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져들어 읽은 정글만리, 그래서 친정아버지처럼 든든한 형부께 책선물 해드리려고

또 한세트를 구매했더니 푸짐하네요^^]

 

우리 역사의 지난한 흐름과 함께 걸어온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들....<태백산맥><아리랑><한강>...근현대사의 연장선에 이어 <허수아비>에서 '국민, 당신들은 지금 노예다'는 일침과 함께 속시원하게 우리 경제의 현실을 말씀해주시더니 이제 우리나라의 안보 뿐 아니라 경제에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대중국을 이야기해주는 책<정글만리>를 통해 우리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게 해주십니다. 400페이지 3권의 두꺼운 분량임에도 더위를 잊을만큼 빠져들며 읽었습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단편적인 이미지, 14억 인구, 짝퉁,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나라, 한류와 혐한을 함께 갖고 있는 이웃나라이자 세계경제의 중심이자 핵으로 자리잡고 있으면서 주변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막무가내의 나라.....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나게되는 중국은 훨씬 더 복잡하고 불가사의한 나라였습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원칙인 '정글'과 만리장성의 '만리'에서 따온 제목처럼 한국과 일본의 종합상사 주재원들의 보이지 않는 금융전쟁이 긴장감있게 펼쳐집니다. 하지만 사업상의 이야기 뿐 아니라 중국에 주재하는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통해 중국의 맨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조카인 베이징 대학의 학생인 송재형과 그의 연인 리옌링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중국의 이권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한 일본기업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역사의식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 중국 다시 봤어...쇼크야" 서하원의 딸 지연이의 말처럼 한편으론 짝퉁 투성이인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선입견과 함께 무시의 눈길을 보내던 나자신도 놀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의 배경인 상하이는 중국 역사, 근현대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속에서도 너무나 의미있는 장소이기에 남다르게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중국 제일의 상업도시이자 경제수도라 일컬어지는 상하이, 그 속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이야기, 전쟁터같은 비즈니스에서 전대광과 그의 중요한 꽌시인 상하이 세관의 주임 샹신원, 관계를 일컫는 '꽌시'라는 단어가 이 소설의 처음과 끝을 내내 이어줍니다. 회사와 상품의 객관적 신뢰도를 보기 이전에 사람의 됨됨이부터 보고 판단하는 꽌시가 절대적 힘을 발휘하는 사회, 종합상사 부장으로 열정적으로 근무한 전대광의 중국에서의 제2의 도전 역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니 말입니다.
30년동안 매해 평균 10퍼센트의 초고속 성장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장을 보여주는 중국,
우리 살기에만 바빠 미처 가까운 중국을 들여다 보지 않을 동안 놀랍고도 무서운 성장을 한 나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세계공장에서 글로벌 세계경제의 큰 손, 세계시장이 된 중국, G2에서 어느새 G1을 향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이 상해의 호화로운 호텔이 순수하게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말에 놀랐듯 초스피드의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모든 분야의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중국! 그동안 중국을 너무나 몰랐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중국의 불가사의한 힘의 실체를 더 알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대광이 명예퇴직을 결심하고 그의 후임자로 온 후배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말해주는 자신의 땀과 열정과 인생이 담긴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또하나의 이야기였습니다. 마치 저도 그의 후임자인 것처럼 귀기울여 듣게 됩니다.

거대중국을 받치고 있는 기둥같은 두 인물, 덩샤오핑과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앙같은 뿌리깊은 믿음, '문제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가짜도 많으면 된다' 일견 우리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생각,  개발이라는 이름앞에 천년을 쌓아온 문화유산을 아무렇지 않게 밀어부치는 중국, 짝퉁을 눈감아줄 뿐 아니라 짝퉁시장을 아예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중국, 돈이면 다 해결되는 나라, 우리의 도덕적 지수로는 용납되지 않는 얼나이(첩, 정부)...뭔가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막힘이 없는 중국의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현재까지 이어져 온 중국이라는 나라의 힘의 실체, 그 거대한 힘의 뿌리를 소설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옌링의 아버지 리완싱사장과 거래를 하는 자크 카방, 프랑스인의 눈으로 본 한국, 중국, 일본의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객관적이면서 다시한번 우리를 돌아보게 하더군요

 

얼마전 아리랑 문학관에서 책을 쓰기 전 방대하고 꼼꼼한 자료조사에 놀랐었는데 이 책에서도 조정래 선생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밀한 중국에 대한 자료조사에 혀를 내두르게 되고 탄탄한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책을 술술 읽게 됩니다. "중국을 무대로 하여 무역전쟁을 벌이는 비즈니스맨에게는 대단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한기호 출판소장님의 말처럼 어느새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필독서로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맨에게만 국한된 책이 아니라 현재 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네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을 만나고 중국사람들을 이해하면서 또 우리의 미래도 그려나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이 꼭 읽어야 할, 놓치지 말아야 할 책입니다.

 

 

드디어 33년에 걸친 시리즈의 마지막이네요!
이원복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엄마인 저도 까마득히 멀어져있던 방대한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만났었는데....역쉬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스페인의 국난 극복과정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기에 '먼나라 이웃나라' 최종편으로 에스파냐 편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역사를 글이 아닌 만화로 담은 건 자유로운 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며
만화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의 마지막 에스파냐 편은 역시나 우리들을 역사 속으로 마구 끌어당깁니다.

