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에게서 위안도 받고 사랑도 하지만 상처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린 시시때때로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만 위안을 받을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나 또한 얼마 전에 믿었던 사람에게서 또 그리 상처받을 일도 아니지만 노여움같은 것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이 나이에도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내가 우습게만 느껴졌지만 살아있음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기도 했다. 마음이 허할 무렵 화요일의 동물원 속에서 동물들의 얼굴을 보았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 하소연 하기엔 내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에 마음도 지쳐갈 무렵 책 속의 동물 사진들이 어찌나 우습던지 읽으면서 내내 낄낄거리기도 했다. 또한 사진과 함꼐 있는 글들이 내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맞다. 꼭 사람에게서 위안을 얻을 이유는 없다. 동물들은 말을 못하지만 사람을 배신하거나 하지 않는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동물원에 가보면 우리 속의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참 재미있게 즐기다 왔던 기억이 난다. 단지 우리 속에 갇혀 있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 슬퍼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원숭이의 우수꽝스러운 몸짓, 개미핥기의 모습들, 기린의 모습들에 망연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화요일마다 동물원에 갔으니 동물들도 뭔가 생각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에게 지친 일상을 동물들과 말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나 혼자 말을 하고 답이 돌아오지는 않아도 스스로 답을 찾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그리 녹록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는 것은 즐거운 것이리라. 지금의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아둥바둥 사는 것만큼 큰 가치는 있을 것이다. 동물들도 나름대로의 표정과 꿈이 있을 것이다. 나도 꿈과 자유를 포기하며 살 수는 없다. 희망의 메시지를 이 책에서 읽었다. 그리고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수릴 수 있었다. 단지 동물사진과 글 을 읽었을 따름인데 말이다. 나는 내일 과천놀이공원에 간다. 꼭 동물원에 들러서 동물들과 대화를 나눠 보고 올 생각이다. 너희들에게 위안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면 코끼리나 하마는 내 말을 알아들을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