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 선생님과의 만남!  선생님의 대표작 <식객>은 총 27권으로 동아일보 및 쿡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연재를 진행하시다가, 올해 3월 작품을 마무리 하셨다. 또한 식객은 드라마 및 영화로도 제작되어 팬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에피소드 중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이야기만을 엄선해 엮은 베스트 작품집을 따로 출간하셨는데, 출간기념 독자와의 만남행사에 참여를 하게되어 들뜬 마음으로 참석을 하였다.

 

 

 

버스에 승차를 하고, 경기도 파주에 있는 '오두산 막국수'집으로 이동을 하였다. 이곳은 식객 12권에 소개되었던 곳으로, 막국수란 국수가 잘 끊겨 입에 대고 쓸어넣듯 막 먹는다고 해서 막국수라고 불렀다며 그 유래를 직접 설명해주셨다. 실제 이 맛집의 주인분은 풍채가 크시고 왕년에 한 주먹(?)하신 분이라고 하는데, 식객만화에서도 이를 소재로 다루어 쓰셨다고 한다.

 

 

기대했던 음식이 나오면서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먼저나온 두툼한 녹두전은 부드럽고 바삭해 빈속을 금방 따뜻하게 해주었다. 사장님은 돼지기름을 두른 번철에서 부쳐내는 것이 비법이라고 하시며 일반 식용유는 시간이 지나면 전이 굳어져 사용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한 번 맛을본 사람은 이를 다시 잊지못한다고 하는데, 이 담백한 맛에 반한 나도 '이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었구나'하는 감탄사를 밷었다.

 

 

새콤한 동치미와 아삭한 오이, 깔끔한 맛에 돼지고기 편육으로 고명을 얹은 물막국수. 그리고 다대기, 오이, 동치미, 잘게 썬 마른고기로 양념한 비빔막국수가 주 메뉴로 나왔다. 날씨도 춥고 칼칼한맛을 맛보고자 선택한 비빔막국수는 역시 내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한 그릇을 더 주문하게 만들었다. 식사하시며, '음식은 개인의 경험과 추억이 담기기 마련인데, 이를 공유하기 위해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구상했다’면서 식객의 의미를 말씀하시기도 했다.

 

 

식사 후, 약간의 쉬는 시간을 거치면서 바로 독자와의 간담회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허영만 선생님께서는 본인은 원래 시골출신으로 어렸을때는 등대지기가 꿈이었다고 하셨다. 1960년대 만화에도 검열이 시작되면서 원하지 않는 그림도 그리며 좌절도 많이했지만, 그 과정을 다 이겨내고 오늘날 한 가지일에 재능을 주시고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현재에 정말 감사한다고 겸손을 표현하셨다. 선생님은 ‘만화가’라는 직업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이 있으시며 사람들이 간혹  ‘화백’이라고 부를 때 오히려 민망하다고, 만화가라는 칭호도 충분히 가치있고 매력적인 말이다라고 언급하셨다.눈 여겨보고 있는 후배작가로는 양용선, 윤대호, 강풀이며 이 중에서도 강풀은 작품전체에 흐르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고 하셨다.

 

 

여러가지 질문들이 오고갔다. 한 학부모님께서 '요즘 아이들은 일본만화를 너무 좋아한다. 현실적으로 만화시장은 일본이 많이 자리를 잡고있는게 사실인데, 오늘날 우리만화의 상황과 전망을 어떻게 보고계시냐'라고 물어보았다. 허영만 선생님은 '일본만화는 재미있는게 사실이다. 나도 즐겨보는 만화(20세기 소년 등)와 좋아하는 일본 작가가 있다. 돈 값을 하는 만화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일단 정부의 지원과 원고료가 적은 실정이다. 식객만해도 문하생들과 함께 취재를 할때 드는 비용이 상당해 애를먹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나도 이러할진데, 다른 작가들은 어떠할까'라 토로하셨다. 날이 갈수록 출판계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주변에 있는 만화방과 비디오방도 많이 사라져간다. 게임과 인터넷에도 지면만화가 밀리는 시점에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트렌드는 우리가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하며, 웹툰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도 독자와 자주 만나야한다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예전에 3,4등 작가셨는데 이제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작가가 되셨는데 어떠한 소감이신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여기에 '지금은 사람없는 동산에 혼자있는 기분이다. 자연스럽게 내 경험과 작품이 녹아 이름이 알려진것 같다. 사실 예전에는 잡지나 신문에서 연재취소가 나지않기위해 기를쓰고 만화를 그렸는데, 그 당시 3,4위정도를 차지했지만 그것도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난 내 아이들에게 어디가서 1등하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그 과정에서 도를 텃기때문이다.'라며 독자들을 웃음짓게 하셨다. '날아라 슈퍼보드', '식객'중에 어느 작품에 더 애정이 있으시냐란 질문에는 판타지는 판타지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매력이 있다시며 모든 작품에 관심을 표현하셨다.

