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과의 만남은 약 3년전 이었다. 공영방송임에도 몇 가지 다큐멘터리를 빼면 그렇게 친숙(?)하지 않았던 관계에 불꽃을 당겼던건 ’지식e 책 시리즈’였다. 당시 이미 2권까지 출간되어 바로 구매해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2005년 9월, SB Time(정규 프로그램 사이의 짤막한 시간)을 EBS만의 정체성을 담은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시작했던 지식채널e. 현재 1회 방송당 3~5분 내외로 주당 2편이 방영된다. 짤막한 시간이지만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메세지는 K,M,S 등 메이저 방송사의 일반 다큐멘터리보다 파급력이 크다.

 

 

18일 오후 6시 30분, 경복궁 옆의 출판문화회관을 향해 꽃샘추위의 찬 바람을 가르며 행사장소에 들어갔다. 출판사 직원분께서 지식e 1~6권 전 시리즈를 매대에 놓고 다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계셨으며, 안에서는 곧 시작될 행사준비로 분주했다. 지식채널e의 도서출간은 1년에 1권 꼴로 그렇게 출간이 많은 편은 아니다. 영상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 중 독자에 많은 관심을 받고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다보니, 대부분의 독자는 약 1년동안 즐거운 기다림을 하게된다.

 

 

 

독자와의 만남전, EBS에서 제공해주신 뷔페로 식전행사가 진행되었다. 보기만해도 배가 부를 정도의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있으며, 많은 독자분들이 음식을 먹으며 지인 및 관계자분들과 삼삼오오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 이번에 출간된 지식e 6권에 실린 대표적인 작품 5편을 감상하면서 다시한번 프로그램 제작진의 능력과 열정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었다.

 

 

지식채널 e를 총괄하시는 김한중 연출자님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총 13명의 제작진 분들이 모두 오셨으며, 평소 프로그램 제작때문에 오프라인으로도 서로 만나기 힘든 직원분들까지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다. 본 프로그램은 총 43개의 주제로 세분화되어 한 주제에 편중되지 않도록 제작진 자체 및 시청자 의견까지 충분히 수렴해 제작에 들어간다고 한다. 작가, 영상, 음악, 편집, 연출, 조연출, 감독 으로 직책이 나뉘어진다.

 



사회고발성이 강해 혹시 외부압력이 들어온적이 없냐는 시청자의 질문. 이에 김한중 감독님은 정치적 압력은 없다고해도 되나 그밖에 것은 여러분의 상상에 맞긴다라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셨다. 날것 그대로의 사실과 진실을 전해드리기위해 자체 검열은 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가르쳐드리는 내용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셨다. 이는 작가를 포함한 제작진분들의 프로그램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것으로, 소재를 얻기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제작진의 열정을 보였다.

 



지식채널 제작 5년차이신 본 작가분은 "우리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정부부처나 대학 및 기업에서 가끔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칭찬도 해주시고 간혹 비난도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인 현상이나 사물의 보지 못한면과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현재 마이크로 크레딧이나 미소금융을 비롯한 몇 가지 긍정적인 사회현상은 우리가 메세지를 제공하고 시청자 분들과 사회 모두가 노력해 얻은 결과입니다. 항상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제작진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과 시청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식채널e를 포함해 총 6개의 프로그램을 맡고 계신 감독님은 "우리 프로그램은 상식으로 가는 과정, 서로 상식을 지켜나가는 사회를 만들기위해 노력합니다. 정보는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도서관 및 인터넷 기사 검색은 기본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기위해 시청자의 목소리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매일 인터넷 게시판을 확인합니다. 이럴때마다 반응해주시면 여러분들이 많아 정말 기쁘며, 꿈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꾸려가고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라고 소감을 전하셨다. 결국 제작들에게 남겨진 가장 큰 숙제는 끊임없이 신선한 것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었고, 이것이 오늘날 EBS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지식채널e를 지속하게 한 힘이었다.

 

 

같이 테이블에 자리하신 영상 편집자 분과 음악감독님들. 작가분들이 최종원고를 넘겨주면 이때부터 이분들의 작업이 시작된다. 어떻게 하면 메세지를 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까라는 고민에 매번 여러가지 샘플을 미리 만들어본후 최종본까지 계속해서 다듬어간다고 하셨다. 한 음악감독님은 "이번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기존에 다른 10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과 같은 압박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한 번은 방송에 사용된 음악이 오해를 산적이있어, 담당 PD님이 이를 해결하느라 무척이나 애쓰셨고 저도 한동안 고생했던 적이 있었어요. 메세지가 저하고 맞을때는 작업이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방송직전까지 밤을 새기도하며 음악작업을 할때까 있어요. 시청자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다가가기위해 노력하는 우리 음악/영상팀도 많이 아껴주세요"라고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셨다.

