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알기론 나이가 나보다 한 살 많다. 그의 화려한 말발은.. 끝이 보이지 않으며 탁월한 재치는 부럽기 그지 없다. 또 다행인게 그는 외모에 의해 어떤 평가든 일단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점에서 -안타깝게도 ?? - 공감이 간다.

다양한 직업, 나이를 건너 사람들을 만나고 간단하게 풀어놓았다. 한 사람의 인터뷰, 대담 형식의 책을 봤지만. 이런 형식은 처음이다. 약간은 간략한 듯, 허전한 느낌은 있지만 문장 속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잘 녹아 있다. 요점정리 같은 느낌? 수월하게 읽혀서 3시간여만에 독파하였다. 그래 뭐. 등장한 사람들이 쓴 한 권의 두꺼운 책을 읽는.. 그런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 할 말은 거의 ‘한 두 문장’에 끝나는 거니까.. 책이라는 게..

그리고 부럽다. 실제로 저런 사람들을 만나서 1:1로 대화를 해볼 수 있다는 거. 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거.. 그런 능력이 된다는 거...

 

그런데 ... 유인촌은 어쩌다 인터뷰를 한건지. 좀.. 의아스럽다. 내가 보기엔 그저 부족한 인사일 뿐인데. ‘합리적인’ 보수 발치에 미칠랑 말랑?

나 역시 박물관에 가는 걸 좋아한다. 낡아버린 검과 투구를 보면서. 그 옛날의 날카로움은 온데 간데 없는 세월의 흔적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무너져가는 가옥과 절터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영상을 떠 올리는 재미를 즐긴다. 그런 나와 비교할 때 책 속에서 도시 곳곳을 여행하면서 과거의 건축물로 그 옛날을 회상하는 취미는 통하는 바가 많다. 그리고 인문지리의 맥락에서 답사를 가면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얻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충분히 있다. 이미 몇 군데 체크해 두었다. 도시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약간만 의미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면 골라서 가보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내가 찜한 몇 군데... <성공회 정동대성당, 성공회 온수리성당(강화), 덕산양조장(진천), 히로쓰가옥(군산), 일본영사관(목포), 보성여관(보성), 부산 측후소(부산), 진해우체국(진해), 대정면사무소(제주), 송악산 동굴진지(제주)>

 

다만 아쉬운 것은 두 사람이 과거를 회상할 수 기회를 주었던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당대의 부자, 토호, 권력자의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뛰어난 미적 형태, 방대한 규모, 최신의 유행(당시의)을 통해 그 집의 주인이 ‘일반 민중-다수를 차지했던-’에 미친 영향을 가늠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그 건축물을 만들면서 벽돌 한 장, 기와 하나 얹었던 ‘노동 당사자’의 삶을 볼 수 없다는 것..

그게 말이다. 참.. 이런 글 많이 읽으면 불편할 일은 참 많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양심적인’ 자유주의자인 셈인데..그 불편함이 자꾸 좋아진다. 내 안의 동굴로 자꾸 들어가버리는 지 모르겠다. 도를 다 닦으면, 깨우침을 얻으면 밖으로 나가게 될까?

 

고려대 자퇴생인 김예슬은 ‘김예슬선언’(책)을 통해서 ‘삶으로 살아보이는 스승’이 필요하다고 했고. 신영복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삶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 이라고 했다. 김규항은 이 책을 통해서 “당신, MB식 교육이 애들을 망친다고 하면서 애들을 경쟁과 사교육으로 몰아. 그리고 ‘현실이....’라고 얼버무리면 .. 그건 MB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이가 나쁜 것 뿐이야”

 

책이 두꺼워서 쫄았지만 짧은 글로 구성되어 읽기는 빨리 된다. 중간중간 생각하느라 멈춰설 일이 많았지만.. 내 자식들을 그래.. ‘의식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할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김규항은 계속 말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통틀어. ‘내 안의 이명박’과 싸우는게 정말 중요함으로 외친다. 행복의 기준이 뭐고. 그렇게 생각하면 먼저 그렇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자본의 가치관과 긴장을 유지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