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부는 정말 기분 나빴다. 광주의 ‘인화학교’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진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소설인지. 구분이 정말 안되는 ... 그리고 장애아이들을 늙은 교장과 행정실장과 교사가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진...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던) 사실이.. 내가 더구나 교직에 있음으로해서. 더.. 기분이 나빴다.
주인공이.. 본의와 다르게 휘말리게 되는 것...아이들의 편에 서서 싸우게 된 것. 아이들이 점차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들은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소설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기득권들이 우글우글 움직이는 것. 타협하는 것.. 을 씁쓸하게 인정하게 되는 것도. 물론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어릴 적.. 그리고 지금도 영화를 보면서. 정의가 이기고 악당이 패배하는 구조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영웅이 지는 것‘ 그런 걸 접하고 싶지 않았던.. 그런 느낌을 이 소설에서 정면으로 부대끼게 된다.
--- 서른 해를 살고도 그렇게 수없이 패배하고도 아직 그걸 모른다면 너 역시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을거야..... 적당히 모른 척하며 여길 빠져나가. 그만하면 넌 너의 할 바를 다했어...(54쪽) -- 하는 글은 내가. 그리고 흔히 우리가 자기 합리화를 위해 되뇌이는 문구이다. 아.. 생각할 수록 갑갑하다.. 그 갈등의 순간...
눈에 익은 좋은 문장도 실려져 있다. 주인공은 소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 진실은 말이야 그걸 지키려고 누군가 몸을 던질 때 비로소 일어나 제 힘을 내는 거야 (211쪽)
또 다른 주인공(서유진)은 이렇게 말한다.
--- 왜 세상에서는 착한 사람이 맞고 고문당하고 벌 받고 그리고 비참하게 죽어가나? ..... 얼마 전 나는 깨닫게 된거야. 어른이 되면 그 대답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되면 그 질문을 잊고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뭐랄까, 우리의 삶이 그냥 먹고 싸는 것, 돈을 모으고 옷을 사고 하는 그 너머의 무엇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확인하고 싶어.
세상에 닳아버린 형사의 말.(그래도 양심의 여지가 남아있는...)
--- 이 세상은 늘 투명하고 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안개는 장벽이겠지만, 원래 세상이 안개 꼈다고 생각하면 다른 날들이 횡재인 거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안개 안 낀 날이 더 많잖아요?
하지만 그에 대한 서유진의 일갈.. 그 외침을 오래 기억해야겠다.
---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그는 소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오늘날의 수 많은.. 아니 과거의 수많은 인사들은 그렇게 돌아갔다. 무거운 양심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소시민의 하나이다. 행동하는 양심은... 솔직히 무섭다. 나도..
하지만.. 무거운 양심을 갖고 있다. 최소한. 그래서.. 쫌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