 

 

3-5분 정도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도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특히 지식채널e는 이미 충분한 시청자와 독자층이 확보되어, 제작진은 이에 부응하고 매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위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다고 한다. 내 일생이 이미 지식채널e라는 한 제작진분의 말씀은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과 소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듯 했다. 일정 주기별로 담당자들이 순회하기도 하는데 , 이것도 항상 신선한 주제를 만들기위한 제작상의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 아껴보던 책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분들을 보니 신기하면서 한편으로 대단해보였다. 얼마전 700회를 맞았다고 하는데, 승승장구해 1,000회, 2,000회를 넘어 계속 진보해나가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래본다.

성장소설 추천목록에 보면 늘 후보에 올라와있던 이 책, 다만 재일교포와 차별을 다루었다는 내용으로 내용이 무거울것 같아 선뜻 손이가지 않았다. 그러던중 이번 달 참가하는 독서토론회 도서로 선정되어 겸사겸사 책장을 펼쳤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경험한 이외의 세상은 잘 모른다. 으레 뉴스에서 나오는 조총련이니 민단이니 하는 언급을 보면 '그냥 그려러니~'하고 지나치는 일이 다반사, 돌아서면 잊어버렸다. 간혹 북한국적 출신으로 외국에서도 김정일을 숭배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외계인을 조우하는듯 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나도 이러한 생각을 할진데, 하물며 이 책을 쓴 일본 작가는 재일교포가 겪는 미묘한 뉘앙스까지 잘 잡아내 그들이 격는 차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비판하였다. 이런게 바로 작가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학창시절 한 번쯤 배웠을법한 내용으로, 인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을 거쳐 수십만년의 시간동안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별로 나름의 진화를 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나 원류가 같다는 것은 단지 이상적인 내용일 뿐 피부색, 언어, 생김새, 국가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온갖 차별장치를 둘러놓은채 너와 나를 구분 짓는다. 물론 각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측면에서 구분짓기는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과하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얼마전 학과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OO과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내심 놀랬다. 여기에 입학한 이유가 개인의 꿈을 찾기 위한것이 아니라 OO과의 발전을 위한것이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집단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무차별적으로 강요했던 사회는 70,80년대 박정희 노태우 시절에 이미 끝났다. 내가 성장하게 되면 내가 속한 집단의 발전과 영광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국가의 부품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한 평생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를 특정지는 국가적 정체성은 소중하게 내면화 하면 충분할뿐, 이를 직업으로 삼는 공무원과 군무원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 행복과 욕망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이다.

 사람이 사람을 볼때 그가 처한 신체적 특징과 사회적 소속으로 편견 짓지 않고 대할 수 있는것, 아마 한 평생 짊어져야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흠칫 안에서 밖으로 나갈때 그리고 주류가 비주류를 대할 때마다 주인공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는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같은 種끼리만 유대관계를 가지고 다른 종을 배척하는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성공회대 교수인 아랍인 보노짓 후세인씨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몇 차례나 겪었던 인종차별은 이미 유명한 일화이다. 책에서는 인종이 아닌 국적으로 차별을 논하지만, 이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소위 인종청소라 불렸던 제노사이드와 유태인 대학살 등을 보면 인간과 동물이 도저히 분간이 가지 않으며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결국은 모두 똑같은 인간인 것을... 왜 내것만 당연하다고 여기고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자는 '일단 때리고'볼까

 

 모든 차별의 해제,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래야 할 일이지만 사실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실력으로 그리고 성장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을 보는 일은 뿌듯했다.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을 '정일'이라고 지은것 그리고 마지막에 죽음으로 끝을 맺은 내용은 아마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철저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내용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왜 성장소설은 항상 남자가 주인공일까? 하는 의문과 이 책에 나온 여성들은 모두 뭔가 의존적이고 남자의 행동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작가의 성별까지는 알기 힘든데 그가 여성이라면 남성미가 풍기는 작품을 쓴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고, 만약 남성이라면 또 하나의 선입견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