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요즘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그 시대의 소설 그리고
현재의 우리에게는 한문으로 된 고전소설은 다소 어렵고 국문은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고전소설 속에서 그 당시의 사회상을 찾아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박씨전][홍길동전][심청전].....소설의 제목과 내용은 환히 알고 있었으나
그 탄생시대와 사회상을 알고 보니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새로움이 있다.
솔직히 책의 첫인상은 별론데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책^^

춘향전의 이몽룡을 약간 비꼬는 듯한 지나친 천재라는 표현은 살풋
고전의 딱딱함을 풀어주는 유화제같다.
[사씨남정기]에서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왕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한
김만중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사랑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던 [춘향전]을 두 사람의 나이부터 과거시험 분석,
암행어사 제도의 분석을 통해 책 속의 허와 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실학사상의 선두주자였던 박지원 [허생전]의 허생의 인생역전
반쪽짜리 양반으로 양반과 평민 어느 쪽도 갈 수 없는 서자들의 한을 녹여낸 [홍길동전]
여성이라서 더 통쾌한 [박씨전]
나라의 치욕 삼전도를 겪은 후 피어난 여성영웅이야기라 더욱 통쾌했다.
[설공찬전] 이 책에서 다룬 고전소설 중 가장 낯선 그래서인지 가장 흥미로왔던 설공찬전
작가의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금서]라는 이유로 더 끌린다.
금서만큼 사회의식을 반영한 책이 없는 것 같다.
나라에서 금한 책이 힘겹게 우리에게 전해졌으니 더욱 호기심이 커진다.
[흥부전]에서 조선후기의 장자상속에 의한 형제의 빈부차이를 알아내는 등 이렇게 배경을 알고
고전소설을 알게 되면 판소리로 흥부전, 심청전, 춘향전을 접할 때도 그 흥겨움과
애잔함을 더욱 느낄 수 있을게다.
판소리로 불려져서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과 귀를 즐겁게 했다는 것은 이 작품들의 대중성을
한번 더 확인시켜 주는 것이리라.

어려움과 결핍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무궁한 사색과 그에서 비롯된
뛰어난 창조물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세대를 이어서 우리에게 읽혀지는 책을 쓴 작가들은
결코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인륜을 저버리는 왕위찬탈을 보고 미친 척 숨어 살았던 김시습,
양반들에게서 괴물취급을 받았던 혁명문인 허균
역시 유배지에서 글을 쓴 김만중.....
드넓은 이상과 가난한 농민의 삶을 잘 이해하는 이들이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등짐으로
그들의 기개와 정의를 위해 재능을 펼치지 못한 시대가 더없이 안타까워진다.

고전과 논술, 역사와 논술을 짝짓기한 책은 많으나 고전소설 속의 역사의 의미를 짚어주는 책은 새롭다.
일반인들에게 역사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역사추리][역사스페셜][한국사전] 등의 자문을 맡은
정통 역사학자 신병주님의 글이라 정확한 자료를 통해 역사를 헤아려보는 식견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고문(古文)이나 역사를 배울 때 이렇게 입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면 
그토록 지루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양의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렵더라도 끊임없이 책이 나오고 읽혀지는데 반해
우리의 고전소설에 대한 관심은 일부 전공자에게 또는 수능용으로만 미뤄진 건 아닐까~
수능논술을 위해 억지로 펼쳐야 하는 고전소설이 아닌 역사와의 또 다른 만남의 도구로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고전소설에 대한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지우고 역사나 고전소설에 대한 또 다른 시야를 넓혀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에 이런 재미가^^

[한국금융화폐박물관]후기 208.04.13(일)
---화폐금융박물관도 보고 경제적인 소비도 하고~---

화폐금융박물관
방문횟수로는 세번째이나 매번 시간에 쫓겨 휘리릭 둘러보고 가다 보니
늘 아쉬움이 남았던 장소였다.
같은 장소를 두 번 이상 가면 모든 걸 다 봤다는 듯이 거만한 아이들이지만
이상하게 자꾸 가고 싶어하는 화폐금융박물관
'돈'이 관련되어 있어서일까^^
핵교
부산 출신인 나는 익숙하고 정겨운 이름(학교의 부산 사투리가 핵교이기에.....)이다.
하지만 열린 씨앗들의 나눔터(씨앗 핵, 사귈 교)라는 깊은 속뜻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핵교와 아이즐을 통해 금융박물관 체험을 하게 된 일요일 아침
입구에서 만난 선생님은 근대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건물이라는 말씀으로
화폐박물관 소개를 먼저 하셨다.
또 모두 같은 눈높이인 4학년 또래 친구들이랑 함께 해서 더욱 편안한 시간이었다.
돈의 가치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기 참 힘든 과젠데
전시관 내부의 설명에 앞서 투명 피라미드 안에 수북이 쌓여있는 전시물 앞에서
10년전 100원짜리 100개면 살 수 있었던 금덩어리가 현재에는 100원짜리 1000개가 있어야 한다는 비유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돈의 가치를 설명해 주시고 출발~
전시물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너무 가까이서만 보려 하지 말고 멀리 떨어져서 관찰하라고 하신 말씀이
특히 기억난다.
박물관이든 전시장이든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또 다른 무언가를 보게 된다는......
그렇게 뒤로 가서 보니 시대별 똑같이 보였던 엽전들이 그 구멍의 크기가 다르고
테두리가 있는지 없는지 차이점도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직접 실물은 볼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고대화폐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는 '동국사략' 책자가 눈에 띄었다. 한국사전을 보면서 이런 책을 통한 기록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동국사략]
단군에서 삼국시대 말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로 [삼국사략]이라고도 한다는 이 책에
우리나라의 고대화폐 '자모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자모전은 기원전 957년(흥평왕9년)에 고조선에서 사용된 철전이라고 하는데
기록만 남아있다니 아쉬웠다.
고려시대 잠깐 사용됐다는 귀여운 소은병과 예쁜 나비모양이나 동물모양의
다양한 화폐도 만날 수 있었다.
면으로 만든 우리나라 화폐와는 달리 플라스틱으로 만든 서양의 화폐도 특이했고
우리나라 화폐에 숨겨진 위조방지장치들을 찾아보며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집중하는 아이들~
저학년이 아닌 고학년 문턱에 들어선 4학년이 대상이라 좀더 깊이있는 설명도 있었다.
바로 한국은행법은 두 군데를 통과해야만 공포된다는 것
대통령이 소집하는 국무회의와 입법부인 국회
비록 지금은 큰소리로 따라 하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화페박물관에서 선생님과 함께
크게 외쳐본 국무회의와 국회를 사회교과서에서 만난다면 훨씬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역시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할 때는 직접 체험해 볼 때다.
압인기로 엽전모양을 찍어 낼 때 있는 힘껏 돌리는 모양이 정말 돈을 찍어낼 기세다.^^

