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김제동, 김여진... 이미 미디어로 충분히 잘 알려져 있고, 청춘의 멘토를 생각해보면 바로 나오게 되는 이름들 중 하나이다. 그들이 뜻을 모아 작년에 지방을 순회해가며 청춘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각 행사마다 초대하는 게스트를 달리하며 경제, 주거, 연예, 사회 등등 다양한 이슈들을 주제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은 그 시간들의 녹취록이다. 사실 책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채, 인물들과 간단한 책 프롤로그만 보고 ‘어머! 이건 봐야해’라고 필이 꽂혔다.

책의 전체적인 테마는 ‘소통’, 그중에서도 법륜스님은 20~30대 실생활에 관한 이야기들을 청춘들과 나누었다. 인간관계, 학교생활, 연예, 취업, 미래 등등... 결국 모든 해답은 본인이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건 ‘남의 눈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라’, ‘기회비용 측면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한다’라는 근본적인 원칙이다. 안개에 가려 앞을 못 보고 있는 것 일뿐,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근본 취지이다.

김제동은 이보다 약간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특유의 개그코드가 활자로까지 전해져 읽는 내내 유쾌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분의 글과 인터뷰를 우연이든 아니든 많이 접해봐서 엄청나게 신선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명불허전, 김제동은 김제동이었다.

김여진씨는 여러 분야의 패널들과 함께 정치, 주거, 경제, 취업, 등록금 등의 이슈들을 허심탄회하게 다루었다. 가장 관심있게 읽은 동시에 팍팍한 현실을 들으면서 가장 안타깝기도 했다. 20대가 힘들고 배고프다는건 안다. 그렇다고 거기에 지레 겁먹고 떨지는 않겠다. 가진게 없다는 건 그만큼 잃을 것도 없다는 뜻이다. 너무 비장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또 너무 들떠있지도 않은채 담담히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쓴 글들이라 사실 익숙하기도 하면서 재미있다. 이제는 편한 동네 형/누나들이 하는 말 같다. 괜히 점잔빼지 않고, 무릎 늘어진 츄리닝 입은채 맥주 한 캔하며 인생과 사회 그리고 사랑에 관해 하는 이야기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잘 사나 들여보기도 하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좋은 영양제를 먹은 기분이다.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을 설명한 책, 실은 전에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를 읽은 터라 엄청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 때 알았던 사실들을 확인 및 보완한 느낌이다. 책 초반부에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들이 대부분 나오고, 후반부에는 계속 그것을 증명하고 실험하는 내용들이 반복되어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치만 이런 내용의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권할만한 도서이다.

 

 양 문화간 다름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은 그리스를, 동양은 중국을 대표 모델국가로 잡았다. 그리스와 중국은 우선 그들이 처한 자연환경이 상이했으며 따라서 그들이 발전시켜야 했던 경제․사회구조와 인간관계가 달랐다. 이를 기반으로 정치, 과학, 논리, 철학 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되어온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런 문화기반적인 원인에 걸맞게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실험들도 유전적으로 동양인이 서양문화권에서 자랐다거나, 서양인이 동양문화권에서 자란 경우에는 그들이 성장한 문화권에 해당되는 생각구조를 가진 것을 보였다.

 

 동양은 집단적 조화적 보편적이고, 서양은 독립적 특수적 논리적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면들을 확인하게 되면서 오히려 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느낌이다. 저자가 일부로 그렇게 서술했는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약간 동양문화를 앞세우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문화와 생각구조의 차이는 우열이 없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얼핏보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비슷하다. 우주를 구성하는 생물학적 요소이고, 서로의 다름을 통해 세상이 발전해나가며, 서로 공존하는 관계에 있다. ‘생각의 지도’라는 책 제목이 참 적절하게 쓰인 것 같다. 오래간만에 문화인류학적 내용이 담긴 책을 읽어 반가웠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대한민국에 정의 열풍을 몰고 온 마이클 센델의 최신작. 전작은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책은 요즘 나가고 있는 모임에서 다룰 책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으로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 이해하기 쉬웠고, 문체도 번역이 나름 깔끔해 가독성이 좋았다. 여담이지만 이 책이 이번 달 ‘북리펀드’ 도서로 선정되어 읽고 서점에 반납하면 정가의 50%를 환급해준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었다.

 자본주의 사회, 모든 것이 ‘돈’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과연 시장과 비 시장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재화는 어디까지 우리 삶에 통용되어야 하는지 다양한 예를 들어 고찰한 책이다.

 사실 한 마디로 정의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순수 자본주의가 비시장영역에 침입해 요구하는 내용도 얼핏 들어보면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돈을 더 지불하면 우대권(달리 말하면 새치기)를 적용하겠다, 사업주가 비용을 지불할테니 학교나 공공시설에 상업광고를 허락해 달라, 죽음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 시장에서 수익 권리를 사고파는 행위는  보험자와 피보험자 둘 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등등... 생각해보지 않고 얼핏 들어보면 혹하고 넘어갈 것 만 같다.

 시장의 개념이 적용되지 말아야할 부분을 어떻게 판단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에 호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은데, 정말 이런 ‘양심’이 우리 사회의 ‘돈’의 욕망을 잠재울 수 있을 것 인가? 시장이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책에서도 시장이 실패한 여러 가지 경우를 제시하며, 재화가 언제나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곳곳에서 휘황찬란하게 튀어나오는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별로 보고 싶진 않지만, 막상 지하철 공사에서는 이럼으로써 승객에게 돌아가는 운임료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한 문제다. 다만, 우리가 이런 보는 데로 보고, 듣는 데로 듣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갈등 상황을 지각이라도 해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앞서 말한 지하철 문제를 생각한다면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운임료 인상 억제라는 의견도 모두 맞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건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고 결정함에 있어서 최 우선순위에 있어야 할 것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란 것이다.

 정답을 내리지 않아 좋았다. 다양한 갈등상황을 제시한 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하는 저자의 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하긴 우리 사회, 더군다나 경제시장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옳고 그름으로 이분법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엇이 인간적인지, 무엇이 인간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지, 무엇이 자연과 인간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는 방법인지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있고 그 다음에 경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효율성만 따지다간 진정한 삶의 재미와 행복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경제학 책,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