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있는 실험]시리즈가 프랑스의 어린이과학도시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라니
부러운 마음도 드네요.
어린이 과학도시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과학기술을 보여주고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발견하는 기쁨과 호기심을 북돋아주는 거라고 하는데
이 책 한 권을 보아도 그 행복한 의도가 보여집니다.

과학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이죠.
그 호기심을 맘껏 펼쳐보일 수 있는 활동이 바로 실험이고
이 책은 아이들의 즐거운 실험보고서네요.

실험하기 전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엉망진창이 된 프리송의 첫 실험]
위험한 건 어른에게 부탁하고 실수해도 실망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빨대를 사용하면 감기 걸린다는 장난어린 충고까지
세세하게 자상하게 아이들이 실험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짚어주네요.
공기에 대한 참또는 거짓은 뿅망치 하나 준비해서 온 가족이 참여해도 재미나겠어요.

꼬마 과학자 뿐 아니라 초5 어린이 과학자도 박장대소
웃음이 넘치는 과학실험이었어요.
일요일이라 놀려고만 하는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밀린 학습지, 일기 등)을 끝내면
실험하자고 했더니 눈에 불을 켜고 하네요. 귀여운 아이들~^^~
온 가족이 참여해야 하는 풍선로켓
로켓하면 야외의 넓은 공간에서 많은 준비물을 갖춰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필요한 준비물이 달랑 풍선, 끈, 스카치테이프, 빨대, 가위 입니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풍선을 불어보더니 힘에 부치는지 아빠의 도움을 받고
긴가민가 하면서 파란 풍선을 손에서 놓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리는 풍선로켓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모두 웃고 또 웃었어요.
사진에 담아보려 해도 너무 빠르니.....

페이지마다 실험이니 아직 해봐야하고 하고 싶어하는 실험이 무궁무진입니다.
재료도 감자나 빨대, 빈 요구르트 컵 등
너무너무 구하기 쉬운 재료라 실험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도 되는건지....
말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직접 아이와 함께 실험하며 웃다보면 공기의 비밀을 양파 껍질 벗기듯
한 개씩 알아나가게 될겁니다.
아이가 천재인지 알고 싶다면 p.18 의 실험을 해보라고 부추키기도 하구요~
한 장씩 넘길때마다 작은 입체북처럼 넘겨보는 재미가 솔솔
마지막에 하늘을 나는 다양한 도구
이것마저도 상상력이 넘쳐나네요.
새들이 끄는 열기구, 박쥐날개같은 글라이더, 럭비공처럼 생긴 기구 등...

아무리 맛난 요리도 재료부터 구하기 힘들다면
그림의 떡이 듯이 아무리 재미난 실험도 직접하기 힘들다면 소용없지요.
손쉽게 하는 이 책의 실험으로 왕성한 아이의 호기심이
콩나물 자라듯 쑥쑥 크는 것 같아요.

히틀러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었던 권력자 스탈린을 만났습니다.
브렌다 하우겐 글 속의 스탈린은 한 명의 광기 어린 독재자일뿐이나
옮긴이의 역사마주보기를 통해서 들여다보면
역사 흐름 속의 러시아라는 넓지만 빈곤했던 상황 속에서의 스탈린을
좀더 다른 각도로 보게 합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스탈린의 모습이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니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자는 말을 통해 균형되고 넓은 시각으로 보도록 도와주네요.

이 책에 나오는 딱딱하고 낯설고 긴 이름들 덕분에 발음연습에도 한 몫 했답니다. ~^^~
요 이름들을 한 번 따라들 해 보세요.
스탈린의 원래 이름---요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주가시빌리
레닌의 원래 이름---블라디미르 일리치 율랴노프
스탈린의 엄마이름---예카테리나 주가시빌리
레닌의 부인---나데즈다 크룹스카야
야코프 스베르들로프
레프 트로츠키
그리고리 지노비예프
바체슬라프 미하일로비치 몰로도프
세르게이 키로프
니키타 세르게예비치 흐루쇼프

자기 아들의 죽음도 가슴 아파하지 않다니 그 매정함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아들만 특별대우하기를 거부한
부성보다 애국심이 먼저인 선택이 아니라
자식도 국민들도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한 냉혈한이었기에 무섭게 느껴집니다.
공장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농민들의 경직된 표정에서 스탈린의 억압이 느껴집니다.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었다는 어릴 적 가정환경의 불우함을 감안하더라도
스탈린의 잔인함이 다 설명되지는 않네요.

역사 속에서 한 사람을 두고 엇갈리는 평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박정희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주역이라는 평가와
군사와 독재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주범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지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편협한 눈으로 보지 않도록 다방면의 자료를 보고
귀를 열어놓고 공부해야 하는 게 역사를 배우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히틀러는 그림을 그렸었다는 의외의 면이 있어 놀랐었는데
스탈린은 시를 썼다는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되어 놀랐어요.

연분홍빛 꽃봉오리가 피더니/ 온통 푸른 빛 도는 보랏빛이네/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계곡의 백합 풀 위에 누웠네//
종달새 짙푸른 하늘에서 노래하며/ 구름보다 더 높이 날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이팅게일/ 숲 속에서 아이들에게 노래 불러주었네//
꽃이여, 아 나의 그루지아여!/
평화가 내 조국에 넘치게 하라!/ 친구들이여 노력해/
빛내라 조국을!”

스탈린의 시 “아침”을 찾아 보았습니다.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과는 너무 다른 서정적인 시라
한번 더 놀라고 맙니다.

스탈린이 정권을 잡은 후 자신을 우상화시키기 위해 많은 정보를 왜곡했을 텐데
기자 출신답게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스탈린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레닌의 뒤를 이어 스탈린
수순에 따라 자연스레 정권 넘김이 이루어진 줄 알았는데 어두운 음모와 모략, 협박이
함께 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소련 붕괴 후 쓰러진 스탈린 동상의 사진을 보며 권력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신뢰 위에 세워지지 않은 정부나 권력은 사상누각처럼
보는 이도 권력을 가진 이도 위태로울 뿐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친구까지 암살하고 불안해하며 권력에 집착하는 스탈린의 모습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다고 묘사한 제목이 딱 들어맞는
스탈린의 일생이었습니다.

독재자로서의 모습과 함께 불도저처럼 러시아의 경제 발전 공업화를 단기간에 밀어부친
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부작용과 농민의 희생이 있었지만 노동자를 교육시키고 100년이 걸리는 경제성장을
10년 만에 해낸 공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하지만 정신적 성숙 없이 몸만 커진 영화 속 아이처럼
단기간에 경제를 일으키려고만 했던 스탈린의 소련
그 붕괴는 당연한 결과인 듯 합니다.

책 뒤에 덧붙인 용어설명과 색인이 책 속의 부록 겸 사회사전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의 말미에 세계를 두 동강 냈던 냉전시대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우리나라처럼 반으로 잘린 동서베를린의 분단 그 배경을 말해줍니다.
그 중심에 이 책의 주인공 스탈린이 있었네요.
그러니 20세기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탈린을 꼭 알아야 한다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하면서 역사 속의 주요인물을 따라 역사를 읽어나가는 것도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배우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또 한 명의 독재자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도 만나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