화페금융박물관 견학의 하이라이트는 돈 1000원을 가치고 알뜰하고 가치 있게 소비해보기
봉투에 넣어준 거금 1,000원(우리 아이 일주일 용돈)을 가지고 평소 꼭 필요했던 물건을 사가지고 오라고 했다.
많은 망설임 끝에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문구를 사 왔다.
심부름은 많이 시켜 봤지만 아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돈의 규모에 맞게 사 본 적은 없기에
이런 경험은 바로 살아있는 경제교육이 아닐까 싶다.
즐겁고 알찬 시간이었다.

그리고 핵교수업을 마치고 사물함에 보관해 둔 짐을 찾으며 미처 둘러보지 못한
2층 체험관을 둘러 보았다.
아이 얼굴이 들어간 만원 짜리 지폐도 만들고 여러 동전의 무늬도 종이에 찍어보고
여러나라 돈 맞히기 게임도 하고 3억이 들어간 지폐뭉치(똑같은 무게만큼 포장해놓은 게 있어서....) 가뿐하게 들어보며 돈의 무게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눈으로나마 돈 구경 실컷하고 온 날이었다.

책 목록에 나와있듯 야무진 체험학습 책이다.
첫 단원[안동민속촌]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여러 가옥을 지역별로 보여주는데
큰 아이 숙제 할 때 집의 구조를 찾아 인터넷 검색을 하던 기억이 난다.
뒤에 자료집으로 깔끔하게 다 나와있으니 숙제도우미로도 제격이다.
마치 사회책을 다시 한번 편안하게 복습하듯 학습이라는 부담감없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그 곳에 직접 가듯 상세한 설명과 사진, 재미있는 만화도 곁들여 꼭 체험학습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같은 주제로 가 볼 수 있는 여행지를 알려주는 [이 곳에도 가보세요!]로 더 폭넓고 다양한 체험정보를 전해준다.
안동의 헛제사밥이나 건진국수, 특이한 가옥구조 까치구멍집이나 도토마리집, 나무의수액이 이동하는 꿀럭꿀럭 소리를 청진기로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
4.9 총선을 계기로 더 접근해보고 싶었던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건물의 숨은 뜻(기둥 24개가 국민의 의견을 24시간 수렴하겠다는 뜻),
허름한 옷차림으로 대학정문에서 쫓겨난 일화의 장욱진 화가, 프랑스의 괴짜화가 이브 클렝, 거꾸로 누워서 젖을 먹이는 고래이야기, 적을 만나면 자신의 내장을 뱉고 도망치는 해삼^^ 등
중간중간 감칠맛 나는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다.
염전 체험에 뒤이어서는 간수를 이용한 두부 만들기까지~
체험학습 후 해 볼 수 있는 활용예도 있으니 생생한 교과체험책이다.
4학년 교과목을 넘나들며 체험교과서를 따라 가다 보면 한 장소에서 사회 뿐 아니라 과학, 미술, 역사, 음악까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기 전 천리포식물원에서 땅 위로 솟은 [낙우송]의 뿌리를 보았다.

사람의 무릎뼈처럼 생겼다고 해서 서양에서는 무릎뼈 나무라고도 불린다는 이 나무가 뿌리로 산소를 호흡하는 나무였다는 과학적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 접하니 꼭 책을 접하고 보지 않더라도 보고 온 사실을 책에서 다시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다.
전에는 그냥 신기한 뿌리였다는 놀라움을 접했다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한 후에는
잊어버리지 않는 지식으로 머리에 남지 않을까~
이렇게 체험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것 같다.
체험을 통한 살아있는 배움을 최선이라 생각하는 엄마로서 체험의 길잡이가 된 책이다.
체험보고서 쓸 때 꼭 챙겨야 할 주의사항과 보고서의 다양한 양식도 알려준다.
아이들이 이 책과 함께 책상 위의 딱딱한 이론만 읽지 말고 살아있는 체험을 통해
온 몸으로 느끼는 4학년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