 

 

다음으로 '헤이리 예술마을'로 이동을 하였다. 이곳은 파주 통일동산지구에 있는 예술인들의 거주 공간 및 문화 공간으로, 15만평의 공간에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 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만든 예술특성마을이라 한다. 선생님의 앞으로 꿈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라 한다. 인기에 염두를 두고 만화를 그린다는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든 일이며, 힘쓸때까지 힘쓰되 일에 양을 조금 줄이며 국토를 여행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셨다.

 

 

허영만 선생님은 한국 대중문화의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있다. 이미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고, 또한 다수의 하위 문화가 계발되었다. 이 밖에도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나누시며, 사회적 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이고 만화계의 원로들을 챙기는 일에도 선뜻 나서고 있다. '허영만'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스토리 텔링의 가치가 최근 떠오르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우리 만화계가 다시 전성기를 맞았으면 싶다. 이러한 우리의 기대만큼, 허영만 선생님의 행보만큼 앞으로의 한국만화도 성장할것이다.

 

 

 

 

 

공지영 작가님을 처음 알게되었던건 10여년 전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봉순이 언니'를 소개받았을 때였다. 그때부터 주욱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함께 글로 나마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치유적 메세지와 가치관에 많은 공감을 하였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선생님은 제 3자의 시선에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 지리산으로 떠난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등단이후부터 지금까지 문단과 사회에 숫한 화제와 영향을 끼치신 공지영 작가님을 12월 14일 한 커피숍에서 만나게되었다.

 

 

 

약 1시간 전 미리 도착에 있었음에도 많은 참석자분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행사 진행요원분들께서 간담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행사 시작전에 받은 핫 초콜렛 한 잔, 영하에 날씨에 떨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면서 담담히 선생님을 기다렸다.

 

 

드디어 만남의 시간. 선생님은 왜 작가한테 말을 시키는 행사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한편으로 내심 독자와의 만남이 즐겁고 기뻐하시는 눈치였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출간하게된 계기와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시면서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같이 있는다는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내가 앞서가지 못하면 그것은 바로 뒤처진다는 의미로 양분화되는 현대 사회에 '그건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작게 그러나 강하게 전달하셨다. 우리를 평가하는 기준을 과연 누가 만들었으며, 그것에 왜 필요한지도 모른채 '학벌, 지연, 외모, 재력'등에 따라 휘둘리는 태도를 버리길 스스로,그리고 우리에게 원하셨다.

 

 

독자들이 미리 준비한 그리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받는 질문으로 만남이 진행되었다. 첫번째 질문은 영광스럽게도 본인이었다. '20대 대학생들의 진로설정과 방향'이라는 질문에 '나도 그 당시 수 많은 방황을 한 것같다. 가장 중요한건 결과를 꼭 얻으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반드시 혼자서 내면의 마음가짐과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라 조언을 해주셨다. 뒤이은 많은 질문들속에 선생님은 마치 미리 답변을 준비하신 마냥(?) 거침없는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시며 독자와 공감과 소통을 이어가셨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하루에 책을 1권씩 읽는 다는 다독가라고 소개한 영상을 봤는데, 그래서 그런걸까 여러 책들을 독자들에게 대답을 하면서 권유하시기도 하였다. 논리적인 명확함과 사람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기저에 굳건히 깔려있는 선생님의 가치관이 놀라웠다.

 

 

존경하는 작가로는 국외로는 '토마스 만', 국내로는 '박경리'선생님이라고 하셨다. '여류작가'라는 말은 일제의 잔재라고 싫어하셨는데, 그 속에 여성작가는 '순수하고 여리고 가벼운 사랑이야기'밖에 못 쓰는 차별적인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공지영 선생님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보면서 그 분이 겪은 삶의 애환과 고통에 여성, 그리고 사람으로써 많은 생각과 느낌을 얻게되었고, 여성도 강하고 주제있는 글을 충분히 쓸 수 있다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공지영 선생님이 다른 작가들에 비해 정치적 메세지를 많이 전달하신다는 것을 안다. 이에 대해 어느 독자가 질문을 던졌는데, '소설을 비롯한 어느 글도 정치를 절대 비켜갈 수 없다. 최근 국회의 날치기 예산과 정부 무상급식을 폐지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준다는 것이 뭐 그리 힘든일일까? 정치에 대한 나의 관심이 내 작품들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전작 소설 '도가니'도 법과 정치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소설이다'라 하시며, 정치적 발언때문에 독자가 떠나간다해도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또한 돈이란 필수불가결한 삶의 요소라 하시며, 그것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돈을 직접 벌어보는 경험이 삶의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란 말씀을 덧붙이셨다.

