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내게 역사하면 떠오르는 건 학교에서 배웠던 딱딱한 교과서, 수없이 엉킨 연도들의 나열, 지루한 선생님....이렇게 세 박자가 맞아서 무척이나 싫어했던 과목인데 요즘의 아이들에겐 다행히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역사책이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만난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도 참신한 즐거움을 주는 역사책이네요. 딱딱하고 어렵고 하기싫은 영어문법을 그램그램영문법원정대라는 명랑함으로 다음편을 기다리게 만든 출판사 사회평론의 책이기에 더욱 믿음이 갑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는 여러 선생님들의 추천사처럼 아이들에게 친근한 '노빈손'캐릭터로 잘 알려진 이우일 작가의 명랑한 그림과 아이들에게 생생한 역사를 알려주기 위한 용선생과 개성만점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수업! 들고다니면서 펼쳐 읽으니 저학년부터 중학생인 우리 아이는 물론 엄마인 나도 재미있게 넘겨가며 역사를 만났어요.
조선건국의 시작인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시작, 때로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못말리는 장하다와 엄친딸 나선애 등 못말리는 개성파 학생들과 다소 대책없어 보이는 용선생이 묻고 답하고 때로는 아이들 스스로 역사수업을 준비하면서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함께 배워나가는 역사수업을 참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고려시대 전시과, 조선시대 과전법 등 토지제도의 이름만 달달 외워가며 답안지에 기입하고는 잊어버렸던 토지제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접근법부터 다릅니다. 정도전과 신진사대부들의 토지개혁안을 설명하면서 땅을 갖는다는 표현의 숨은 뜻을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과전이란 관리가 받게 되는 땅을 가리키지만 실제로 땅을 받는게 아니라 그 땅에서 나는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뜻함을, 역사공부는 암기가 아니라 이해이고 무엇보다 역사를 만든 사람들에 촛점을 맞추고 끊임없이 역사 속 인물들과 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것이 진정한 역사공부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역사 속 빠질 수 없는 인물들 이야기. 재상중심의 정치를 꿈꾸었던 정도전과 강력한 왕권을 세우고자 했던 이방원, 고려의 훌륭한 무신이면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며 운명이 달라진 최영과 이성계, 조선건국의 뿌리이자 정신인 성리학을 뿌리내리는데 활약한 조선성리학자 퇴계 이황, 율곡 이이,.....책 속 인물 이야기에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퇴계이황선생의 집중력에 믿지 못하는^^ 장하나학생]
불타버린 숭례문와 함께 우리 입에 익숙하지 않은 4대문의 이름 속에 성리학의 기본원리가
담겨있다니! 수수께끼같은 한양도성 사대문의 이름 속에서 성리학의 기본 가르침 찾기문제처럼
책만 보고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한국사 퀴즈가 담겨있어 아이들이 풀면서 자신감도 UP!
아이들이 따라하면 좋을 것 같은 전교1등 엄친딸 <나선애의 정리노트>
[엄친딸 나선애의 정리노트]
[세종대왕의 신분을 막론한 인재등용으로 빛을 발한 과학발명품들]
[책만 읽으면 술술 풀 수 있는 퀴즈시간]
p.83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볼링으로 표현^^, 이방원의 솔직한 속내 들여다보기 등 분명히
글책인데도 만화책같은 깨알같은 재미가^^
조선의 건국부터 혼란과 아픔이 있었던 4대 사화, 그리고 조선의 뿌리인 성리학을 이끈 조선의 위대한 학자들의 이야기까지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이번 기말고사의 시험범위가 마침 조선초기 부분이라 더욱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역사에 묻는 자가 주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장난꾸러기 같고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지만 용선생과 함께 하나씩 온몸으로 또 재미있게 체득해가는 역사, 이 책을 읽으며 아이도 함께 묻고 스스로 역사를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p.57 "맞아,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지나다니던 곳들이 알고 보면 참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품고 있지.." 용선생의 말처럼 조선의 역사를 알고보면 서울이 달라보이겠지요. 정말 역사시간에 용선생과 시끌벅적한 아이들과 함께라면 참 좋겠다 싶어요. 아이의 초등선생님은 '모아재'라는 체험모임을 이끌고 계셨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역사속 발걸음과 체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책마지막 읽고 추천해주신 선생님들 명단에서 반가운 이연민 선생님을 본 아이가 펄쩍 좋아라 했답니다^^) 그런 재미있는 추억속의 선생님과 용선생의 모습이 살짝 겹쳐져 아이는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딱딱한 하드북보다는 어디든 들고다니기 편하고 펼쳐보기 간편한 책표지를 좋아하지만 술술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역사책입니다.
