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자전거 도둑/박완서
박완서님의 여러가지 짧은 단편중 초등 고학년이 읽을만한 작품을 모은 책.
자전거 도둑은 시골에서 상경해 종로 전파사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는 소년의 이야기. 바람부는 날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나갔다가 세워둔 자전거가 옆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를 살짝 긁으며 바람에 넘어져 악독한 차주가 손해배상을 하라며 자전거를 빼앗아 버린다. 묶은 쇠사슬채로 들고 도망쳐 가게로 돌아온 소년은, 도둑질을 하다 잡힌 형 생각을 하게 되고, 정직하고 반듯하게 살라고 당부하던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전거를 다시 도둑질해온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가게 주인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가게를 떠날 결심을 한다. 사실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 소년 입장에서는 그런 행동이 아주 나쁜 짓도 아닌데. 오히려 탐욕스런 승용차 주인이 더 문제인거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세상은 바르고 양심적이고 반듯한 개미들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외 할머니 입장에서 현대 도시의, 영악한 학부모들의 세태를 꼬집는 동화 몇 편.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가서 주변의 미개발 들판이나 판잣집을 맘에 안들어하는 어른의 속물근성을 비웃기도 하고
사라진 자연을 찾아헤매는 할아버지를 등장시키기도 하고.
역동적이거나 극적인 사건이나 표현을 넣지는 않지만 담담한 문체로 자신의 소신을 펼쳐가는 작가의 성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