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를 넘어간 아이에게는 글자 있는 책을 읽혀야 한다는
엄마들의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더없이 풍부한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구 펼쳐지는 이 대형책도 그 중의 하나네요.
초등학교 아이도 좋아라 펼쳐보는 4미터 그림책
4미터 어림짐작이 되지 않는 길이
꼬맹이 3~4명이 나란히 누워도 되는 길이라고 하면 짐작될지…..
가을에서 새장을 탈출한 앵무새 니코가 그림 사이사이 슬쩍 숨어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만 굳이 무얼 찾지 않더라도
동네 한 바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내키는대로 누구 한 명 정해서 쭈욱 따라 걸어도 좋고
귀여운 청설모가 분주히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장난꾸러기 강아지의 장난에 울컥하는 환경미화원아저씨의 표정도 재미나지요.
우리가 만나는 책은 수잔네의 가을이지만
내 아이의 이름을 넣으면 또 하나의 가을을 만난답니다.
수잔네의 가을에서는 낙엽이 반은 땅에 떨어져 있고
반은 나무에 남아있는 가을의 풍경속에서 동물들과 어울려있는
이웃들의 다정한 모습으로 시작되지요.
한적한 시골풍경에서 첫 걸음을 떼고 걷다보면 화려한 건물들을 지나
다시 평온한 호수옆의 공원에서 할로윈등을 들고 음악감상을 즐기는
이웃들을 만나네요.
내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도 좋고
책을 들여다보며 누군가 말하는 걸 누가 먼저 찾나 게임해도 좋으네요.
집을 댕강 잘라버린 듯한 그림속으로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집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지요.
가을과 겨울 봄, 여름까지 함께하면 사계절을 비교해보는 특별한 즐거움도 있겠네요.
수잔네 동네를 따라 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관찰력과 추리력까지 챙길 수 있답니다.
누가 어떤 모습으로 또 가을과 겨울은 무엇이 바뀌었을까
세세하게 관찰하다 발견하는 차이점을 찾곤 서로 신기해하기도 했답니다.
전에 반쪽이네의 책에서 매년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 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장소의 변화도 의미있게 보이더군요.
허허벌판이던 공원에서 현대적인 건물로 뒤덥힌 배경으로 바뀐 모습이
아이들의 성장만큼 생소하게 보이는 사진까지 세월의 흐름을
공간의 변화로도 짐작할 수 있는 특별한 사진모음이었지요.
이 책에서도 똑같은 배경 같지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다름이 보이는군요.
넓게 펼쳐진 초원이 있는 멋진 동네는 아니지만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기,
고양이 등 모두 정다운 우리 이웃의 모습이네요.
단단한 하드보드지라 물고 빠는 아기부터
예리한 관찰력으로 추리할 수 있는 고학년 아이까지
두루두루 즐거움을 주는 동화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