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서점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중국작가들의 작품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쑤퉁의 [눈물]이나 차오원쉬엔의 [사춘기],
황베이쟈의 [상큼한 오렌지, 작은물고기] 등 몇몇 작품에서 만난 중국작가들의
다양하고 부드러운 작품에서 중국문학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시작부터 심상찮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병아리라…..
사람에게 길들여져 가족처럼 받아 들여지는 개와 고양이와는 달리
날개가 있어도 날지도 못하며 그저 먹거리로만 받아들여지는 닭
그것도 이제 갓 태어난 병아리가 희한하게 사람 말을 알아 듣는다.
영화 ‘닥터 두리틀’ 에서 인간이 동물의 말을 알아 들으며 혼란이 시작되듯
알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없어진 자유에 대한 물음과
‘우리 조상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의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데……
진정한 수탉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닭을 보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정신병원에 수용된 다른 이들이 무기력한 삶에 길들여지는데 반해
쉴새 없이 저항하여 몸은 식물인간이라는 굴레에 갇히지만 정신의 자유를 찾은 주인공 같은,
[마당을 나온 암탉] 에서 잎싹이 양계장에서 주는 대로 먹고 알이나 쑥쑥 낳으면서
편하게 배불리 살 수 있는 삶을 버리고 춥고 배고프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자유를 찾아 나아가듯
욕심으로 가득 찬 인간에게서 벗어나고자 무리를 이끌고 나아가는 수탉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자유를 향한 강한 열정이 느껴진다.
‘네가 겁이 많은 것은 아마 생각을 너무 하기 때문일 게다.’ 라는 아빠수탉의 말처럼
점점 생각이 많아지는 수평아리는 걱정도 점점 많아진다.
우리가 항상 새장이나 닭장에 갇힌 동물들을 구경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입장을 바꿔 생생한 수평아리의 내레이션을 들으니
마치 우리 인간이 관찰 당하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든다.
인간이 바라보는 닭의 종류는 알을 낳아주는 암탉과 고기를 제공해주는 닭
단 두 종류뿐인 것 같다.
주인이 주는 밥을 먹고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면 되는 쉬운 삶을 버리고
투쟁하는 삶을 선택한 수탉에게서 먹고 사는 데만 급급한
우리 인간을 부끄럽게 하는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쉬운 길은 배움의 기쁨이 없지만
아무나 가기 힘든 길은 돌아오는 기쁨이 큰 법이다.
특별하다는 거 남들과 다르다는 거 그 만큼의 인내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배가 고프더라도 자유로운 생활이 좋았다’고 말하는 참 특별한 수평아리는
동료들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하며 어느새 의젓하고 늠름한 수탉이 되었다.
그토록 존경했던 아빠수탉을 쏙 빼 닮은…..
닭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족제비와의 사투에서 살아 돌아온 아빠
비록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힘과 새벽을 깨우는 힘찬 목소리는 잃었어도
그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우두머리 아빠 수탉은 인간에게도 아빠의 든든함을 일깨워준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손을 과감히 탈출하는 토종닭
아빠 수탉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자유를 찾아 나서는 수탉
그의 고군분투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진정으로 분투하였기에……

닭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참 특별한 책 한 권이었다.

(분투 [奮鬪]의 사전적 의미 [명사]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노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