 

 

여기서 선생님의 깜짝 발언! 평소에 남자들이 예쁜여자들을 처다보는 것을 않좋게 생각했던 선생님은, 지난 번 '우행시'가 영화화 되면서 주연배우인 강동원과 이나영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약 30분 ~ 1시간동안 이어졌던 식사자리에서 선생님은 내내 강동원한테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그 후 남자들의 심정을 알게되었다고....!!

 

 

많은 말이 오고갔다. 그리고 많은 생각과 의견들이 조화를 이루며 물 흐르듯 이어갔다. 행사를 마치며 느낀것은 선생님도 우리와 같이 수많은 감정,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는 사람이라는것. 삶에 대한 날카롭고 냉철한, 때로는 따뜻하고 위로적인 선생님의 작품들은 언제나 곁에서 우리를 응원한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백번 책으로 읽는것보다, 이렇게 직접 우리의 오감으로 직접 느끼는것이 때로는 더 감동적이다. 시대는 작가를 만들며, 작가는 독자를 만들며, 독자는 다시 시대를 이끈다.

 

 

공지영 선생님과 기념 함께 찰칵!!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게이고의 최근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더불어 소설 속 등장인물까지 유명해지면서, 당시 등장했던 물리학자 ’유가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른바 ’스핀오프’작품이다.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각각 범죄를 다루고 있으며 매 작품 물리학적인 지식을 살짝 가미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유가와’를 주인공으로 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는 이미 꽤 많이 출판되었는데, 직접 보게된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험기간에 머리도 식힐겸, ’하루에 한 편만 봐야지~’하는 심정으로 빌렸는데, 이게 괜걸.. 이틀만에 다 해치웠다. 덕분에 시험공부에 약간의 타격이....;

 

 사실 추리소설은 서평이라던가 독후감을 쓰기 약간 난감하다. 보통 추리류의 소설은 ’오락소설’정도로 인식되어 있다는건 논외로 쳐도, 보통의 ’문학’처럼 하나를 관통하는 큰 줄기가 있는 것이 드물며 사실 교훈적인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거장의 손길답게 놀라운 상상력과 기발함이 잘 녹아있으며, 책의 표지와 비슷한 분위기상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사건서술과 묘사가 이루어진다. 현실에서는 이런 과학적인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속에 등장인물 모두 각각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담담하게 치유과정을 거친 이도 있고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도 있다.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 혹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하는 그 군상이 마치 현미경을 통해 바라보듯 치밀하다. 우선, 추리소설 경력이 20년이 넘어가는 작가의 끊이지 않는 창조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작품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매너리즘 혹은 반복되는 이야기에 지치지 않을까 싶은데 매번 색다른 구조와 전개로 소설을 써나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쉰이 넘어가는 연세에 매년 꾸준히 4~5편 이상의 책을 출간하고 집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게 하늘이 내린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재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리소설은 언제나 인기가 식지 않는 스테디셀러인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일상에서는 보통 일어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릴과 반전,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까지... 보통 체험하기 힘든 ’제 3의 경험’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나와 먼 다른 세계 이야기, 인간의 숨겨진 어두운 모습, 혹은 성악설로 대변되는 본질적 악함까지 등 다양할 것이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교양서나 추천도서는 아닐 지라도, 개성있는 작가의 이갸기 한 편, 한 편에서 우리가 번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많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사람이다. 매 이야기 저변의 속사정을 알게 되어 피의자의 그런 심정이 이해가가긴 하지만, 적어도 괜찮다며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 방법이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그리고 현실상에 모든 탐정과 경찰들이 매번 그런 딜레마에 빠지겠지만, 모두가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사회적 합의안에서 함부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올 해 들어 세번째로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 내년에는 또 어떤 인연과 책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그의 어떤 책을 골라도 선정미스가 날 위험없는 신용보증작가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다 읽은 후, 무심코 맨 앞장을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 책은 故 OOO학생이 기증한 책입니다’라는 문구에 그의 기증에 고맙기도 하면서, 왠지 싱숭생숭했다. 다른 책도 아니고 추리소설을 읽은 탓이라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