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대례복을 입은 <옹주의 결혼식> 표지를 보며 그 결혼식 뒤의 슬픔을 미리 짐작하지는 못했습니다. 왕과 왕비, 왕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속에서 조명되지 않은 옹주의 삶이 궁금했었는데.....화려하고 예쁠 것만 같은 옹주의 삶, 하지만 궁궐이라는 벽에, 조선시대 여인이라는 차별에,
명나라의 혼인풍속을 따라야 했던 시집살이까지.....눈에 보이지 않지만 넘기 힘든 벽에 갇힌, 하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는 씩씩한 옹주를 만났습니다.
이 책을 통해 '친영례'라는 생소한 결혼풍속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결혼한다'와 동의어로 쓰인다고 생각했던 '시집간다', '장가간다' 평소 사용하던 말의 유래도 알게 되었지요. 조선 초기까지의 결혼풍속은 남자가 장가간다는 표현이 맞는, 혼인하면 처가에서 일정기간 살다가 본가로 갔다고 합니다. 성리학에 따라 남자의 집으로 시집가는, 결혼예법 친영례를 백성들에게도 정착시키기 위해 왕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세종 17년 숙신옹주가 친영례로 혼인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사 속 작은 흔적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서는 어쩜 이름도 언급되지 않을 '숙신옹주'의 궁궐과 시집 간 후의 삶을 통해 600여년전 조선 여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중죄인에게 내려지던 벌로 사람을 가시나무 울타리 안에 가두는 '위리안치'라는 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 여인들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위리안치와 다름없는 형벌을 받으며 평생을 갇혀 살아야 했었지요. p.120 "태어나서 아비의 뜻을 좇고, 혼인하면 남편의 뜻을 좇고, 늙어서는 아들의 뜻을 좇는 게 여자가 따라야 할 삼종지도인데, 그건 자기 뜻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잖아......"
해서는 안 될 것이 너무나 많은 궁궐에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옹주, 중전이 궐 안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좋아했던 옹주의 호기심 많고 씩씩한 모습을 먼저 보았기에
옹주라는 답답한 신분에 갇힌, 또 친영례라는 낯선 시집살이에 갇힌 옹주가 더없이 가엾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가 있기까지 역사 속에서 불평등한 여성의 삶을 살았던 이름 모를 수많은 여성들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책 뒷편에 수록된 시대별 나라별 혼인풍속을 비교해보며 미래의 우리의 혼인풍속은 또
어떻게 바뀔지.....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