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그대로 보여주는 병원24시나 닥터스, 또는 하얀거탑 같은 드라마,
로빈 쿡의 의학추리소설을 통해 들여다 본 의학부분은
우리 일반인에게 참으로 어렵고도 먼 분야이다.
엊그제도 남편과 나는 척추측만증을 앓는 세자매의 사연을
닥터스를 통해 보았고 의료진의 놀라운 기술에 경탄하며 그 주인공들의
기쁨의 눈물에 함께 했었다.
그런 고마운 의학의 뒷면에 이런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이 책은 더욱 충격이었다.
시체의 부위를 사고 파는 일이 백 여년 전의 과거의 일이 아니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런 경악스런 뒷거래가 미국만의 일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 없으니 더욱 두려워진다.
청문회와 법원 기록을 통해 실제 일을 가감 없이 보여준 이 책은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 그 이후 아니면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이웃을 떠나 보낸 이후를
마구 의심하게 된다.
가족들이 화장장 앞에서 엎드려 울고 있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들의 부를 위해서 서슴없이 시신에 칼을 대고 자르고 조각내었을
그들은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씌우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철면피들이었다.
생소하고 낯선 해부의 세계를 용감하게 발을 내딛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어둠의 거래를 밝혀서 많은 이들의 눈을 뜨게 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준 애니 체니 작가를 다시금 기억해야겠다.
나는 내가 상당히 엽기적이라고 자처해왔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를 탐독했고
그 당시 인기몰이였던 X파일을 남편 몰래 시청했던 전력이 있기에.....
하지만 허구를 다루었던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 사건을 파헤친 이 책은 식사 시간 전후로 읽기 불편한 책이었다.
숭고하게 자신의 주검을 순수 연구 목적으로만 쓰이기를 바라며 기증하지만
아무리 숭고한 뜻으로 기증 되었다 해도 죽음 이후에는 의미 없이 불려지는 번호 58600번
서른 한 조각으로 잘려져서 무슨 짐짝처럼 개별 포장되어
시체의 뒷거래가 남기는 엄청난 파장
건강했던 한 청년은 간단한 무릎 수술 후 원인도 알 수 없는 감염으로 사망하고
또 다른 여인은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된다.
시체매매에 몸 담은 적 있다는 한 남자가 기자에게 거침없이 하는 말
자신들에겐 신문의 부고란이 경제섹션이라는 말 그것도 피 튀기는 경쟁 세계
돈의 유혹에 빠져 시체를 훔치던 자들은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고….
방세 4파운드가 밀린 노인의 시체를 갖다 주고 7파운드의 돈을 받은 그들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 더 가치가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동물시체가 있는 곳에 하이에나와 독수리가 있듯이
돈의 유혹이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음험한 시체거래시장에 마이클 브라운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적나라란 시체거래를 보여주는 신청서에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무릎 표본 하나, 어깨 표본 둘 각각 포장해주세요.
몸통 두 개. 60대 여성 선호, 몸무게는 70킬로그램….
의료기술이 없었던 머언 과거의 일이려니 했던 나는
현재에도 엄연히 아니 더욱 크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 규모가 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에 해당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으면 끝이라는 말과는 달리
죽음 그 이후가 더 두려워진다.
이중적인 시체판매상 브라운의 공장이었던 화장장문에 씌여 있는 문구
기억하세요
이 문 너머는 건물 전체에서 가장 신성한 곳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곳으로, 가족들에게는 가장 힘든 경험을 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문 너머에서 존경과 봉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하며, 가족들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겼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바램은 이 문구대로 고인이 편안히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