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속에서 화석화된 예수를 되살려내고자 하였다는 서두의 글.
책을 덮고 나서 눈 앞의 안개가 약간 걷힌 느낌이다. 예수는 과연 어떻게 살다가 ‘인간’의 삶을 마감했는가. 곳곳에 실린 당시의 정치 사회 배경에 대한 설명은 신뢰할 근거가 된다.
차분히 책을 읽는다면 당신 역시 .. 아.. 예수의 삶이 ‘구원자’로서만 해석되어서 안될 그럴만한 이유를 보게 될 것이다.
‘지배체제에 의해 사형을 당한 예수’ 이 말은 여러 가지를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정보가 아니겠는가. 그간 예수의 삶을 ‘그리스도’에 국한해 온 주류들의 ‘의도’를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이 책을 권한다. 아래 붙인 주요문구(내가 정한)를 보면 우선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경우에 따라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에도 내가 책을 읽고 정리할 때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요점만 볼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기도하면서. 나 역시 나중에 다시 책을 볼 때 요점만 보고 싶은 알량한 욕심 때문이다. 이해하시라.
14쪽 - ‘하나님’ 이 아니라 ‘하느님’ 으로 표기한 건 그게 보편적인 표기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 있는 주요한 기독교 교단들, 즉 가톨릭, 개신교, 성공회, 정교회 가운데 ‘하나님’을 사용하는 곳은 개신교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하느님’을 주장하진 않는다. 뭐라 부르든 하느님(하나님)의 실체가 변하는 건 아니다.
69쪽 - 하느님은 섬긴다는 건,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려 힘 닿는데까지 노력하면서도 미처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태도이지, 앙상한 교리와 신학을 내세워 자신이 하느님의 권한을 위임받은 양 구는 태도가 아니다.
82쪽 - 우리는 예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술사’ 라서 존경하고 신앙하는 게 아니다. 그 이적이 우리의 삶에 변화와 감동을 줄 수 없다면 단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87쪽 - 예수는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 죄인, 여성, 아이들이 사람취급 받는 세상을 관념위에 구름 속에 건설하려한 게 아니다. 그 현실을 변화시킴으로써 만들려고 했다.그 변화는 원하든 원치 않든 당연히 정치적 갈등과 불화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180쪽 - 교회들이 이미 ‘교회가 아니’라 교회를 가장한 상점 혹은 기업이라면, 그것은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부인의 대상일 뿐이다.
184쪽 - 산더미 같은 음식쓰레기를 떠넘기며 다투는 사람들이 하느님에게 ‘열심히 믿을 태니 더 많은 물질을 달라’ 고 기도할 때 하느님이 축복하겠는가? 그게 하느님이라면 그게 하느님의 축복이라면 그 하느님은 유다인들이 믿던 배타적인 민족신일 수는 있어도 또 돈만 주면 복을 불러주는 무당의 신일 순 있어도 온 인류가 진정 존중할 수 있는 하느님은 아니다.
187쪽 - ‘오른 뺨을 때리면 왼 뺨도 대라’는 그의 말(마태 5:39)은 용서와 순응을 강요하는데 활용된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섬세하게 보면 오히려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 일반적으로 뺨을 때린다는 것은 오른손으로 왼뺨을 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른뺨을 때리면’ 이라고 했다. 그건 손등으로 모욕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모욕당한 사람에게 예수는 왼뺨도 대라고 말한다. ‘나도 존엄한 인간이다. 다시 제대로 때려라’ 고 조용히 외치라는 것이다.
204쪽 - 예수의 이웃 사랑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어떤 것’ 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것’ 이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선량한 자본주의자가 아니라 ’특별한 사회주의자‘ 인 것이다.
225쪽 - 하느님이 가진 게 많은 사람, 큰 부와 명예 혹은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주목하며 그들을 축복한다는 생각은 실은 인간의 욕망을, 그리고 그 욕망으로 짜인 세상의 구조와 가치관을 하느님이라는 대상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256쪽 - 지배체제와 불화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오해와 곤경에 처하지 않으면서 이쪽에서도 칭찬받고 저쪽에서도 존경받으면서, 예수를 좇고 있다 말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