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20대 자기계발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 하길래 왜 그럴까 하는 생각만가지고 심드렁하게 책을 펼쳤다. 결론은..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처음 책을 바라본게 민망할 정도로 내용이 괜찮고 콕 찝을수는 없지만 느낌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내용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인생에 대해 가져야할 태도들을 퇴색된 자본주의와 타인의 시선으로 망각하며 살고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내 나이 20대 중반, 책에 제시한 바대로 시간을 따져보면 7시 30분이다. 나름 난 정말 젊고 새파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심 나보다 앞서나가는 듯한 친구 혹은 후배들을 보면 '난 뭐하고 지내나..'하는 생각으로 마음한편이 씁쓸했다. 빨리 진로를 정하지 않으면 인생이라는 도화지, 색칠도 못해보고 망칠것 같아서 뜬 눈으로 밤새우는 날도 있었다.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서적에도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진정 원하는걸 해라 등 수 천번 말해도 그때만 그렇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사람은 칭찬은 속삭임처럼 듣고, 비난은 천둥처럼 듣는다는 말이 꼭 이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에 청춘과 진로에 대한 책을 유난히 편식하며 봤던것 같다. 도움은 많이 되었지만 내면속 깊은 갈증까지는 해소해주지 못했다. 결론은 '실천'이다. 동명의 책도 있지만, 우리는 삶에 있어 필요한 모든 내용들을 사실 유치원때 다 배웠다. 정정당당하게 행동해라, 조금씩 이라도 매일 책을 읽어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꿈으로 삼아라 등등.. 문자로 보면 상당히 쉬운듯 해도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에 대학 도서관에 들어가 보면 흡사 공동묘지에 들어간 기분이다. 모두다 같은 책, 같은 인강을 듣고 있다. 한 책상 건너 한 책상에는 공무원 수험서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토익책이 새초롬하게 앉아있다. 물론, 나도 토익점수를 필요로 해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결코 그 점수가 본위의 영어실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님은 알고있다. 태어날때부터 '난 커서 공무원이 될꺼야!'하고 세상의 빛을 본 우리들인가? 최근 학교에서 공무원시험 대비 동영상강의 지원을 해준다는 공고에 지원자가 폭주했다고 한다. 20대, 진로를 탐색해가는 청춘들이 무작정 안정을 찾아 뛰어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안정을 최선의 가치로 여길 수 밖에 없게 끔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행복해지고 싶다. '인간은 아무리 기고 뛰고 날아봐야 지구를 못 벗어난다'는 한비야 선생님의 말처럼 여행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도 두루두루 알아보고 싶다. 대학간판, 스펙, 학점 등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들은 한 발짝 뒤에 두고 본연의 나와 마주하고 싶다. 성공을 위해 오늘의 희생이 당연하다거나, 인생의 목적이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우리는 닭장속에 닭마냥 하루 한 개씩 성과물(?)을 제출하면서 사육당하는 존재가 아닌, 자유분방하게 때로는 춤도 추고 울고 웃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행복추구권을 가진 인간이다. 유독 매체에 '종결자'가 흔히 등장한다.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사항에도 1등을 매기고 순위를 정하는걸 보면 슬슬 '질렸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사실 오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토익책을 싸메고 다시 학교 도서관으로 갈 일정이었으나, 잠깐 책 리뷰를 쓰자고 한게 벌써 이 시간이 되었다. 뭔가 쓸 말은 많았지만 항상 감정이 앞서 나오는것 같다. 그래서 나의 책 후기는 언제나 책 내용을 차근차근 곱씹기 보다는 차라리 한 편의 리메이크 작이다. '그래, 인생이란게 항상 계획대로 되는건 아니잖아?'라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가한 후 오늘은 편히 잠들려고 한다. A라는 선택을 해도 나는 나고, B라는 선택을 해도 나는 나다. 다만 그 선택이 더불어 사는 삶, 함께 사는 삶이였으면 한다. 이게 나의 단 한 가지 욕심이다.

 

위즈덤 하우스에서 도서평가단을 하며 미션차 겸사겸사 읽게 된 책. 일본 NHK 드라마로도 방송될 만큼 인기가 많았으며, 일본판 '엄마를 부탁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왜 하필 49일 일까, 레시피란 단어는 왜 들어갔을까 하는 물음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주인공인 유리코(여)의 생모가 죽고, 그녀를 대신할 새 엄마가 들어온다. 이 새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 후에 일어나는 49일간의 이야기이며, 그 회복의 기간 동안 음식이 매개체로 등장한다. 죽은 사람은 49일동안 이승을 떠돌다가 저승으로 간다는 불교적 세계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가족의 해체와 회복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이 소설. 책 초반부, 주인공 역할인 딸이 겪게 되는 상황은 흡사 아침드라마의 그것과 비슷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한 후 곧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아 불임치료를 받지만 남편은 점차 외도를 피우고, 이혼의 갈림길에 선 이 부부는 남편의 우유부단한 태도때문에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다시 고향으로 온 그녀는 계모가 얼마 전 작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 속 계모는 우리가 흔히 아는 새엄마의 이미지와 다르다. 계모 자체도 이미 결혼 전 많은 아픔이 있었고 가정을 가지고 싶던 차에 이곳에 들어와 성심성의껏 남편과 새 딸을 돌보았다. 이야기의 주요 맥락은 이 새엄마가 생전에 어떤 일을 했는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대부분의 우리들이 공기의 중요성을 간과하듯이 무언가 사라졌을때야 비로서 '아, 그것이 정말 소중했던 거였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군대에 있을 때도 정말 가족과 친구들이 소중한 존재였구나 하고 느끼게 되지만 정작 전역을 하고 나면 다시 익숙해진다. '행복의 오류'라고 불리는 이것을 이 가족들도 점차 하나 둘 깨달아가는 과정이 조금씩 차분하게 그려진다. 먹는다는건 참 중요한것 같다. 굳이 의식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흔히들 '언제 한 번 밥먹자'라는 약속과 아무리 슬픈 상황에 있더라도 식욕이 다시 느껴지면 그건 점차 감정이 회복 되고있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새 엄 마가 만들어놓은 몇 개의 레시피로 그녀를 그리워하고 조심스럽게 추모를 하는 위령제를 준비해간다. 그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주인공이 친척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점차 가족의 위로를 받고 마음을 안정해가며, 아버지도 두 여자를 잃은 감정을 추스린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삶이란 결국 모두 비슷한 것임을,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회복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 무언가이다.

