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소설집으로 처음 알게 된 김연수 작가, 비록 그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기회가 닿아 드디어 그의 작품을 접해볼 수 있었다. 무심코 남산도서관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다가 제목과 소개가 끌려서 정독했다. 한 번 자리에 앉아 주욱 읽은게 아니라 출퇴근시간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다보니 내용연결에 틈새가 생겨 중간중간 이야기 진행에 막히는 부분도 있었다. 리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중간중간 책을 다시 훑어보게 된다. 역시 출퇴근시간에는 단편소설이나 기타 교양서적이 제격인 듯.

전체적으로 감성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건진행’보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시대상 반영에 더욱 공을 들인 작가의 흔적이 느껴진다. 읽으면서 어쩌면 소설의 주인공은 정훈이 라기 보다는 그 시대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만큼 배경의 비중이 강하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들, 책에서만 틈틈이 알게 된 사건들을 소설의 형식을 통해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사실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는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잘 모르겠다. 작품해설이 있으면 좋으련만... 정훈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라는 특성이 소설에서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가가 소설 초반부를 4회 연재한 후 3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새롭게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하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초창기 때 생각했건 플롯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지 않았나 싶다. 70,80년대 자유를 억압했던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자칫 진부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지만, 김연수 작가 특유의 세계관으로 재 창조해낸 것에서 나름 나만의 큰 의미를 둔다.

‘빅뱅’이 만든 모든 앨범을 좋아하는 팬 층이 있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니, 어쩌면 후자가 더 다수일 지도 모른다. 김연수라는 유명한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에서 감동을 느낀 작품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정말 좋아하지만 감성적인 분위기가 강한 소설에서는 쥐약인 나 로써는 살짝 붕뜬 느낌을 없지 않아 받았다. 주인공인 정훈이가 자신의 초능력이나 집안의 배경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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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이어 드디어 김제동의 인터뷰 모음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그도 밝혔듯,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방송을 일부 그만두게 된 것 때문에 여유가 생겨 가능했던 일이라 한다. 15명의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펼쳐진다.

안철수 교수, 박경철 원장, 문재인 의원, 가수 이효리 등.. 그들의 이야기에서 사람냄새가 풍겨지는 부분이 많아 더욱 정감이 갔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현 우리 사회에 결핍되어 있는 소통과 공감, 화합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보너스이다. 그의 담화는 간략하고 명쾌하다. 물론 책 한권에 15명의 기록들을 담다보니 속 깊은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행동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 각자 나름대로의 인생사를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나는 과연 이 사회에 대해 얼마만큼 고민하고 결핍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해 한 번 쯤 돌아보게 만든다. 세상 사람들의 모든 입가에 웃음을 채우고 싶어하는 그의 목표가, 그의 진정성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제동의 바램과 나의 바램, 그리고 사회의 바램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요즘 들어 즐겨보는 ‘sbs 힐링캠프’에서 보는 김제동이 왠지 그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느끼는건 나 뿐일까? 김제동의 주옥같은 어록이 많지만,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따기 위해 세잎 클로버를 밟는다. 세잎 클로버 꽃말이 행복이다. 행운을 잡기 위해 수많은 행복을 짓뭉개는 것이다" 라든지,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내 아이의 친구도 행복해져야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가슴과 울리는 듯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철학에 대한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 다양한 철학을 접하고 싶은 인문학 입문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물론 그러한 이유로 나 역시 이 책을 선택했다. 각각 꼭지마다 철학자와 그의 사상을 소개하며, 우리가 일상사에서 철학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즐거움, 고통, 관계, 사회에 대해서 스스로 삶을 어떤 방법으로 혹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사색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준다.

독특한 관점과 단어로 설명해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철학은 우리의 삶을 어떤 방법으로 풍요롭게 살아내느냐에 따른 방법을 탐구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철학은 우리에게 다양한 관점에서의 인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살면서 크고 작은 역경을 겪기 마련인데, 이 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그 고통과 괴로움이 자양분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내 마음과 같은 파장을 가지고 있어 뭔가 울림을 주는 책을 만나면 그 고통의 시간이 마냥 고통이기만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문학에서는 우리가 이미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을 새롭게 전달해주기 위해서, ‘낯설게 하기’를 시도한다. 이는 철학도 매한가다. 예를 들어, 광학이란 학문은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을 근본적으로 낯설게 만들면서 출현했는데, 이것을 바슐라르는 ‘인식론적 단절’로 표현했다. 이런 단절에는 실제적이지 못한, 허구적이고 종교적인 세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우리는 현실 가능한 세계만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런 단절 덕분에 인간에게는 동물과는 다르게 역사가 존재할 수 있었고, 역사는 역동적인 생성과 창조만을 존재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단초를 얻는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 나와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우리가 아닌 다른 관찰자가 되고, 그만큼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다양한 서적을 통해 그리고 실생활의 사례를 통해, 철학자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인문학적 접근성을 나타내고 있어 더욱 의미있던 책이었다. 자신의 생각, 행동, 습관 그리고 내면 등을 인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파헤칠 수 있다니 얼마나 흥미로운 학문인지... 앞으로도 다양한 인문학적 서적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