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어느 혁명가의 최후)
그가 가진 사상이나 이념, 군사적 행위 등은 내게 있어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어떤 의식이나 사상도 결국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최선일수도 있고 최악일 수도 있고..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마침내 “사람이 답”이 되는 셈이다. 다만 어떤 사상이든 종교든 과연 소수자, 소외된 자, 가난한 자들에게 손을 내민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면 욕 먹고..
체 게바라를 혹자는 ‘총을 든 예수’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공감할 수 있다. 그가 멋있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는 항상 ‘민중’을 중심에 두고 있었으며 계속 그렇게 살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쿠바의 혁명에 마침내 성공하고 요직을 거쳤던 그가.. 다시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는 점.. 글쎄.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인가? 혁명 중독증인가? 광신자? 순수주의자? 뭐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누가 뭐래도 그가 버리고 외면한 것이 지금 우리가 죽자고 매달리는 것들이 아니던가. 돈과 명예....
책은 그의 세 번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볼리비아 게릴라 활동 중에서 일기를 적은 것이다. 일기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새벽녘에 차분하게 읽으면 정서적 공감이 더 높아질 것 같긴 하다.) 짧게 내용을 구성한 것이 대부분이며 소설을 적은 것도 아니라서 서사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건조한(물론 주관적인) 투로 하루 단위로, 한달 단위로 반성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곳곳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한계와 갈등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누구도 신이 아니다. 반성하고 고치며 의지대로 살아보인 것 뿐.
세계역사에서, 우리 역사에서 ‘체’와 비슷하게 살단 간 사람은 물론 다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자기의 ‘생각’대로 ‘살아 보이는 것’... 그거.. 정말 어려운 일이다.(자기 입신과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닐 때 더욱 그렇다.) 나 같은 입만 산 사람에게는 또 더욱 그렇다. 인간의 삶에 그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마는 체 게바라 자서전과 볼리비아 일기를 보고 나면 적어도 (내가 나에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등급은 매우 낮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아마도 그들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는 정도일 것이다. 그거라도 다행일까... 내가 뱉은 말, 내 머리 속의 생각대로. 조금만 더 행동하고 살아보자. 봐.. 이렇게 살아도 행복해.. 나처럼 살아봐... 요만큼 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아니면 그냥 입닥치고 있기..주댕이만 나불거리지 않기. 그래도 현실이.. 라고 하지 않기..머저리같이..
쿠바에서 볼리비아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체 게바라의 흔적 앞에 마주설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