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이라 그런지 유독 '청춘'이라는 단어에 끌린다. 단어에 대한 호감으로 여러 책을 둘러봤다. 재미있고 유익했던 책이 있던 반면, 어디서 짜집기 해와서 마치 자기가 말한 것처럼 행세하는 책도 있었다. 대학을 이제 곧 졸업하니 이 '청춘'도 나에게서 사라지는 걸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조바심이 났다. 조언을 얻고자 또 위로를 받고자 몇 권 살펴보니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라는 책이 있었다. 올해 4월 <한겨레21>의 창간 17주년 기념으로 각 계의 유명인사들을 모셔서 서강대학교에서 몇 차례에 걸처 강의한 녹취록이다. 강풀, 홍세화, 김여진, 김어준, 정재승, 장항준, 심상정 분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 들이다.
20,30대를 먼저 보낸 일곱 분들의 인생이야기와 청춘들에게 바치는 조언 그리고 사회이야기가 270여 페이지에 가득하다. 시험기간에 집어 들었다가 나도 모르게 끝까지 읽고 후기까지 쓰고야 마는 이 중독성, 보통 인터뷰 책들에는 사람냄새가 가득하기 때문에 그 매력에 끌려 더 그런것 같다. 시험기간에는 심심풀이라도 어렵고 재미없는 책을 봐야한다는 나의 생각이 들어맞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렌X로 답했습니다'라는 어느 자동차회사의 광고, 어렸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들어 이런 류의 광고를 보면 충격에 휩싸인다. '하나라도 더 가지고 하나라도 더 벌어야 한다', 이 가치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런 종류의 사고방식들은 사회의 진정한 주인인 인간을 소외시켰고 급기야 최근 FTA 날치기라는 사태까지 불러일으켰다. 나도 내 마음을 몰라 이런저런 책들을 보고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보면 결국 자신에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허위와 가식없이, 타인과 더불어 사는게 행복이다. 돈이 없어서, 학력이 안되서, 빽이 없어서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물론 이 상황들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내 마음의 중심을 굳건히 잡아가는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김여진씨 대목에서 '스스로 행복하게 살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좇아서 살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근사해 보이려고 아등바등 경쟁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지금 바로 당장 여기서 행복할 것 인가' 하는 말...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건 본인 자유이다.
이 책을 보면서 미디어 사회의 발전(?)이랄까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분명 지방이라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없었던 것임에도 이렇게 책으로 출판되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는 것(사실 강연이 있었던 것도 몰랐지만), 이런 방식이 조금이나마 수도와 지방 사이에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자그마한 역활을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믿는 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갖고 싶어하는 가치관은 절대 인위를 강조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다 같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꿈꾼다. 내년에 같은 행사를 또 한다면 그 때는 육성으로 들어보고 싶다. 자, 이젠 현실로 돌아와 코앞에 닥친 시험공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