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독실한 신앙 생활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교만과 독선으로 충만했던 젊은 날과 달리

나이 먹으며 삶이 자꾸 되돌아봐지고

사랑하던 사람들을 잃으며

'죽음'의 구체적 실상을 가까이 하며

두려움없이 생을 마무리할

믿음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세밑이라 그런가,

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게 만드는

믿기 힘든 고통의 상황에 괴로워하는 부성(父性)을 다룬

'오두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린 딸을 데리고 떠난 가족캠프에서

아무 죄없는 천진한 딸아이를 연쇄살인범에게 잃은 아버지 맥,

그는 카누를 타던 조시와 케이트가 물에 빠지자

아이들을 구하러 물에 뛰어들고,

언니와 오빠를 구조하는 잠깐 사이 어린 미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구조대까지 출동하여 딸을 찾지만 산 속 외딴 오두막에서

미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만 발견되었을 뿐,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칠 년의 세월이 흐르며 마음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에게 그 오두막으로 초대하는 익명의 엽서가 도착한다.

범인의 것으로 짐작한 그는 아내에게조차 사실을 숨기고

오두막에 도착하는 데

거기에서 그가 그동안 그토록 원망하던 신을 만나고

마음의 분노를 표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깨달으며

신뢰를 회복한다는 줄거리는

신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대다수의 줄거리와 대동소이하지만

일반적인 기독교적 신과 달리 하나님이 모든 종교를 포용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고, '교회란 하나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이지 건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지나치게 인간을 억압하는 종교적 제도와 구조,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규칙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종교적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모성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하나님의 모습 또한 이색적이었다.

어쨌거나 진부하고 그리하여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하는 '살며 사랑하며 용서하며 '라는 문구를 자꾸 되새기는 요즘, 또 한 번 잠시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본다....

 

 

"당신은 사랑받도록 창조되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사랑받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그게 바로 당신 삶을 제한하는 거예요."

 

"신뢰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죠."

 

"지혜가 없다면 상상력은 잔인한 감독관이 될 뿐이랍니다."

 

"순종은 사랑과 존중의 관계"

 

"아이들이 한 일이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더라도, 아이들에 대한 내 사랑은 전혀 변함이 없어요."

 

"아는 것이야말로 성장하는 것이고, 사랑은 그것을 포함하기 위해 확장할 따름이죠. 사랑은 결국 아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죠."

 

"감정은 지각, 다시 말해서 특정한 환경에서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반응이죠. 만약 당신이 잘못 지각한다면, 그에 대한 감정적 반응도 왜곡되겠죠. 그러니 당신의 지각을 점검해보고 그 다음으로 당신의 패러다임의 진실성, 즉 당신이 믿는 것의 진실성을 점검해봐요. 당신이 어떤 것을 굳게 믿는다고 해서 그서이 진실인 건 아니죠.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을 되돌아봐요.  당신이 진리 안에서 살수록 당신의 감정은 당신이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규칙은 자유를 가져오기는커녕 남을 비난하는 힘만 갖고 있어요."

 

"나는 동사예요! 나는 살아 있고 역동적이며 늘 활동적이고 또 움직이죠. 나는 지금도 동사예요."

 

"나와 당신이 친구라면, 우리 관계 속에는 기대감이 존재해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때나 떨어져 있을 때도 우리에겐 함께 웃고 ㅓ떠들 거라는 기대감이 있죠. 이런 기대감은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아요.  그것은 살아 잇고 역동적이죠. 더욱이 우리가 함께 있음으로 생겨나는 모든 것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독특한 선물이죠. 그런데 내가 그 '기대감'을 '기대'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우리 관계에 갑자기 계율이 들어오죠. 당신은 이제 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잇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게 돼요. 그리고 살아 잇는 우리의 우정은 규칙과 요구사항이 딸린 죽은 것으로 급속히 변질되죠. 이제 우정은 당신과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친구라면 의당 해야 할 것, 혹은 좋은 친구의 책임에 대한 것이 되겠죠."

 

"기대라는 말에는, 미래나 결과를 모르면서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는 뜻이 전제되어 있어요. 인간은 대개 기대를 통해 행동을 통제하려고 애쓰죠."

 

"나는 여러 가치를 나열한 목록 중에서 첫 번째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모든 것의 중심이 되고 싶은 거예요. 내가 당신 안에서 살 때 우리는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함께 겪으면서 살 수 있어요. 나는 피라미드의 꼭대기보다 모빌의 한가운데가 되고 싶어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멀리 떨어져 지내더라고 우리는 우리 마음과 정신, 그리고 뱃속에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품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세계 안에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계가 우리 안에 살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부흐너 (진실을 말하기)"

 

"용서는 잊는다는 것과 달라. 용서는 다른 사람의 목을 놓아주는 거야."

 

"용서란 너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야. 또한 완전히 터놓고 사랑할 수 있는 너의 능력과 기쁨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지."

