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책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학 4학년이라는 직업선택의 상황(?)과 호기심이 맞물여 이 책을 보았다. 총 23인의 현직 출판사 직원분들이 돌아가면서 쓴 편집자의 삶이 개성있게 글 속에 녹아있다. 우선, 각 출판사마다 발행하는 책과 기획의도가 달라 회사마다 편집자가 하는일이  모두 다르다. 어느 출판사는 교정/교열에 한정 짓기도 하고, 어느 출판사는 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온 생로병사의 진행을 관리한다. 그 과정에서 책을 팔기위해 온몸으로 뛰어야 하는 영업직도, 시각적으로 눈에 띄기위해 레이아웃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출판사는 총 2만개이며,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책이 쏟아지고있다. 출판사는 만들고 싶은 책이 아니라, 독자가 읽고 싶어하는 혹은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냉혹한 한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선 편집자는 저자를 발굴하거나 섭외해 글을 쓰게 하고, 그의 글이 만족스러울때까지 계속 수정에 수정을 반복한다. 오탈자 여부와 내/외지 디자인, 시장조사를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을 한 후 가제본을 찍는다. 책의 사이즈결정, 판본결정, 속지결정 등 모든 판단히 끝난후에 최종적으로 인쇄소에서 인쇄를 한 후 서점에 배부된다. 이제 독자의 평가가 시작된다. 보통 10만부가 넘으면 대박을 터트렸다고 하고, 1만부 판매로 소심하게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현재 우리 출판시장으로는 후자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책을 좋아해서 편집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어느 독자의 질문에 '편집자가 되지 말고 그냥 좋은 독자로 남아주세요'라는 어느 글쓴이의 대답이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수긍이간다. 그 분은 '출판도 자본주의의 시장이다, 팔리는 책이 살아남는다.'라며 현재 출판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이런 현실속에도 질 좋은책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맞는말이긴 하지만, 난 그분한테 '당신은 책이 좋아서 만드시나요? 아니면 만들어야 되니까 만드시나요?'라고 물어보고 싶다.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들이 독자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지만, 편집자가 책에 쏟는 열정과 애정은 고스란히 책에 담길것이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것! 그거면 충분하다.

 보다 책과 가까워진 느낌. 하나의 단행본도 마법처럼 뚝딱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영업, 마케팅, 서점 등 수많은 사람들을 걸쳐 만들어진다. 물론 이 요소들을 연결해주는 결절지에 있는것이 출판편집자라 나름의 많은 수고를 하시고, 한 권의 책이 나올때마다 마치 자식 낳는 기분이라고 하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겠다. 유명 작가분들도 편집자의 수정요구를 받으면 덜덜 떤다고 하시는데... 하긴 출판산업의 전방에서 독자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라 어느 순간에 '체크메이트!'를 외쳐야할지는 그분들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라 하겠다.

 

 작가가 전장의 장군이면 편집자는 그 뒤에서 전략을 짜주는 참모장이다. 가장 뛰어난 편집자는 작가를 드러내고, 자신은 보일듯 안보일듯 안보이게 책에 스며드는 사람이라한다. 이제껏 베일(?)에 가려 작가와 더 나아가 번역자만 유심히 봤지만, 이제부터는 책을 볼때 출판사와 편집인까지 챙겨 볼것같은 느낌이다. 내가 몰랐던 직업의 세계!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의 발전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 도서 월간지에서 이 책을 '대학생 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소설'이라고 분류해 놓았길래 바로 다음날 도서관으로 갔다. 난 담배를 피지않아서, 한 개비에 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혹은 무슨맛인지 알지 못하지만 마냥 행복한 느낌은 아닐것이다. 20살 대학 입학후 학업에 대한 방황을 한 주인공은 이런저런 삶에 염증을 느껴 무작정 휴학을 한다. 무미건조하면서 길게 이어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는 인물들을 둘러쌓고 벌어지는 이야기. 사실 이야기라 하기에도 좀 뭐한 사소한 일상들이다. 예전에 읽었던 '혼자있기 좋은 날'이라는 일본소설과 비슷한 분위기..

 

 사실, 초반만 읽고 별 감흥을 못느껴 다른 책을 볼까하다가 이 책의 작가가 나와 동갑이길래 그녀의 재능이 급 궁금해져 결국 다 읽었다. 작년 출간되었으니까 당시 24살 이었을텐데, 뭔가 자신의 방향을 찾아 나아가고 거기에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가 부러워졌다. 무엇이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고, 어떤일을 할 때 기뻐해 그것을 직업으로 삼겠다라는 결심을 한 사람은 행운아이다. 나는 아직도 갈팡질팡거리며 찾고있다.

 소설 주인공은 '나'로 표현되고, 등장인물들은 M,J등 축약형으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먹먹한 느낌을 잘 표현해내고 있는 표현이다. 솔직히 평범한 것보다 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야기가 답답했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자기내부로만 이야기를 나누며 극히 일부분의 인간관계로 세상과 소통한다.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 수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계속 속으로 침전한다. 가끔 매체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오타쿠. 밖과는 단절한체 모든것을 자기 내부에서만 찾는 그런 느낌이랄까.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이 소설은 방황하는 20대의 내면을 그렀다고 한다. 어느정도는 인정, 그것을 조금 더 밖으로 드러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한권을 다 읽고 리뷰를 쓸생각에 무슨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상에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하는 생각에 리뷰를 보았는데, 세상에! 어쩜 나와 그리 차이가 나던지, 놀랬다. 누군가는 고독을 봤고 누군가는 희망을 봤다. 한 책으로도 수 많은 생각의 차이가 난다는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정했다. 소설가 古박완서 선생님은 책을 읽고 후기를 잘 안 남기신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후기는 무엇이던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맞는 말 같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난 일기를 쓰는듯한 이 느낌이 좋다.

 

 난 담배에 애정이 없고 앞으로 피울일도 없을것이다. 무언가가 너무 복잡해 휴식이 필요할때,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지만 비 흡연자들은 무엇을 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상에 '담배 한 개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간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내고 또 극복을할까, 아니 혹은 잠잠히 받아들일까... 이건 앞으로 내가 찾아야할 숙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