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예고도 하지 않고 죽어 버리면 정말 슬플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친구시어머니께서 생신날 자식들과 함께 가까운 곳은 가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경치좋은 곳에 내려 돗자리 펴고 쉬고 계시다가 잠깐 누우신다고 하시더니 그냥 돌아가셨다. 특별하게 죽음을 예고할만한 아무런 징후도 없이 그렇게 자는듯이 돌아가셨다. 물론 호상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너무 허망하다. 남겨진 시아버지는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만 흘리셨다고 하는데 가슴이 너무 먹먹해질 것이다.
진수의 사랑은 평범하지만 아름답게 시작되었고 아버지 없이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가족의 소중함에 항상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형사라는 직업은 가족들에게 언제나 가슴을 졸이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기에 진수는 가족들에게 걱정을 시키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운명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에서 흘러 나온다. 정멀 원하지 않은 방향에서 말이다. 죽는 순간 진수는 육체이탈을 하고 일그러져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자신의 육체를 본다. 그리고 슬퍼하는 아내 수경을 본다. 그리고 아들과 딸을 본다.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는 엄마의 가슴 찢기는 슬픔을 본다. 아,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죽음을 예고한 적도 없는데, 무참히 썩어 가는 자신의 육신을 아내나 엄마가 보지 않았으면 하고 소리쳐 보지만 그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렇게 이별도 없이 진수는 그냥 죽는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런 경험이 없는 나도 가슴이 답답해 지면서 슬픔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는데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두고 간 아버지의 마음이나 그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나도 부모이기에 말이다.
부디 잘 살기만을 바란다. 자랑스런 아버지를 기억하고 아이들을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아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별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지만 말이다. 예고되지 않은 이별은 더 슬프다. 죽을 것을 알고 있어도 슬프지만 안다면 마음을 무장하게 되는 것 같다. 무장된만큼은 덜 아플 것이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죽은 내 친구처럼 죽을 것을 알고 있어서 그의 아내는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장례식을 버틸 수가 있었을 것이다. 아, 죽음은 언제나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