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시간 도둑이다. 앉아 있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사건이라도 하나 터진 날이면 특히나 그렇다. 관련 기사 수십 개와 거기에 달린 댓글 그리고 SNS의 실시간 반응을 수백 개쯤은 읽고 나서야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라도 잡는다. 설사 그것이 100% 진실이 아닐지라도.
국내 소식도 매일 매일 확인하기가 힘든데 다른 나라 소식은 오죽할까. 외국어를 공부해 본 경험이 있다면 해당 국가의 새로운 소식이나 사건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는 알아도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터지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렇다고 하루 24시간 동안 국내외 뉴스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뉴스나 신문을 가끔 보면 앞뒤 전개가 이해가질 않고, 매일 챙겨보자니 시간이 부족하다. 이럴 때 누군가가 사건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준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아사히 키워드는 이처럼 한 해 동안 일본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 사건을 한두 페이지 안에 알기 쉽게 정리해 놓은 기특한 책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日経キーワード重要500》나 《現代用語の基礎知識》처럼 비슷한 종류의 책이 출간되는데, 나는 늘 아사히 키워드를 선택한다. 일단 페이지 수가 가장 적어서 부담이 적고, 편집이 깔끔해서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나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나열한 책이므로 이런 종류의 책은 의외로 편집의 힘이 막강하다.
물론 한정된 페이지 안에 사건 하나를 모두 채워 넣어야 하므로 배경 지식이 부족할 때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머릿속에 마구 뒤섞여 있는 정보를 전후 관계에 따라 정리할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체도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데다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썼기 때문에 일본어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