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삶을 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탄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의 눈을 보며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한다.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나란히 살고 있는 이웃이다. 1304호의 새댁과 1303호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그 새댁은 바로 나, 인사를 ... [글 전체보기]

	배우 한지혜와 ’다도’를 배워보는 시간
	배우 한지혜와 ’다도’를 배워보는 시간 - <마이페어 레이디>의 작가 한지혜와 함께하는 녹차 이야기 오래 전부터 인생을 보다 다채롭고 행복하게 ‘스펙 업’ 시키고자 남다른 열정을 품었다는 그녀, 배우 한지혜가 200일간의 자기 발전 프로젝트를 다룬 <마이 페어 레이디>를 출간하... [글 전체보기]

요즘 서점에 가보면 일본서적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기도 하고 같은 동양적 정서를 교류하는 탓인지 읽다보면 서양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종의 '공감'이라는 것이 와 닿는다. 너무나 많은 양의 도서에 번역되서인지 잘 모르는 작가 혹은 잘 모르는 출판사의 책은 왠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비록 처음 들어봤지만 책 분야의 유명한 파워블로거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출판사 또한 신뢰있는 브랜드라 망설이지 않고 손에 집었다. 그나저나 '문학동네'에서 외국계 추리소설도 출판하는지,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다.(부끄;)

 

책은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공통된 주제는 모두 다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일명 밀실살인이다. 밀실살인... 뭔가 매력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이미 수 많은 추리소설에서 다루어진 주제이기 때문에 약간 식상하지 않을까하고 읽기 전 조바심을 가졌다. 표지 디자인은 우선 합격! 책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으며 나름 소장하고 싶은 욕심도 나개한다.

'추리소설'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어떨까? 만화 책으로도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을 꽤 즐겨본 나로서는 추리소설의 '추'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나도 추리소설은 문학이라기 보다는 오락소설이라고 폄하하는 일련의 시선들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도서관에 갈 때 손에 올려논 책에서 추리소설은 조금 뒤로 빼놓고 왠지 인문서적을 앞에 놓게 되는 시선의식이랄까(-_-!) 추리소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소설들이 어떤 지식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문학적 성취감을 주는것도 아니니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보라고 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글쎄? 적어도 난 이 소설들이 주는 긴장감이나 반전, 삶에 대한 냉정한 혹은 따뜻한 시각을 좋아한다. 내가 이것을 좋아하면 그걸로 된거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 이 단편의 주인공인 명탐정은 보통의 명탐정이 아니다. 굉장히 현실 이라고나 할까?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점차 현실 풍파에 직면하면서, 추리를 하면서도 경찰과 협상을 하고 돈을 은연중에 요구한다. 이를 못 마땅해 하는 우리 명탐정의 조수(마치 셜록홈즈의 왓슨처럼 그를 보좌한다). 그들이 초대받은 저택에서 일련의 밀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조수는 열정적으로 조사에 임하지만 명탐정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시니컬하게 나온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바로 이런 이상과 현실에 갈등속에 있는 인물들을 중심에 내세움으로써 기존에 추리소설에 색다른 양념을 가했다. 결말은 무엇일까, 명탐정이 정말 태어났을까?

생존자, 1명 - 어느 일본 사이비 종교단체가 지하철에 폭탄테러를 한 후, 교황의 지시에 따라 무인도에 잠적한다. 그들은 교황이 자신을 구해줄거란 믿음아래 살아가지만 점차 부딧히는 현실을 그게 아니었다. 하나둘씩 원인 모르게 사람들이 죽어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섬에 정체불명의 다른 이가 있는것 같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굉장히 흡입력 있는 소설로 약 100P가량의 단편인데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현실에 있는 독자(소설 중간중간 신문기사로 사건의 경황을 알려준다)와 현실에서 은폐된 등장인물들, 누가 살인을 하고 누가 이 일들을 꾸몄는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궁금하게 한다. 무인도에 도착한 주인공들은 다 죽었다. 그러나 생존자는 1명이다. 어떻게 된 걸까, 그가 이 사건의 진범일까?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 이 책의 세번째 단편인 이번 작품은 앞의 단편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다. 대학시절 같이 탐정동아리였던 친구들을 서양식 대저택에 불러모아 추억도 되살릴겸 '추리극'을 같이 연기하자고 주인공이 제안한다. 친구들과 '추리극'을 하는 과정에 그들은 도저히 풀리지 않은 마술같은 사건과 미궁같은 이 수상한 저택 안에서 길을 잃고 만다. 주인공은 도대체 친구들을 왜 불렀을까, 정말 순수하게 '추리극'을 하고 싶어서 였을까? 이 책에서 가장 부드러운 분위기의 소설이라 비교적 차분하게 읽었지만 난 결말이 못 내 아쉬웠다. 추리소설가지고 현실성을 운운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솔직히 좀 과장된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건 나이가 먹어도 자신의 열정을 잃지 않고, 친구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다시 만난다는 사건의 배경!

 

정말 오랜만에 정통 추리소설을 읽은것 같다. 밀실트릭이며 무인도며 명탐정이며 등등...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요소를 뛰어난 작가의 기량으로 신선하게 재조명해 놓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자 찾아 보았는데 그 제목이 '시체를 사는 남자', 거기다 표지까지 너무 괴기스러워 그 책은 좀 나중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열대야에 잠 못드는 요즘, 에어컨도 없어 선풍기로 외로운 이 밤을 버티고 있는 나에게 한 캔의 시원한 청량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