 

 일본영화 '비밀'을 떠오르게 하는 이 책은 죽은 아내를 복선으로 제시하면서 가족愛을 사랑이란 이름 아래로 결속시킨다. 뭐랄까 큰 감동은 아니지만 추운날씨에 카페에 들어와 따뜻한 차 한잔 마시는 기분이다. '있을 때 잘해'란 말이 결국에는 진리이다. 문득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연락이라도 해야될것 같은 급속한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있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있다.

 

 세간의 화두가 된지 오래인 '인권', 좋은말인지는 알고 있지만 막상 이것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고 나는 무슨 관점을 가져야 할지는 몰랐다. 어느 추천도서 목록에서 본 이 책, 인권에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접목해 읽기 쉽게 풀어냈다고 해서 무작정 손에 들었다. 총 9장에 걸쳐 청소년, 여성, 외국인 노동자, 인종, 장애인 등 각 테마별로 인권에 대해 심도있고 재미있게 풀어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책 제목인 '불편해도 괜찮아'는 아마 독자를 향해 하는 말인듯하다. 사실, 읽는내내 내가 몰랐던 인권유린의 실상에 치를 떨기도 혹은 흥분하기도 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알싸하게 아팠다. 그렇지만 페이지를 덮을 수 없었던건 이제껏 가지고 있었던 내 일상의 선입견과 편견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권'이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하다. 세상 모든 사람은 나름의 인생관과 가치성향을 가지고있고, 그것은 보장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말그대로 '우리'라는 명목으로 소속집단의 이익만 우선하고, 나와 '다른'집단의 사람들을 평가절하하며 무시하기 쉽상이다. 여기서 영화 '오아시스'는 홍종두(설경구, 전과자역)와 공주(문소리, 뇌성마비역)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비주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시도한다. 장애인은 사랑을 할 수 없는것일까, 전과자는 언제 다시 범죄를 일으킬지 모르므로 항상 감시의 눈을 받아야 하는것일까. 극 중 종두와 공주가 사랑에 빠져 서로 관계에 빠지려는 순간 가족들에게 들키게되고, 이는 강간하는 장면으로 왜곡되어 또 다시 주인공들은 '비주류'의 어둠속으로 치닫게된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같이 식당에가 식사를 하는것조차 환상일 수 밖에 없는 이들을 괴롭히는건 다름아닌 다수들의 편견들이다. 책의 저자는 이 영화에서도 오점을 발견해(공주가 장애인으로서 수동적으로 행동하였건것), 감독이 미쳐 모르고 지나갔건 씬들이 오히려 차별적인 시선을 더 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훈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있어 당연하게 지나갔던 여러 매체에서도, 사실 감독과 저자들이 '정상인'이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이해하는데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라고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책에서 제시한 소설 '앵무새 죽이기(아무리 인종차별금지를 외쳐도 작품상에서 흑인은 결국 수동적인 존재로만 묘사됨)' 그리고 영화 '300(반역자 역활로 나라를 멸망에 이끌었던 인물은 오직 장애인뿐)'이 그것이다.

 내가 몰랐던 여러 분야의 사실들과 기존에 알고있었던 매체들에서 당연하게 지나쳤던 사실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저자는 강하게 비판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태어나 수 십년(?)의 세월을 보내며 당연하게 굳어졌던 생각들은 결국 대한민국 안에서만 통용되는, 혹은 그마저도 오해로 둘러쌓인 사실뿐이다. 읽는내내 불편하고 혹은 충격적이었던 시간을 보냈다. 나름 평등을 외치고, 차별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것마저 단순하게 여겨졌다. 난 개인적으로 성악설을 믿는다. 이는 결코 인간이 100% 악하다는 말이 아닌, 49%의 선함과 51%의 악함중에서 우리들은 매일 매순간 선택에 기로에 서있고 이것을 선함으로 돌리기위해 사회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결코 사람은 경험한 이외에 세상은 알 수가 없기때문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백인들로 가득한 사회에서는 백인이 당연하고, 흑인들로 가득한 사회에서는 흑인이 당연하다. 문제는 이 두 그룹이 서로 만났을때인데, 이 때 서로간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게하는 노력이 소통과 경험 혹은 배움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었단 사실 하나만으로 다행이란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내가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인권'이라는 분야의 심도있고 인류愛적인 내용을 알았으니 말이다.

 

 가끔 TV 프로그램에 '동물의 왕국'류의 프로를 보면 우리 인간은 '동물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며, 한편으로는 '동물이 사람보다 낮다'는 이중적인 모순을 느낄때가 있다. 그 차이는 결국 '인권'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만큼 남을 대접하라는 불문율이 사실 이 내용의 처음이자 끝이다. 결코 쉬운내용이 아니며 내가 100% 평등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사실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다르게 해주는것 같아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