비교책<한국사편지>가 엄마의 목소리로 자분자분 차분하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라면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는 제목처럼 시끌벅적한 노홍철식^^ 역사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늘이 내린 최고의 역사선생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용감?한 용선생덕분에 말 그대로 주입식 역사책이 아닌 핑퐁처럼 주고받는 역사수업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요. 처음에는 평면적인 서술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가 나타나서 살짝 헷갈렸는데 책 속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션을 준비해서 발표하는 모습과 저마다 개성뚜렷한 캐릭터가 만화책같은 생동감을 주네요. 아이들이 가장 싫어라하는, 어쩌면 공부라는 부담으로 다가오게하는 연도가 중심이 아니라(연도를 외우라고 하면 역사=흉기가 된다고 한 역사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물의 흐름처럼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 부담없어 좋았습니다.
비교해서 읽은책<한국사편지>에서는 조선전기는 물론 조선의 역사 중에서 가장 훌륭한 왕인
세종대왕의 업적, 특히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부분이 자세히 실려있어서 좋았어요.
-[한국사편지]중-
p.19 [새 나라의 이름'조선'인가 '회령'인가?]라는 책 속 내용에서는 나라이름을 정함에 있어 중국 명나라에 청하고 그 답신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라는 몰랐던 이야기 등 조금 더 깊이있는 생각을 유도해나가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허참례와 면신례 등 관료들의 신고식 장면을 보여줄 때는 역사 속 가상인물, 장원급제한 박진걸의 관료신고식 모습이나 농부 이막동의 일상을 보여주는게 사극처럼 그려질 수 있어 좋았구요.
용선생의 수업시간에도 아이들로 하여금 조선의 신분제도를 체험하는 수업을 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도 요런 생생수업을 재현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또 천방지축 용선생의 제자들이 미션을 받고는 스스로 준비하고 각자 맡았던 부분을 똑소리나게 발표하는 모습에서 자기주도학습의 장점을 봤다고 할까요 ㅎㅎ
-[용선생의 시끌벅적한국사]중-
대부분의 아이들 역사책에 비해 크기가 다소 커서 처음에는 책이 클 필요가 있을까 의아했는데
p.46의 옛지도나 사진과 그림 등 넉넉한 자료를 보면서 큰 책의 시각적인 효과가 느껴졌습니다. 또 책이 크니 위아래 넉넉한 여유가 공부로 들여봐야 하는 딱딱한 책의 이미지를 많이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선애의 정리노트를 얇은 수첩같은 부록으로 따로 만들었으면 하는 의견도 담아봅니다. '토낀데이'라는 별칭처럼 놀토가 정기화된 이후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찾아 많이들 나가는데 형식적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수업이 아니라 p.57 "와, 신기해요. 한양은 아직도 서울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라는 책 속 곽두기친구의 말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조선의 역사가 남아있는 한양이자 서울로 함께
가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미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데도 왜 배움을 멈추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원이라고 하면 원밖은 모르는 부분이 된다. 원이 커지면 원의 둘레도 점점 늘어나 접촉할 수 있는 미지의 부분이 많아져 알고 싶은게 더 많아진다"고 했습니다. 역사도 또한 마찬가지인듯....두 역사책을 비교해 읽으면서 역사와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고 알고싶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