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곳에서 지겨운 마음으로 지겨움을 타파하기 위해 꺼내드는 책으로는 확실히 별로였던 것 같다. 좀 더 다른 장소에서 다른 마음가짐으로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책 자체는 아주 좋았다.

 

처음 책 표지를 열고 소제목을 보고 읽어나가기 시작할때까지 나는 이 책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었다. 작은 제목이 달린 챕터를 몇 개 읽어가기 전까지는 제목이 사람 이름을 의미한다는 것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계속되는 인물의 외양 등의 세밀한 묘사에 응?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심지어는 무지 지루한 장소에서 지루함을 없애려고 읽고 있는데 더 지루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으니...). 하지만 뒤로 읽어 나갈수록 점점 몰입.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 딱 하나 이것은 이런 의미야 하고 말할 수도 없거니와 한 번 읽어서 그 뜻을 다 파악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책을 읽으며 나는 인간들간의 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인가, 얼마나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가 하는 점을 느꼈다. 어머니에게는 사랑과 죄악의 결실인 자식 한 명 외 나머지 식구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가족들은 복수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욕망에 의해 중요한 것을 하나씩 잃어버림에도 불구하고 정작 복수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는 새 이와 부인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자식들은 담담하다.

 

결국 삶은 계속된다. 무섭고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가장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던 아버지가 가장 빨리 새 삶을 찾고, 자식들도 그 새 삶에 당혹하지 않고 약간은 반기는 마음이 드는 그 것, 죽어 누워 있는, 냄새나는 어머니를 마침내 처리해 버렸을 때 미래가 없을 것 같던 그들의 삶은 가장 무능했던 아버지로부터 새로 시작되었다.

사나이의 목(타인의 목)을 읽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나는 매그레 시리즈 전집 출간 소식을 접하여 시리즈 전권을 구매&숙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고, 현재 틈틈이 실천 중이다.

 

역시나 시므농의 묘사는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정확하면서도 세밀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지 "거무스름한 하늘 틈새로 나의 마음을 적시는 축축한 눈물이 내린다" 그렇게 안 써서 난 너무 좋다. (반대로 한국 작가들 그렇게 써서 너무 싫다) 그렇게 안 써도 몰입하게 하는 점이 역시 최고의 장점이다.

 

이번 책에선 색다르게 써 보고 싶었는지 여러 가지로 다른 시도를 한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 앞부분과 뒷부분의 주인공을 다르게 설정해서 책이 2부로 구성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황야의 이리 3부 구성처럼..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 무엇보다 추리나 이어질 사건에 대한 긴장감이 없는 추리소설이라는 점이 일반 독자를 당황하게 할 것이다. 나는 참고로,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추리의 형식을 빌린 인간 본성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도리스 레싱의 '생존자의 회고록'을 SF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다) 아아, 그것보다 이번 책에서는 매그레의 심리 묘사보다(심리 묘사를 환경에 대한 묘사로 대신하는 점도 특이하지) 범죄자로 추정할 수도 있는 사람의 심리 묘사에 공을 무척 들였다. 그래서 앞부분 읽을 때 마음이 너무 답답했고, 범죄자의 캐릭터 자체에 매력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매그레 시리즈가 되어 버렸지만...

 

그렇지만 이 책은 그 뭐냐. 삼거리에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목이 기억은 안 나는 그 책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이미지가 풍부하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매그레 시리즈가 자주 영화화되거나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게다가 항상 인간의 심리나 본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어쨌거나 이번 책은 확실히 레벨이 조금 낮다. 네네,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우리아이 아직 아기였을 때 EBS에서 한글이야호를 하는 걸 눈여겨 봐뒀다. 
여섯살이 된 지금 한글 공부에 활용하려고 여러모로 고민하다가 결국 DVD 구입...
일단 DVD에 부록이 있기 때문에 따로 교재를 프린트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구입한 것이 가장 컸다. 
집에 컬러 프린터가 없어서... 흑백으로 뽑아주기엔 좀 그렇고...

화질은 좀 안좋지만 EBS 홈페이지에서 월 2000원 정도면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었는데, 교재 때문에 구입했더니만

부록에 교재가 따로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 교재를 다 프린트해서 책으로 만들어 줘야 하는 건가?
잉크젯 프린터도 없어서 외부 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귀찮아....

대신 한글스티커와 줄긋기, 낱말카드같은 것이 들어 있는데

그것도 한 DVD에 있는 내용 모두 수록된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수록된 것...
’이런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라는 견본의 의미로 넣어 주신 건가? 잘 모르겠다.......

결국 부록을 교육용으로 활용하긴 좀 어려워 보인다는 소리.

스티커는 꼬박꼬박 다 들어 있다. 

우리 딸 평소에도 워낙 스티커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정작 한글이 야호 DVD보다도 스티커 붙이는 재미에 빠지셔서
DVD는 별로 보지도 못하고 스티커만 줄창 붙이고 있다는!!

어쨌든 글자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게 해 주어서 좋긴 한데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반신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