 

 

 

 

책의 도입부를 펼치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에스파냐 하면 떠오르는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 정열적인 춤 플라멩코, 가우디의 건축물, 투우, 시에스타....에스파냐가 한가득 담겨있습니다. 에스파냐어라는 국어외에도 네 가지 공용어를 쓸만큼 다양함과 복잡한 국민구성이 갖고 있는 에스파냐의 특별함, 무엇보다 우리가 잔인한 게임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투우, 그 속에 담긴 에스파냐 사람들의 인생철학과 정신을 이해함으로써 그 나라에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그렇게나 열심히 보던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축구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 역사의 기원, 무려 800여년의 이슬람의 지배에서도 꺽이지 않은 에스파냐의 국토회복운동, 주변 유럽국 간의 결혼과 동맹으로 맺어진 복잡한 유럽사, 우리 역사와도 오버랩되는 좌파와 우파간의 싸움, 이념을 명분으로 에스파냐 국토안에서 벌어졌던 전쟁, 36년간의 프랑코의 독재,....
식민지 시대를 이끌었던 항해대국 에스파냐의 번영과 몰락, 그리고 에스파냐의 재건까지 긴세월 걸어온 역사를 알게 되면서 지도상의 한 나라였던 에스파냐가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지도를 그려보고 다른 책을 더 찾아보게 만드는, 진정한 역사도우미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 깨알정보와 이원복 교수님 특유의 유머가 담긴 이야기 방식은 만화책 특유의 개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를 찍듯 다양한 각도로, 또 반복해서 들려주니 얽혀있던 역사가 실타래 풀어지듯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책 한 권으로 한 나라의 유구한 역사를 접하고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제가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은 다른 만화책과 달리 집중해야 돼~"라고 했더니 딸이 옆에서 "맞아~,그리고 읽으면서 도를 닦게 돼~"라고 동의합니다. 아! 라고 감탄하게 되니^^

 

 

 

 

<먼나라 이웃나라>1권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긴 여정을 신 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이원복 교수님 덕분에...보고 또 보게 되는 책, 세계사 특히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복잡하고 긴밀한 유럽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꼭 읽어야할 시리즈입니다.

신비스런 표지그림부터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그림책 [비밀의 강]
사계절의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다 명품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정말 많은 걸 함축하고 있고 또 들려줌을, 우리들을 이야기 속으로
푸욱 빠지게 하는데는 많은 글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이 그림책들이 말해주지요.

작가의 사후에 발견된, 어쩌면 다른 원고뭉치들과 함께 묻혀버렸을지도
모르는 이 책의 탄생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 순수한 동심 잊지 말라고
작가가 뒤늦게 선물한 건...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작가가 일생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플로리다....그래서인지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플로리다의 울창한 숲에서 시작합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칼포니아, 여느
아이들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강아지 버기 호스와 늘 함께하는 귀여운 소녀입니다.
숲과 마을에 찾아든 불경기, 불경기가 뭐냐고 묻는 어린 칼포니아는 아빠의 걱정과 한숨을
덜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네요. 아빠를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가기로 결심한 칼포니아, 언젠가 남편과 돈 때문에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저금통을

갖고와서 내밀던 아이의 고사리손이 겹쳐지기도...

세계아이들의 마음은 어디서나 이렇게 맑고 순수할 텐데.....

아이의 머릿속에 가득찬 물고기 생각....그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한 그림이 참 인상적입니다.
'자신이 물고기라면 뭘 물고 싶을까?' 고민하는 아이의 예쁜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지지요.
섬세하면서도 신비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들을 보면 볼수록 깊이가 있고

그림에 빠져듭니다.

좋습니다. 숲속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는 칼포니아에게 비밀의 강에 가면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아주머니 말씀처럼 마치 숲속 동물들이 길안내라도

해주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비밀의 강에 도착한

칼포니아, 책을 읽는 동안 이끌리듯 칼포니아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숲 속 비밀의 강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마치 저만 특별히 초대받은것처럼.....

삼나무의 밑동에 앉을 때조차도 앉아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착한 소녀, 마을을 돕기 위해
물고기들에게 화내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이 만든 종이장미로 메기를 잡는, 어른들의

뾰족한 낚시바늘처럼 아프지도 않겠지요. 자연과 자연 속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조심스런 마음이 드러나는....
넉넉하게 잡은 물고기들을 욕심내지않고 또 숲 속 배고픈 동물들에게 나눠주는 칼포니아.
욕심부리지 않는 칼포니아이기에 자연이 그 비밀스런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까요.
돌아오는 어두운 밤 숲속에서 만난 사나운 짐승들에게 두렵지만 물고기를 상냥하게 건네고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받은 것처럼 느끼는 칼포니아,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소녀의 시를 읽다보면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칼포니아가 잡아온 물고기는 아빠의 가게에서 팔리고 굶주리고 힘든 사람들에게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을 하게 만들었지요. 마을이 다시 넉넉해진 이후에 칼포니아는 비밀의 강을

다시 찾을 수 없었지만....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그림책에서 참 많은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어른들을 위한 책같기도 하구요.
칼포니아처럼 풍요로운 비밀의강 마음 속에 담아놓을 수 있다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간절함과 맞닿아있는 마음 속 비밀의 강이 풍요로운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