 

"눈물은 치유의 물이고 기쁨의 샘물이야. 또 마음으로 말하는 최고의 언어이기도 하지."

 

"당신이 용서할 때마다 이 지구는 변해요. 당신이 팔을 뻗어서 누군가의 마음이나 삶을 어루만질 때마다 이 세계는 변해요."

 

 

밈음, 용서

누구든

남들이 무리수라 평해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자기만의 봉우리가 있다.

무모해보이고 때론 위험해보이기까지 해도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자신만의 도전.

나이 먹으며 희미해지고

결국 존재마저 까맣게 잊고 살아가게 되더라도

젊은 날 오르고 싶던 봉우리.

박범신은 그렇게 잊고 있던

등정의 욕구를 되살려주고 있었다.

책을 덮은 지 벌써 일년 반이나 지났고

그 때 써 둔 느낌이 핸드폰 속에서 사라져버려

기억을 되살려 다시 적어보는 '촐라체' 이야기.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네팔에서 마주한

세 남자.

이야기의 전체 서술자인 '나'와

아버지가 다른 형제'박상민' , '하영교'

이 세 남자가 각자의 입을 빌려 동일한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박상민과 하영교의 베이스캠프지기인 나

그리고 성이 다른 두 형제의 촐라체 등반기

사실 소설의 핵심은 두 형제의 등반기가 되는 셈인데

대자연에 비하면 유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무릅쓰고 죽음을 각오하여

수천미터의 빙벽을 향해 달려들고

죽음의 유혹과 두려움에 맞서

형제애와 인간애로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이다.

이런 결말과 줄거리는 이미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평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문장의 아름다움이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당신처럼 굴복하고 싶지 않아."

 

" '정상은 모든 길이 시작되는 곳이고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이므로 엔돌핀이 분출하는 듯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허망하고 슬픈 느낌이다. 정상엔 허공뿐이다."

 

"소명이 그것이라면 벼랑 끝일망정 눈을 감고서라도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죽자 해서 가는 게 아니다. 살아 돌아오고, 살수 있는 길이 그 길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김선배를 찾아서, 그걸 버려야 내게 살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카르마(업)는 모든 걸 창조한다, 마치 예술가처럼.

카르마는 모든 걸 만들어낸다. 마치 춤꾼처럼.

'예술가처럼' '춤꾼처럼' 춤춘다는 것은 카르마가 고정불변의 운명으로 결정돼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라 했다. 모든 것은 유동적이지만 삼라만상과 과거 현재가 다 서로 얽혀 있으므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카르마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고통이야말로 '온갖 부정적인 카르마를 쓸어내는 빗자루'란 말도 그 원리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 있다.

나 혼자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가 살아 있다. 내가 포기하면 영교도 죽는다. 그러니, 함께 가야 한다. 나도, 영교도, 혼자만의 힘으로 갈 수는 없다. 내가 앞에서 끄는 힘고 그가 뒤에서 의지를 갖고 기는 힘이 보태져야 겨우 움직일 수 있다."

 

"가슴 속에서 새삼 분노가 솟구친다. 나는 뜨거워 진저리를 친다. 당신은.... 결코 우리 뒷덜미를 잡아둘 수 없어, 라고 촐라체에게 소리치고 싶은 분노이다."

 

"현우와 달리 내겐 그리움조차 없었다.

가슴속이 온통 황야인데, 길에서 길로 떠돌아 무엇을 내가 새로 얻어낼 수 있겠는가."

 

"나락으로 추락한 나를 더 이상 버려두지 않겠어. 너희와 함께 나의 남은 인생도 살리고 싶어. 러흐를 살리고, 내 가슴속 이 폐허를 히말라야에 반드시 부려놓고 갈 거야. 갈망과 염원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은 마른 우물에 물이 고이는 것과 같았다. 갈망과 염원이 내게 힘을 주었다."

 

"나는 희망을 쫓아 걷고 있었다."

 

"나는 형이 '정상'이라 부른 그곳에서 정상을 본 것이 아니라, 겨우 나의 목숨 하나를 보았던 것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끝끝내 타오르고 마는 존재의 심지에 붙은 불꽃이었다. 능히 촐라체와 '맞장' 뜰 수 있는, 장장 2500여 킬로미터, 지구의 중심을 꿰고 뻗어 간 장엄한 히말라야 산맥을 모조리 불 지를 수 있는 살아 있는 존재의 황홀한 반역....."

 

"알고 보면 촐라체까지 포함해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이 남아 있는 한 사람은 죽음으로 걸어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처럼 뜨겁고 단단한 사랑을 품은 사람이 어떻게 절망을 쫓아 산에 오를 수 있겠는가. '오냐, 내가 홀로 노를 넘고,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촐라체에 도전할 것이다.' "

 

" '당신,  길을 열어. 내가 갈 거야!' "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 책.

나의 독서습관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의욕을 갖게 해 준

자극제였다.

 

수시로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내년엔

나도 이 프로그램대로 한 번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