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흔적을, 흔적은 향수를 부른다
	학창시절 적어내려 갔던 일기를 뒤적거려 볼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백 원짜리 불량과자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10여 년 전 다녀갔던 극장의 영화표를 책장 한 귀퉁이에서 발견할 때. 이 순간들은 내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우리의 삶 순간순간마다 제법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추억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들은 ... [글 전체보기]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도 사람이지만, 가장 악한 것도 사람이다. 이 책은 군대에 있을때 1년에 두번씩 배급되는 도서세트에 포함되어있어 알게 되었다. 섬뜩한 빨간표지에 암울한 제목 그리고 2차 세계대전당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해서 괜히 군대와 오버랩될까봐 읽지 않았다. 당시 이 책을 군부대에 주는 이유가 무얼까하고 삐딱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책에서 나온 수용소는 군대요, 이 이야기는 희망을 다루고 있으니 결국 군생활하는 장병들에게 ’너희도 이것처럼 희망을 가지고 2년을 버텨라’란 메세지를 주는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후 오늘날, 소문의 소문들 듣고 의심에 생각을 담아 읽어본 이 책은 내가 2년전에 했던 생각이 오판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로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나치장교의 손가락 하나에 막사와 가스실이라는 생사가 달렸고, 여러차례 ’선택작업’이 끝에 일단은 수용소의 노동자로 살아남게 된다. 하루에 먹는 음식이라고는 멀건스프에 한 조각 빵, 누더기 하나로 1년을 버티고 신발이 없어 한 겨울의 땅을 맨발로 걸어가야 되는 그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웠던건 다름 아닌 ’카포’였다. ’카포’란 수용자들 중에서 가장 악랄하고 거친 이를 선발해 그들을 관리인으로 키워, 수감자를 대신 관리시키는 직책을 말한다. 카포들은 나치대원들보다 더 잔혹하게 사람들을 다루었고 마치 짐승대하듯 채찍질을 했다고 저자는 담담하게 회상한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가희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이 사람 말고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참혹하다. 매일같이 선택작업이 벌어지고 가스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매우 강하다는, 그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결코 바라지 않았던 경험의 기회를 전쟁은 제공했다. 수용소의 들어간 사람들중 생존자는 겨우 5%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들은 선별작업에 있어서도 운이 따랐지만, 전쟁이 끝날 때 까지 결코 버리지 않았던 희망과 인생에 의미에 모든 것을 걸며 삶을 지속했다. ’수용소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잇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책 120P)’ 아무것도 선택할 것이 없던 상황에서도 그들은 선택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였다는 그 자긍심과 자존감이 영혼의 자유를 선물한 셈이다. 똑같이 아프고, 울부짓고, 악몽을 꾸는 편이 차라리 낳았던 환경 속에서, 이 처럼 깊은 생각과 ’로고테라피’라는 정신적 사유가 탄생했다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 같아 감탄스럽다. 내 고등학교시절 한 한국의 선교사가 중동에서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석방시켜달라고 온몸을 다해 애원을 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이를 본 내 고등학교 선생님은 선교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냐라 가볍게 비판했는데, 난 오히려 이 말에 더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건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어떻게 그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을 욕할수가 있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생명은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수용소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희망이 없어서 혹은 의지를 상실해서라는 이유로 정의하는 것은 잔인하다. 그들의 어쩔 수 없었던 선택과 그 결과도 아프고 공감하고 존중하며 받아들인다.

  철학자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라 말했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명제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평생 동안 풀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시시각각 바뀌기도 하고, 잘 눈에 안 나타나주기도 하고, 그 의미가 내 모든 것을 바칠만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살아간다. 저자는 삶의 의미에 대하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마다 생각하라고 말한다. 요즘 심리학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로고테라피’도 이 의미 찾기의 과정이며 자기발견의 노력이다. 인생은 때때로 미로 속을 해매는것 같지만 나에게 희망을 주고 살아갈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이러한 일들과 경험 속에서 살아남았던, 그리고 그 희망과 철학을 전 세계에 전파했던 고 빅터 프랭클박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피로회복제 보다 효과 좋은 피로회복책
	바야흐로 완연한 가을이다. 급격히 줄어든 일조량으로 또는 일교차로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괜히 노곤해지고 머리에 녹이 슨 듯 뜻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이럴 때는 잠을 많이 자서 몸을 편안하게 해주든가, 아니면 맛있는 음식으로 살살 달래주든가, 아니면 책에 집중하여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해야 한다. 이런 날에는 특히 장시... [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