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 아파트 옆의 빌라에 살았었다.
다닥다닥 붙은 빌라지역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잘 지어져 있는 아파트의 놀이터로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곤 했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다 보면 엄마들끼리도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는데
왠지 남의 집 마당에 놀러온 듯한 미안함이 들었었다.
그래서 책 속 헌자의 불편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날을 삐딱하게 세운 헌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온 고은이
꼭 부잣집 아이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우정의 시작이 조금 거슬렸다.
가난한 판자집 아이들은 당당할 수 없는지......
아이들도 옷의 차림새를 보고 친구를 평가할 거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편견은 아닐까
돌아보는 마음도 든다.
[내 이름은 나답게]의 온화한 그림을 그리신 김종도님의 그림이 참 따뜻한 책이었다.
책제목처럼 하늘 바로 아래
올망졸망한 달동네의 가난하지만 척박하지 않은 사람냄새 나는 마을과 아이들 그림에
나의 어릴 적 모습까지 겹쳐지는 그림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헌자네 가족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며 하늘 끝 마을이라 불리는 산동네에서 열심히 일하는 가족
마을에 들어서게 되는 13층 고층아파트는 헌자네 가족뿐 아니라
하늘 끝 마을 사람들을 술렁이게 한다.
이런 변화는 어른들의 삶뿐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고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편견의 벽을 넘어 따스한 우정을 그려나간다.
책을 읽으며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하늘 끝 마을에 유아원을 만들어 판자촌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목사사모님,
아픈 엄마와 함께 사는 연정이를 포근히 감싸주시는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
쓰레기통에 버려진 돈뭉치를 주인에게 돌려준 헌자아버지,
힘들게 모은 돈을 연정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선뜻 내놓으신 헌자어머니,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게 이런 이웃들의 따뜻함 때문인 것 같다.
이십 년 후의 만남을 약속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풋풋한 우정에서 밝은 희망이 그려지는 책이었다.
자근자근, 볼강볼강, 데로록, 크렁크렁, 구메구메(남모르게 틈틈이),
퉁탕퉁탕, 짯짯이, 갑북갑북, 클클한 등의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와
우리가 잘 쓰지 않는 순 우리말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히뜩거리며, 새살떨며, 빙충맞다고(똑똑하지 못하고 어리석다),
지르퉁하다(잔뜩 성이 나서 말없이 있다),
칙살맞다(얄밉도록 칙살하다-하는 짓이나 말이 아니꼽게 잘고도 더럽다)
처음의 반가움과는 달리 너무 잦은 낯선 어휘가 책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고
우리 아이 또래 6학년 아이들이 과연 이런 표현을 쓸까 의구심이 들었다.
좀 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써 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사이사이 헌자가 쓴 동시는 헌자의 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언어세상이다.
글로 쓰여진 내용보다 더 많은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