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7권이 나왔다. 몇 년 전부터 한 권 한 권 조금씩 읽기 시작한 지식e 시리즈가 벌써 7권째가 되었다니, 왠지 시간이 흐른게 느껴진다. 일년에 한 권씩 책이 나오고 실제 방송은 지난 1월에 800회를 맞이 했다고 한다. 작년 6권 출간에는 운 좋게도 프로그램 제작진과의 만남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서 그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담당 PD교체 없이 그 동안 주욱 이어졌다고 하니 괜히 작년에 봤던 김한중 PD가 떠오른다. 친필 싸인도 받았었지! 책을 사랑하지만 그 만큼 도서관도 사랑하는 관계로 이번 책 역시 빌려보았다.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주변 도서관 몇 군데를 돌아보니 각 도서관에 특징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더라. 마포도서관은 가깝지만 사람이 많아 책을 구하기 힘들고, 남산과 용산도서관은 조금 멀지만 장서수도 많고 신간 구하기가 용이해 주로 찾는다.

각설하고 이번 책 역시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 많았다. 사실 지식e 시리즈는 나름에 컨셉에 있어 정치의 잘못된 부분을 꼬집고 기성서대의 위선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책을 읽으며 내가 몰랐던 사실을 깨달으며 충격에 휩싸이기도 하고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TV화면은 화려하게 장식하는 대중가요, 영화, 드라마 같은 환상이 아닌 현실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전자보다 더 마음이 따뜻해진다.

브라질 대통령 룰라, 고 박완서 선생님, 아프리카 최초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 시나리오 작가 고 최고은씨, 소방관 등등 인물을 다룬 테마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내가 7권까지 지식e 시리즈를 사수하며 읽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냄새가 아닐까 싶다. 세상을 이루고 바꾸는 것은 톡쏘는 탄산음료가 아닌 우리들이 흔하게 즐겨 마시는 보리차같은 사람들이다.

내가 사는 삶과 정치가 별개가 아님을 몇 년 전부터 피부로 느끼고 있다. 부끄럽지만 이번 4.11 국회의원 선거를 20대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했다. 투표에 결과가 어떻든, 평소 가지고 있었던 나의 가치관과 생각으로 조금이나마 주권을 행사했다는게 뿌듯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봄날이다. 바깥 창문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벗꽃들과 눈이 마주친다. 괜시리 아무걱정 없이 친구들과 부대끼며 지냈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그때보다 현실에 더 물들었지만 지금도 그리고 내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희망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년 전 EBS 다큐멘터리 인간의 두얼굴이 책으로 나왔을 때 너무나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그 후속편이 나온 것을 보고 그 길로 도서관에 가 빌렸다. 이미 TV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전환시킨 것이라 사진이 많고 설명도 쉬워 출퇴근길에 금방금방 읽었다. 이번 후속편의 주요주제는 바로 ‘착각’이다. 인간은 모두 착각을 하고 산다. 착각이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착각의 실체를 우리가 잘 파악한다면 나와 상대방을 좀 더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인간이 로봇처럼 완벽하지 않고 이에 따라 때때로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는 사실,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LA폭동의 전초전이 된 두순자씨 사건은 작은 착각이 불러일으킨 비극이었다. 한인타운 마트에 16세의 흑인소녀가 오렌지 주스를 사러온다. 계산대에 손을 얹는 순간 가게 주인은 흉기를 든 강도로 오인하고 총을 쏜다. 흑인에게 자주 피해를 봤던 그녀의 경험이 만든 착각 때문이었다. 편향된 인식이 소녀의 다른 손에 든 지폐를 보지 못하고 강도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착각의 부정적인 면이 만들어 낸 엄청난 결과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착각은 편견과 고정관념의 형태로 표현된다. 인종의 차별, 부와 가난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 여성과 남성을 대하는 인식의 불평등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착각에는 다른 순기능도 있다. 우리의 뇌는 착각을 인지하는 기능이 없다. 착각하는 것을 사실로 믿는다. 긍정적인 착각이 삶의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을 통해 살펴보자. 잘린 손가락이 자랄 거라고 착각하는 아이들, 그 착각은 또 다른 희망으로 바뀌고 새로운 결과를 만든다. 사람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긍정적인 착각은 위기의 순간에 도움의 손길이 되고 재난에서 벗어나는 힘이 된다. 그런 착각 덕분에 태안에 유출된 기름을 수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닦아냈고마침내 바다는 깨끗해졌다. 플라시보 효과와 피그말리온 효과는 이미 유명한지 오래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기애도 종종 착각을 만들어낸다. 사람은 자신의 불합리함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착각을 끝까지 사실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긍정적인 착각은 훈련이 가능하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긍적적인 언어습관을 갖는 것이 방법이다. 긍정적인 착각은 자기암시와 통제에 유용하며 많은 경우에 삶의 질과 행복향상에 도움을 준다. 물론 모든 긍정적인 착각역시 착각의 일부이기 때문에 종종 상황에 맞지 않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중요한건 앞에서 언급한대로 착각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와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은 뿌듯하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를 소파에 편히 누워서 그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저자인 정도언씨는 독자와 대화를 끌어내는 듯한 문체를 통해 재미있는 말투와 명확한 용어로 스스로의 모습을 찾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용어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상담을 하듯이 프로이트의 학문적 용어를 설명하여 주고 있다. 이드, 자아, 초자아 이 세 가지가 우리의 생각 속에 혼재되어 우리를 지배하고 이 세가지중 한 가지가 우세하게 되면 우리는 그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정도언 현 정신과 의사는 이 부분에서 항상 상담자의 마음과 몸이 다치지 않는 행동을 하기를 원한다.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이 가능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부정적 방어기제가 표출되지 않기 위한 우리의 생각은 이드, 자아, 초자아의 혼재 속에서 어떤 것이 상담자 즉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생각 속에서 끌어내어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판단의 맨 밑바닥에는 무의식이라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무의식은 자신도 모르는 아니 알고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의 욕구나 열망이 숨어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그 것을 치유하고 어루만져 주어야만 이드, 자아, 초자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불안, 공황, 공포가 나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이라면, 아군이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page97

저자는 위의 글을 말하면서 불안, 공황, 공포가 어떻게 나에게 발전적인 나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부정적으로 떨쳐 버리려 했던 것들을 긍정적인 방어기제를 이용하여 나를 발전시키고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나를 알아가는 일에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에 대하여 항상 궁금해한다. 공격적인 면이 있으면, 방어적인 것도 있는 것 같고, 어떤 때는 매우 사교적인 듯하지만 때론 내성적으로 변하는 나에 대한 궁금증.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누가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하고 지켜나갈 것인지가 자신에 대한 만족의 수위를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부정하고 싶었던 일들이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 그리고 부정적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나와 나의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던 일들까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책 읽는 내내 즐겁고,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조금은 낳아 질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도 지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