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우연히 서평단으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요즘 재테크 관련 책에 워낙 관심이 쏠려있던 터라 받아놓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냅뒀는데 아무래도 리뷰 등록기한이 다 되었다는 사실에 부랴부랴 어제부터 읽게 된 책.... 

아직까지도 잔잔한 여운이 남겨 있다. 처음에는 몰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읽기 힘들었다. 특히 일본관련된 것들은 사람 이름외우기가 영 힘들어서 읽으면서 계속 그 사람 이름이 입에 맴돌게 되는 듯 싶다. 그래서 이름 외우랴, 책 내용 머리에 담으랴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또한, 워낙 카메라에 문외한인지라 사진관련 용어들이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해를 포기한 채 그 부분은 그냥 사진 설명인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넘기게 되었다. 밑에 주석이라도 좀 달아주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가득 들었다.

책은 잔잔하다. 그러면서도 강렬하다.

기타카와라는 50대의 사진사가 있다. 그는 지금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스튜디오도 있고, 부인과의 사이도 원만하고, 일도 꾸준히 들어오는 나름 성공한 사진사라고 보면 볼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20대의 사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사라지고 50대의 세상과 타협하는 사진사가 되어 버렸다. 그런 기타카와가 5장의 사진을 통해 옛 이야기를 회상하는 듯, 그 당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듯 하지 않고 그 때 당시 그 순간에 그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는 것이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았다.

책의 순서는 제1장, 제2장 이런 식의 구성이 아니라 50대의 기타카와가 제 5장이 되어 있다. 약간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5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건 바로 제4장 암실 편이었다.

정말 한 사람 - 한 여자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두드렸다. 그 부분을 읽고나서 한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음 편으로 넘길 수도 없는 그런 상태로의 전환.......

"눈에 쓸려 내려가면서도 하루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사진장이었다. 눈사태에 갖힌 상태에서 목숨을 빼앗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최소한 마지막 필름만은 지키려 했던 것이다. 두껍고 무거운 눈에 짓눌리면서도 손에 든 카메라의 셔터를 계속 눌렀을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컷까지 셔터를 누르면 필름은 자동으로 되감긴다. 필름이 다 감기면 자기 시체가 카메라와 함께 발견 되었을 때 마지막 찍은 사진은 남을 것이다. 밀려오는 눈사태 앞에서도 하루미는 도망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셔터를 누르고, 눈에 깔려서도 자기 필름을 지키려 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사진장이이고자 했던 것이다. 자신의 목숨과 긍지를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