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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25전쟁과 남북 분단, 냉전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팽배했던 반공사상과 북한의 간첩과 남한의 정보요원의 사연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과 북의 분단상황이 첨예한 갈등구조를 만들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었다.

상권에서는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인 주인공 정사용이 등장한다. 정사용은 중학교 재학 중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좌익 학생운동에 참여하고, 6.25가 발발하자 북한 의용군에 자원 입대한다. 그에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더욱 참혹해지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정사용의 이상도 점차 무너져간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정사용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도 자신과 같이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는 것이었다. 3개월의 공산치하 경험과 한 달도 안 된 참혹한 전쟁 경험이 그간 지녀온 공산주의에 대한 젊은 이상을 압도한 셈이었다.

페이지 : 상권 51페이지

정사용은 한 때 중상을 당하지만 사단장의 목숨을 구한 덕에 평양대극장 소도구실 담당자로 자리를 잡게 되고, 배우 최영실과 사랑에 빠져 10년간의 꿈같은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70년, 남한 정재계 요직에 있는 숙부와 사촌형을 포섭하라는 당의 지시를 받고 남파되었으나 숙부에 의해 반강제 자수를 하고 남한에 정착하게 된다.

새 가정을 꾸리고 돈과 권력을 쫓아 사업가로서 성공하였으나 우연히 북쪽 아내와 딸의 상황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간 가족을 잊고 살았던 자신을 벌하고자 결심하고 자살을 생각한다.

그 곳에는 벌레보다 더 몹쓸, 벌레보다 더 징그러운 비참한 한 인간이 있었다. 그 인간은 자기에게 일생을 바친 아내와 딸을 완전히 잊어버린채 달콤한 자유주의의 특별대우와 일신의 물질적인 안일함을 택한 벌레보다 못한 인간이었다.

페이지 : 상권 229페이지

위 글에서 보여주듯 그는 지독한 자기 혐오에 빠지고 만다.

하권에서는 정사용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추적해가는 남한의 정보요원 김경철이 등장한다. 정사용이 남파되었을 때 그를 심문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고, 9년 후 정사용이 암으로 사망하자 정말로 자살했는지와 그의 거액의 재산의 행방을 조사한다.

김경철은 정사용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죽음이 북쪽에 있는 가족을 위한 선택임을 알게 되고 정사용이라는 인간에게 감화되고 스스로를 투사한다.

그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다시 보았다. 여전히 생소하고 낯선 모습에 측은한 감마저 들었다. 그의 영혼이 육체에세 '결코 너에게 지배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영혼은 정사용이 되어 김경철의 육체를 떠나려고 했다. 정사용의 눈을 통해 볼 최영실을 한시바삐 만나고 싶었다. 그녀와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며 9년 동안의 그림움을 한순간에 풀 수 있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 중에 그는 머리속에서 쿵쿵거리던 두통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알았다.

페이지 : 하권 217페이지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결혼생활을 느끼며 순수한 사랑을 꿈꾼 정사용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 김경철은 모습은 어쩌면 일상에 쫓겨 정말 중요한 것을 나중으로 미루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에 출세를 위해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습에서 시간에 쫓기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여 지금부터라도 지금 소중한 사람을 챙기고 지금 해야할 소중한 것을 행할수 있는 나 자신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감사합니다.

***인터파크 신간도서 리뷰단으로 제공된 도서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