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파란만장, 빈둥빈둥 1월을 보내고 난 후 어느덧 2월이다. 다음달이면 이제 4학년 1학기, 대학생활에 마지막 학년이 시작된다. 취업이라는 압박에 마음은 싱숭생숭, 머리는 어질어질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부딪쳐보는 수밖에...! 우연히 검색창에 취업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다가 이 소설을 발견했다. 전 나오키상 수상작가가 쓴 취업관련 소설이라니, 거기다 주인공들이 출판사나 언론쪽으로 진출한다는 내용이라 더 마음에 와 닿을것 같았다. 스무살을 부탁해... 보통 스무살은 대학 1학년일텐데? 란 의문을 품으며 첫 장을 넘겼다.

 일본 유명대학 '와세다 대학'이 아닌, '와시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그들은 3학년이 되는 해에 언론 및 출판을 목표로 이른바 취업스터디를 조직한다. 그들이 준비하는 그룹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작성, 시사상식, 인적성검사, 압박면접 등을 보면서 일본의 대학생들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들을 보았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이 우선 명문대 출신에 기본적인 스펙이나 배경들이 어느정도 깔려있다는 점에서 무엇인가 약간의 허구성이 느껴졌다. 현실이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위한 애달픈 노력, 이러저래 바쁜 시간을 보내며 많이 웃기도 많이 울기도 한다. 이미 취업에 성공한 선배를 찾아가 이런저런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실제 직장생활은 대학생때 상상하는 것보다 많이 다름을 알게된다. 그 과정에서 심리적충격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친구도 생기고, 빼어난 외모로 방송국 아니운서에 러브콜을 받는 친구도 생긴다. 70~80년대의 대학은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며 대학생은 모두 지성인이라는 꼬리표가 있었지만, 오늘날은 연구직이나 전공학문으로 진출할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취업활동에 전념하는게 현실이다.

 각종 대외활동이니, 스마트폰이니 하면서 캠퍼스 밖에 넓은 세상을 볼 기회도 많아지면서 동시에 준비해야 할 것도 늘었다. 이런 변화가 그리 어색하지 많은 않다. 실제로 재미도 있고 얻는것 또한 많다. 이 책의 결말은... 등장인물 모두 본인의 노력여부, 운, 배경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해피엔딩인것 같다. 이제 본격적인 4학년을 시작하는 나에게 필요한건 엔딩보다는 해피스타트이겠지!

 작년 3학년을 보내며 내 진로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었고, 몇 가지 행사를 참여해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분야를 알게되며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 적어도 지금은 경험주의! 딱딱한 전공서적에 어려운 수학기호 날아다니는 지식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삶을 보고 싶다. 또한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책 만한 것이 없으므로 이 또한 놓칠수 없다. 이번 1년,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어떤 것들을 해야될지 마치 안개처럼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그래도 기대된다. 그 기대를 가지고 출발해본다.

다양한 문학장르를 넘나들며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최신작이다. 책을 처음 펼친 때는 2010년 말이었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괜시리 싱숭생숭해지고, 내년에는, 앞으로는 어디로 나아가야할까 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기존에 읽고자 했던 책들이 손에 잡히지 않던 차,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오쿠다 히데오의 최신 출판책을 발견하고 '이거다!'를 외쳤다. 온라인 배송시간도 아까워 바로 집 앞 서점으로 달려나갔다. 책은 600여 페이지로 두툼하다. 작가의 말, 후기, 옮긴이의 말등 여타의 추가 페이지도 없이 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5명의 주인공, 5개의 이야기, 그러나 결국 문제는 하나.

 

그들이 사는 도시 '유메노'는 일본어 '유메'에서 따온 단어로 꿈의 도시를 의미한다. 인구가 별로 없는 3개의 군을 합병하며 하나의 작은 지방 현을 만든다. 신자유주의의 여파일까? 오늘날 우리 사회처럼 작은 시장이나 상점은 모두 문을 닫고, '드림타운'이라는 대형 할인마트가 도시 중앙에서 사람들을 흡수한다.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라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파트타임에 급급하고 있으며, 수입이 없는 사람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현내 복지담당자로 신청반려에 대한 원한을 사 목숨의 위협을 받는 공무원, 대학을 가기위해 힘쓰지만 어느 은둔형 외톨이에게 납치된 여고생, 23살 이혼남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며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 전직 폭주족, 마트 매장에 좀도둑을 적발하다가 사이비종교와 대면하게 된 주부, 내년 선거준비를 위해 암암리에 검은수법을 활용하다가 범죄의 한 복판에 놓여진 시의원. 애초에 사회가 문제였던걸까, 아니면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사람들이 문제였던걸까. 꿈의 도시 '유메노'에서 꿈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삐그덕 삐그덕 마찰음을 내며 굴러가는 시간의 바늘은 과연 어디를 가리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책의 본 제목은 '無理(이치가 없다)'로 한글 번역의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었는데, 원작이건 번역본이건 현대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파해친다는 점은 같다. 뚜렷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에 내가 읽었던 일본 문학의 특징인데, 이 책도 여지없이 그 후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맡긴다. 그것도 조금 거칠게.. 인물과 사회의 갈등들이 책에 후반부에 한꺼번에 몰아서 폭발해 버렸고, 그 잔해는 참혹할 만큼 어수선하다. 이런 결과를 만든 '어느 누군가'가 뚜렷히 있는게 아니라 책임을 따지기에도 그렇다고 회피하기도 애매하다. 그들이 꿈꾸었던 꿈의 도시는 반대로 '막장의 도시'가 되어 이 사건들이 한낱 꿈이기 만을 빌어본다.

 

흥행보증 작가에 희망스런 문구의 책이라 '연말에는 딱이다'란 생각에 읽어보았는데 웬걸, 누구라도 이런 도시는 가기 싫을 것이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고농도로 농축해 책에 풀어논 느낌이다. 사실 외면할 수는 없는 문제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책과 비슷한 이야기가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을테니까.. 씁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아플까봐 애써 외면해왔던 사실을 조금 알아버린 이 상황, 그치만 적어도 문제가 뭔지는 알았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인지 대략은 짐작이 간다. 문제를 알았다면 고치면 된다. 그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새로운 전환점이 될 2011년의 시작
	2010년이 지나가고, 2011년 새해가 밝았다. 1년 전, 2년 전 이맘때 늘 그래 왔듯 오늘도 새해 다짐을 하고, 새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들로 꽉꽉 채워나간다. 그리고 오늘 한 해는 지난해보다 더 알차고, 더 열정적인 한 해가 될 거라며 희망찬 파이팅을 외친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지 않아 연초의 계획들은 산산이 무너지고, 지난... [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