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열림원 펴냄
암자란 수행자들이 머물다가는 거처이자 구도정신의 본향(本鄕) 같은 곳이다 또한 대개의 명승지들이 관광지돌 탈바꿈하여 세속화되고 있는 요즘 그래도 깊은 산중의 암자만은 청정 공간으로 남아 있다. 암자를 찾는 이유는 옹달샘 같은 암자만의 정취에 함께 젖어보면서 복잡한 일상과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눈과 귀를 맑혀 보자는데 있다 역사적으로 고승의 숨결이 서린 암자, 문화재로써 감동을 주는 암자, 큰 스님이 은거하고 있는 암자, 풍광이 빼어난 암자, 등을 소개하겠노라고 암자로 가는 길1의 서문에서 저자는 하필이면 왜 암자인가? 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리고 그는 일반 여행 가이드류와 달리 정신문화 유적순례나 구도의 여정 쪽으로 암자순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통해 소개된 암자들이기에 더 소개할 암자가 남아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암자 기행 10년을 회향하고자 한단다.
그의 암자순례기는 접하노라면 우선 그의 마당발 불교 인맥이 놀랍고, 해박한 불교 전문지식이 놀랍다 그의 암자 순례기는 단순한 순례기가 아니라 불교 공부를 암자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어 좋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상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암자로 유혹한다. 몇 컷의 사진이 곁들여져 지루하지 않고 영상을 통해 암자의 분위기를 알게 해준다. 거기다가 암자를 찾는 이들에게 도움될 암자의 연락처, 찾아가는 길을 간단하게 안내해 주는 배려까지 .... 암자로 가는 길 1이 지역별로 소개했다면 암자로 가는 길 2는 계절별로 엮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신간인 줄 알고 한두 편 읽어 보았더니 왠지 어디서 많이 읽은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책꽂이를 확인하니 아뿔싸! 나는 이미 5년 전에 읽은 책이다. 출판사와 책 제목만 바뀌어 출판된 줄 몰랐다. 이미 2005년에 “마음의 향기”에서 나를 찾는 암자여행“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책이었다.
이미 한 번 가보았던 길을 다시 걷는 것 또한 별미다. 이 책은 봄암자로 김천 천덕산 산성암을 포함해서 9암자를, 여름암자로 김해 무척산 모은암을 비롯 8암자를, 가을 암자로 장안읍 불광산 척판암을 포함 8암자, 겨울암자로 함양 지리산 금대암을 포함 7암자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마무리삼아 암자순례의 참 의미를 갈무리한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절에도 사격이 있다. 나는 작은 절이 좋다. 호젓하고 작은 절은 저잣거리에서 부대끼는 삶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산사의 기호는 침묵의 덩어리 같은 적막이다. 그 적막은 자기 자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고 자연과 가까이하게 하는 접속부사이다. 사람들이 입을 닫으면 자연이 입을 연다는 금언을 잊지 말 일이다.
10년 넘는 세월을 구도자처럼 암자를 찾아 다녔던, 스스로 ‘나그네’라고 호칭하기 좋아하는 저자가 이제 나그네의 굴레를 벗어 버릴지 누고 볼일이다. 어차피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