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W>, 들어본 적은 있지만 늦게까지 TV를 보지 않아 나에게 그리 존재감은 없었다. 최근에 주변 친구에게 이 책이 재미있다는 말을 들어 우연치 않게 빌리게 되었는데 방영한지 꽤 된 프로그램인지 2권까지 나왔다. '국제 시사'는 인터넷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터넷 뉴스에 애정(?)이 없는 관계로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TV 프로그램 보다 인터넷 뉴스보다, 지식전달과 감성전달에 있어서 책이 더 끌리는 이유는 바로 책에서는 행간의 의미를 상상하고 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책에 전반적인 느낌은 <ebs 지식 e 시리즈>와 비슷하다. 그보다는 시사 전문 프로그램이라 뉴스의 성격과 사회 고발적 형식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국제 시사'라는 것, 언뜻 보면 괜히 어렵게만 느껴지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일듯 하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이 무제한 개방되고 거리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만큼, 우리는 주변 환경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단지 나에게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타인의 불행을 모른 채 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는, '세계 시민' 이라는 전  지구적 관점에 있어 상당히 퇴보된 행위이다. 지금 이 순간도, 지구 어디에선가는 사람들이 희망에 들떠있기도 폭력과 억압에 좌절하고 있기도 하다. 조금만 더 관심을 내어 이제 우리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수 많은 방송편에서 화두가 된 19가지의 테마를 책 속에 담았다. '과연 이 일이 21세기도 일어나는 일인가!?'라는 충격부터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구나'하는 가슴 뿌듯한 이야기까지 종횡무진 세계를 달려간다. 문제점들은 결국 '부익부 빈익빈', 여기서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내가 하는 것은 당연하고, 네가 하는 것은 이상한 행위'라는 자기 이기적인 논리가 문제의 뿌리이다. 캄보디아의 무주택자, 이집트와 필리핀의 수입 농산물, 스리랑카와 이탈리아의 사라진 공정언론문제 등은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도대체 그 부패한 기득권층은 무엇을 더 가지기 위해 이러한 위조와 폭력을 일삼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적어도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정말 비명을 지를 정도로 행복한 사람들이란걸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무엇이 그들의 삶을 송두리채 뒤 흔들어 놓는가? 이 끝없는 질문 속에서 세계시민으로 적어도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 책은 알려준다.

난 사실, 다른 사람들이 힘들거나 아픈 상황에 놓여있는 것을 보면 감정이입이 금방돼어 나까지 우울해진다. 그래서 전쟁과 기아같은 참혹한 사건들을 보면 눈을 잘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치만 '지식 e시리즈'나 한비야 선생님의 책을 읽게되면서 점차 국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현재 굿네이버스라는 단체에 매달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내가 그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멀리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위안해주고 싶어서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다른 누군가를 돕는 모습'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던 동물이던 자연환경이던 간에,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이가 웃고 행복해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따뜻한 일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번지고 번져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사는 이유가 아닐까?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이다.

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공중그네'와 '인더풀'이 전부였다. 꽤 오래전에 읽어본 것 같은데, 그 당시 기억으로 이야기가 좀 가벼워서 그가 이런 류의 작가인줄 알고 다음 작품들은 보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우연히 청춘소설을 검색하다가 '스무 살, 도쿄' 이 책이 유난히 많이 나오길래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책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 작가의 또 다른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실 현재로 따지면 옛날 인물이다. 아마 지금쯤 기성세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스무 살을 맞이한 주인공이 90년대까지 약 10여년 동안 살아왔던 20대의 삶 한 토막 한 토막을 보여준다. 구성은 재미있다. 총 6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지는데, 어느 특정한 하루의 이야기를 1년 혹은 3~4년의 시간차를 두면서 띄엄띄엄 소개한다. 중간 중간에 시간차이가 많이 나므로, 독자로 하여금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자아내게 한다. 촌구석 이라는 나고야를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은 무작정 도쿄로 이사해 먼저 대학 재수를 시작한다. 도쿄 상경기 부터 시작해서 대학생활, 직장생활 및 독립 이야기들을 줄줄이 풀어놓으며 그의 청춘을 펼쳐놓는다. 80년대 청춘을 보냈던 주인공이라 지금과는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들이 고민하고 부딪치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소개되는 '존레논의 죽음'이라던가 '베를린장벽 붕괴'들은 그 시간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생생함을 더해준다.

나의 스무 살은 어떠했을까? 대학에 처음 들어왔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각자의 대학으로 가 한 번 얼굴을 볼라고 하면 날을 잡아야했다. 신입생 환영회라 하며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행사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열심히 보아의 '마이 네임'춤을 날마다 연습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 때는 얼마나 나름 진지했는지... 맨 처음 서울에 올라갔을때, 지방에서 올라온 티를 내지 않으려고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타기위해 노력했다. 노선도는 이미 핸드폰으로 숙지했고 교통카드는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뭐 결국 한번은 교통카드를 찍었는데 통과는 그 옆의 문으로 하려고 해 난감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좌충우돌 부딪히며 진짜 내가 누구고,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것을 할 때 기뻐하는지 알기위해 노력하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뿌듯했던일, 당황했던일, 행복했던일, 상처를 주고 받았던일 등 들이 모이고 모여 나의 한 구석을 자랑스럽게 장식한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라는 책의 표제문구처럼 나는 나의 특권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 젊음이라는 것이 단지 20대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30대 40대도 충분이 젊음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과 성장한다는 것은 서로 같은 말일까? 그러나 왠지 전자에는 인생의 어두운 면까지 알아간다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러한 면에서 성장도 하는 동시에 어른이 되어간다. 피할 수 없는 것도 잘 안다. 세상에는 분명 빛과 어둠이 공존하면서 그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더 두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 그리고, 스스로 느끼는 자존감의 정도가 달라진다. 빛만 안다고 해서 또 그렇다고 어둠만 안다고 해서 성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 만 가지 선택과 갈림길 속에서, '과연 난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생각을 주인공과 함께 웃고 즐기며 생각해보게 하는 '스무 살, 도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