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몰라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잘 먹고 건강하게 꿀돼지 착하고 복스럽게 두꺼비
용감하고 슬기롭게 왕자님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몰라
- 내 동생- 동요 가사인데요.
뜬금없이 책을 읽던 작은 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리더군요.
뭐지? 동요 책인가?
책은 바로 무적 수첩이었어요.
동요 가사처럼 의미 있고 재미있게 별명을 부를 수도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친구의 단점이나 약점으로 별명을 만들어 부르지요.
저도 어릴 때 많이 그랬거든요. 피부가 검다고 '깜둥이' 키가 커서 '꺽다리'등등...
초등학교 때는 제가 큰 편이였어요. 남자아이들보다도 컸지요.
그 키가 지금의 키라서 문제지만.... 너무도 슬퍼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친구 별명을 부르며 놀린답니다.
어느 날 작은 아이 알림장에 '친구 별명으로 놀리지 않기'라고 써왔더군요.
그만큼 친구 별명을 부르며 많이 놀리나 봐요.
큰아이도 저학년 때 종종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놀림을 당하면 기분 나쁘다고... 그래서 자기는 안 한다고 하더군요.
듣기 싫었던 별명이 '조개구이'랍니다. 성이 조 씨라서...
참 유치하기 짝이 없지요.
지금은 그냥 웃어넘기지만 어릴 땐 상처였다고 해요.
아이가 왜 갑자기 별명을 늘어놓았을까요?
무적 수첩에 어떤 이야기가 있기에....
무적 수첩?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고 읽던 녀석의 뜬금없는 노래에
엄마도 궁금해졌지요.
재미있게 읽다가 심각해졌다가...
아이의 표정에서 책 내용을 유추해 봅니다.
뭔가 공감 가는 내용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할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아이가 먼저 읽고 엄마도 궁금함에 책을 펼쳐봅니다.
짓밟히고 구겨진 종이에 차례가 쓰여있어요.
마치 나무의 버려진 수첩처럼....
이 책은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힘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왕대 접을 받는 나무와
어쩌다 그 힘을 갖게 되어 왕이 되는 문수, 그리고 신하가 된 친구들의 이야기랍니다.
왕과 신하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데 말이죠.
어찌 된 일일까요?
문수네 반에는 문수보다 두 뼘이나 크고 주먹도 두 배나 큰 나무라는 친구가 있어요.
어느 날 나무는 문수 앞에 수첩을 떨어뜨리지요.
문수는 수첩을 보고 무척 당황해요.
이유는 문수가 입은 옷이 나무의 여동생 달래 옷이었거든요.
이런.... 친구 동생의 옷을 그것도 여자아이의 옷을 입었단 사실에 별명까지 써 놓은 나무.
정말 너무하군요.
친구의 약점을 갖고 친구를 괴롭히고,
비밀을 지켜준다는 대가로 청소당번을 대신 맡기고, 먹기 싫은 급식 반찬을 먹게 하고,
먹을 것, 장난감 등을 받고 있던 나무였군요.
문수도 약점을 잡혔기에 소중한 황금카드를 빼앗기고 마는데요.
과연 문수는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까요?
나무의 약점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나무의 무적 수첩은 정말 힘이 세다는걸 알게 되지요.
모두 꼼짝없이 나무의 신하가 되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들의 별명이 적힌 무적 수첩을 손에 넣게 된 문수.
그 뒤로 문수는 친구의 약점을 이용하기 시작한답니다.
나무의 행동이 괴씸해 벌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정작 본인도 나무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군요.
자신이 정말 왕이 된듯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친구들의 약점을 이용하며 자연스레 친한 선우와도 다투게 되는 문수인데요.
이대로 괜찮을까요?
급기야 체육시간엔
반 친구들이 문수의 곁에만 오면 웃지도 장난을 치지도 않아요.
문수는 마치 '웃음 금지', '장난 금지' 선이 자신 둘레에 그어진 것만 같았어요.
친구들의 달라진 모습에 문수도 많은걸 깨닫게 된답니다.
처음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점점 익숙해져 가는거죠.
청소를 대신해주고, 과자를 가져다 주는게 당연하다 여기게 되다보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어요.
자기 옆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친구들.
그렇게 혼자 왕이 되면 좋을 까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반성한 문수는 어찌 했냐고요?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해서 친구들이 준걸 받은 행동도 옳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된 문수는
친구들 물건을 도로 돌려주기로 해요.
그리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가슴 뭉클했답니다.
마치 문수인 양 저도 두근두근했으니까요.
좋은 힘과 나쁜 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았던 책이었어요.
아이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고 겪었던 내용인지라
더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
형은 '조개구이, 망고', 동생은 '조개, 바지락칼국수'라는 별명이 가장 듣기 싫었다고 해요.
친구들이 놀릴 때 어떤 행동을 했냐고 했더니
작은 아이는 '이쑤시개'라고 같이 놀렸다고 해요.
큰아이도 그랬다고...
그때의 기분을 물었더니 별로 좋지는 않았다네요.
그랬겠죠. 서로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잖아요.
어른들도....
3학년, 5학년인 녀석들 요즘은요?
그런 장난을 안 한답니다.
그만큼 아이들도 많이 성숙해진 거겠죠.
4학년 때인가? 큰아이는 수업 중에
친구들 장점으로 별명을 지어보기도 했다고 해요.
자기는 '수학 박사'였다면서 만족했다고 하더군요.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한다며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자신의 장점으로 별명을 지어 불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 질문을 했어요.
"만약 무적 수첩을 갖게 되면 어떡할 거야?"
했더니....
작은 아이는 학폭에 신고할 거랍니다.
허걱!
생각지도 못 했던 대답인지라 놀랐어요.
문수는 똑같이 행동했기에 신고할 수 없지만 자기는 할 수 있다고...
너무도 현실적인 대답에 당황했지만 저도 모르는 그 어떤 상황들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아이들은 외모나 이름으로 별명을 지어 부르곤 하는데요.
본인은 재미 삼아 부르는 거라지만 당사자는 마음의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지요.
이 책을 통해
문수처럼 놀림을 당하는 입장과 놀리는 당사자가 되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작은 아이도 뚝딱 읽은 책이거든요.
교과서랑 같이 읽어요!
교과서와 연계해서 읽으면 활용도 배가 되겠어요.
두뼘어린이 시리즈 다음 출간도 기대됩니다.
좋은 책 읽게 이벤트 열어준 건강맘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네요.
이젠 별명으로 상처받을 일은 없다고 해요.
몸도 마음도 많이 자랐나 봅니다.
무적 수첩으로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 아닌
강자에게 자신 있게 맞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 말에 그저 웃지요.
외소한 작은 아이라 늘 걱정했는데...
어느새 마음이 쑥 자랐음을 알게 해준 책이었어요.
친구의 장점에 눈뜨기~ 실천해봐요.
바른 인성을 위한 창작동화 <무적 수첩> 추천해요.
무적수첩,
초등도서,
창작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