으로 차례차례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어쩌다 한 번씩 놓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하면서  연재 따라 읽기는 포기하고 출간되면 다시 읽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는 교보문고에서 연재되었던 정이현 작가님의 '너는 모른다'도 마찬가지였다; 난 아무래도 한 번에 속 시원히 읽는 스타일이지 찔끔찔끔 보는 성격이 아닌 것 같다. 드디어 출간되어 감격의 재회를 한 '강남몽'! 연재 초창기 읽었던 앞부분이 마치 꿈처럼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특히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강남형성사를 재조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고 해야하나.. 가독성이 낮은 여러 부분은 나로 하여금 책을 쉬엄쉬엄 읽게 했다; 아무리 강남개발의 역사를 주요 모티브로 삼은 책이라지만 백과사전식 서술은 못내 아쉽다. A가 B을 만나고 B가 C를 만나 사건을 터트리다 D를 만나고, 이는 또 A와 연관되며 E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등 복잡하고 잔가지가 많은 전개라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이와 관련된 부문을 읽었을 때는 그냥 멍하니 훑어만 보고 페이지만 넘겼던 것 같다. 게다가 2장. 2장은 일제강점기과 광복 후의 강남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도 가독성이 떨어지는 요소가 많이 나타난다. 그 엄청난 수의 독립군 및 정치단체와 인물 그리고 사건들, 고등학교 때 역사계열을 선택해 그나마 배웠기에 망정이지 생판 모르는 사람이면 이게 도대체 뭔 말하는 건지 이해하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몇몇 부문은 마치 나열만 해놓은 연표를 보는 것 같았다. 한 가지 확실한건 그 만큼 황석영작가님이 엄청난 사전조사를 하였다는 것인데(자료의 방대함과 정확성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 부분은 높게 사지만 이를 잘 독자에게 다가가기 쉽게 녹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각각의 장마다 주인공과 사회/시간적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이 주인공들은 서로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며 강남, 크게는 한국에서 폼나게 살기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그리 밝은 계통의 이야기는 아니다. 재벌, 비리, 조직폭력배, 친일파, 사상범, 부정부패 등을 소재로 삼아 오늘날 강남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어둡게 재구성하였다. 어느 나라에서든 소위 지하조직이라는건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야쿠자라던가 미국의 갱, 이탈리아의 마피아 그리고 한국의 일명 조직폭력단 까지...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이 꼭 들어가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한민국이 성장해가며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했지만 내가 그것을 인정하고 보고 싶지 않으므로 애써 부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책장을 덮으며 황석영작가님의 이전 작품과는 다르게 약간 찝찝한 느낌을 받았다.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 난 선뜻 대답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소설이 실화가 아니라 대부분 픽션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어둡고 반사회적인 기반위에 쌓여진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고 싶다. 더불어 사는 삶, 아름다운 삶을 살기에도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