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미술관의 쥐]
시작부터 화가의 의문의 죽음으로 시작하니 추리소설다운 긴장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중반으로 가니 초반의 강한 흡인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미술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짜 그림거래와 실상 등을 다룬 [미술관의 쥐]는 사실
미술하면 순수예술로만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미술관의 관장과 신인작가와의 만남
그리고 관장의 자살
그 주변의 세 사람을 의심케하는 상황들
암시 같은 그림 속의 점 그리고 유일한 단서일 것 같은 남겨진 원고 등
신인화가이자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준기가 영문을 모른 채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엉킨 실타래 속에서 막막해 있을 때 보는 나도 왠지 답답했는데 김준기가
‘작품 속에 비밀이 있다'
는 말을 모티브로 차근차근 친구인 양누리와 계획을 세우며 행동하는 모습이 듬직했다.
모든 범죄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변실장의 궤변
‘작품은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입니다.
작품을 누가 정말 진짜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누가 그린 어떤 작품이다 라는 믿음을 갖는 순간 진짜가 되는 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 음모의 진범은 미술관의 세 사람과 가짜 그림을 유통시킨 조직폭력 단체일지 모르나 그 너머에는 미술작품을 단지 재산의 일부로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물질만능주의라는 범인이 있다고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책을 덮으면서 미술용어와 입에 익지 않은 화가들의 이름과 화풍 등이 머리 속에 떠돌아 혼란스런 느낌이다.
그 낯섬이 추리소설 본연의 집중력에서 멀어지게 한 것 같다.
다빈치코드를 읽으며 남편이 학창시절 샀던 명화집의 [최후의 만찬]울 셀 수 없이 들여다보았다. 볼수록 소설 속에 빠지며 정말 그럴 듯한 추리와 긴장감을 느꼈기에
[미술관의 쥐]도 그렇게 그림 속의 암호를 찾아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템페스타] 라는 작품과 조르조네 아울러 베네치아파까지 감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 속의 설명에 나오는 벽 속의 용을 찾으려고 작은 그림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기도 했다.
예술 특히 미술에 무지한 독자들을 위한 자상하고 상세한 부연설명
난 아예 에필로그부터 읽어 보았다.
책 속의 책 같은 에필로그를 통해 미술은 고립된 예술세계가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상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조선의 천재 화가 김홍도가 정조의 죽음 이후 낙향하여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기록을 보며 정치와 예술은 동떨어져 있으니 그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지 왜 쫓아 냈을까 의문을 던졌더니 실상 알고 보면 예술이야말로 정치세력과 절대 무관할 수 없다며 근간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신정아 사건을 비롯 여러 미술대전 심사에서도 결코 권력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말들에 적잖이 실망한 터였다.
작가는 추리문학의 반전이 너무나 만연해진 이유가 추리문학의 뿌리가 깊지 않은 우리사회가
원인이라고 했으나 나 역시 뿌리가 깊지 않아서인지 정공법의 미술관의 쥐가 뭔가 하나 빠진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아마도 너무 강한 반전의 맛에 길들여져서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박관장의 유언이 되어버린 칼럼원고 [미술관의 쥐]는 이 음모의 결정적 단서가 아니라
작가가 우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처럼 느껴진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의 初心이 바로 예술이라는…..
김준기를 만나 해 준 유언 같은 이 말을 그 칼럼에서
‘예술은 순수의 회복’이라고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림과 추리의 색다른 만남으로 미술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우리 동양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