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는 지구에서 왜 하루 10만명, 5초에 한 명의 아이가 죽어가는가. 이런 불합리한 질서는 어떤 사정에서 등장한 것이며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8년간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있던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추악한 선진국, 다국적 기업, 세계화와 시장만능주의자들을 까버린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기아를 비록한 이런 현실이 왜곡된 각종 사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다.)
탐욕의 시대는 앞선 책에 이어서 좀 더 두껍게 구체적으로 기술된 책이다. 부제는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이다. 알면 마음이 불편해질까봐. 우리가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회의 세계의 씁쓸한 현실. 그러나 꼭 알아야. 그래야..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사실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중요하다 싶은 부분만 적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다.. 이 정도 읽으면 그래도 책의 주요내용은 파악될 것인데.. 이왕이면 꼭 사서 보라.
13쪽 - 수치심은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로 말미암아 내 안에 연민
의 감정이 생겨나고 연대감이 발동하며 내안에서 행동하라는 부추기미 일어나게 된다.
34쪽 -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특히 자연이 선사한 무상이라면 질색이다. 이들은 자연의 무상성을 일종의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한다.
41쪽 - 200년이 조금 넘는 사이에 불평등은 가히 천문학적인 비율로 증가했다.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자식들이 죽어가는 현상엔 차이가 없다.
52쪽 - 다국적 기업인 핼리버튼,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 세브런-텍사코 등이 미국이 이라크의 유전을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는 데 필요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부통령 체니는 핼리버튼 사의 회장이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는 셰브런을 이끌었다. 부시대통령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전자군수회사들은 테러리즘의 위협이라는 명목아래 대대적으로 늘어난 정부 예산 덕을 보고 있다. 미국의 대형 TV 방송국들의 상당수가 무기 제조회사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NBC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군수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소유물이다.
61쪽 - 현대판 봉건제후들이 이끄는 글로벌 경제하에서는 국가의 권위가 눈 녹듯 녹아버리고 있다. 그 결과 국제법은 강제적인 규약으로서의 기능을 급속도로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64쪽 - 유엔이 정한 고문방지 협약은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에 의해 무효가 되어버린다. 유엔의 5급이상 공무원들 중에 백악관의 확실한 동의 없이 승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75쪽 - 이슬람 중 성전주의자들의 비합리적인 폭력은 세계주의자, 제국주의 무기상들의 야만성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오직 민주주의적인 갈망과 행동만이 제국과 성전주의자들이라는 이중의 광기에 대항할 수 있다.
81쪽 - 부채는 두 부류의 인간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 다시 말해서 외국 채권자들과 해당 국가의 지배계층 구성원들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상당수 국가의 정부는 결국 자국민의 극소수들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86쪽 - 부채에 따르는 원리금 지불 업무(이자와 일부 원금의 상환)는 채무국의 국민총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공립학교나 공공병원, 사회보험 등의 사회투자에 소요되어야할 예산은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103쪽 - 제3세계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외채를 아무런 조건없이 완전히 탕감하더라도 산업사회의 경제와 그 경제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의 복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부자들은 여전히 부자로 남아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약간 덜 가난해질 뿐이다.
116쪽 - 기아로 죽는 사람은 누구든 살해당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살인자의 이름은 부채다.
118쪽 -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열대계절풍에 의한 홍수는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동남아시아에서 외채 부담이 가장 큰 나라 중의 하나이므로, 강에 댐을 건설하여 흐름을 끊는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없다.
173쪽 - 세계의 커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신흥봉건제후들의 수는 날로 줄어든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처절한 전쟁이 벌어지면서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네슬레(네슬레), 사라 리(도우웨 에크베르츠), 프록터 앤드 갬블(폴거), 치보(치보, 에두초), 크래프트(멕스웰, 제이콥) 5대 기업은 종류 불문하고 생산된 커피 원두의 45%이상을 사들인다. 이들 기업은 원두를 볶아서 가공하고 상품화시키는 과정까지 거의 전 과정에 걸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207쪽 - 룰라(브라질 대통령)의 대답은 뜻 밖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에게 표를 준 적이 없습니다. 농부나 노동자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굉장한 편견들이 모든 자율적인 공동의 행동을 마비시키죠” 2002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에서 룰라는 이렇게 말한다. “계급에 대한 편견은 심지어 노동자들 자신의 마음과 정심으로 파고들어, 우리 스스로에게 역사의 주체로서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230쪽 -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 전략과 부채 상환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즉각적으로 부채 상환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39쪽 - 부채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결과 또한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첫째, 한 나라가 대외적으로 허약해지며,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진다. 둘째, 외화로 갚아야할 돈의 액수가 점점 증가하며(갚아야할 돈이 많아진다.) 따라서 한 국가의 젊은 세대들의 발전을 저해한다. 넷째, 주권을 상실하게 되며 국제 금융 시장의 전략과 세계 열강의 위력에 복종해야 한다. 다섯째, 부채를 들여와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혜택을 받지 못하다가 상환을 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만 짊어진 무방비 상태의 소시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248쪽 - 500개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 전체 생산의 5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500개 기업 중에서 58%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들이다. 이들 500개 기업은 모두 합해도 고작 전 세계 노동력의 1.8%만을 고용하고 있지만 축적한 부는 세계에서 가난한 133개국의 부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크다. 신기술, 전자, 첨단기술 등의 독점권을 지닌 이들은 전 세계의 주요 실험실, 연구소 등을 운영하면서 인간의 삶의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한 제품 또는 서비스는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물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류 공동의 자산이 되어야할 생산이나 학문적 발견을 사유화, 독점하는 방식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한다.
267쪽 - 개인적으로 공감을 느끼는 인류애라는 명분에 이윤극대화라는 절대절명의 원칙을 저버린다면 그건 곧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부채와 기아 덕분에 나날이 번영하고 있는 세계화된 자본주의 맥락에서 선택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이들 신흥 봉건제후들이 그들의 활약을 통해서 거두어들이는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고려한다면, 연민의 길을 택해서 제국을 와해시키는 선택은 그들에게 결코 매력적일 수 없다.
312쪽 - 몇 년 전 파키스탄의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벌어졌다. 공공 상수도를 통해 제공되는 물이 비위생적이고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에 합당한 물이었다. 소동이 있고 얼마 뒤 네슬레는 ‘퓨어 라이프’라는 기가 막힌 이름의 생수 판매를 시작했다.
324쪽 -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인간들을 착취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안에서만 인권을 좋아한다.
328쪽 - 경제 전쟁을 벌이는 신흥 봉건 제후들은 온 지구를 거덜내고 있다. 이들은 국가와 국가가 지닌 규범적인 권력을 공격하며 주권 재민사상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며 자연을 망가뜨린다.
329쪽 - 역사의 유일한 주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이다. 시장 만능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그들의 속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계몽주의가 나은 문명적인 기준을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