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처럼 반듯한 글쓰기 수업이 아니었다.
수다스런 이웃 아줌마처럼 아들이야기, 친구이야기를 들려주며 글쓰기의 어려움을
과장되지 않게 솔직하게 들려준다.
작가라는 직업을 고상하고 우아한 작업이라고 알고 시작했다면 진즉에 그만두라는 듯하다.
때로는 쉽게 읽혀지고 때로는 무슨 말인가 의아심이 들기도 했다.
거창하게 작가가 되고 싶은 거만함으로 이 책을 읽은게 아니었다.
단지 글쓰기(소소한 일상이나 이렇게 써고 있는 서평 한자락이라도 )를 좀 수월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글을 읽을 때는
'전 책을 출판하고 싶은 작가지망생이 아니라
그냥 글을 조금 더 잘 쓰고 싶은 작은 소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구요'
라고 항변하기도 하면서 읽어나갔다.
어릴때의 말라깽이 괴짜모습의 앤이 갖고 있는 글쓰기 능력덕분에
다른 아이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언제나 앤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게 우리가 작가들을 통해 만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책을 통해서 나를 내 가족을 나의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게다.
뒷부분 글을 쓰는 이유에서 나오듯이 책을 펴서 읽다가 '맞아!' 라고 외쳤던 그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고 책으로 받은 감동을 책을 써서 돌려주고 싶어 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또 그녀의 소설이 나오기까지의 시련을 무겁지 않게 들려준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작가의 치열한 작업과정을 들여다 본 느낌이다.
또한 재미있는 비유로 글쓰기 과정을 설명해주어 기억에 남는다.
결말을 짓는 과정을 문어의 발을 이불속으로 밀어넣은 작업이라니....
거의 모든 명문들도 거의 다 형편없는 초고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며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격려한다.
중간중간 흘리듯 하는 말을 주워보았다
시작이 반이다.
한번에 한 가지씩
얼마간은 매일매일 써라
글쓰기를 갚아야 할 빚처럼 다루어라. 그리고 어떻게든 끝맺을 수 있도록 헌신하라.
책이 출판되는과정의 지난함과 기다림의 연속, 자존심의 내팽개침, 자신과의 끊임없는 전쟁임을 알게 해준다.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내놓고 기다리는 목타는 시간들, 혼자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기도 하며....
기다리는 시간들을 이렇게 솔직하게 적은 글을 처음 읽었다.
다른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평범한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과한 자만심만 심어주는데 반해
이 책은 출판전의 기다림과 출판 후의 견딜수 없는 악평까지 작가가 겪어야 하는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존경받는 작가가 쉽게 되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과 똑같은 두려움으로
빈 페이지를 쳐다보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를 망설이고 조잡한 글에 안절부절하는 모습에서
일말의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재능이 없어도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한다면 충분한 재능이라고 우리에게 격려해준다.
그 말에 힘을 얻어 부족한 글이나마 꾸준히 써보리라 다짐해본다.
글을 쓰는 일의 진정한 보상은 '글쓰기 그 자체'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기울인 헌신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선물'
내가 책에서 고른 글쓰기 수업의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