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10권)
조정래
1992년 대검찰청에서는 [태백산맥]의 ‘국가보안법위반 관련 내사’ 결과로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서적,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으면 무관” 이라고 하여 세상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멍청이들...)
나는 과연 소설의 누구와 비교될 수 있을까. 내내 이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10권을 읽어냈다. 염상진, 김범우, 손승호, 정하섭, 하대치, 외서댁, 염상구, 김범준, 이해룡, 강동기, 조원제, 솥뚜껑, 천점바구, 강경애, 안창민, 이지숙, 김사용, 남인태, 들몰댁, 민기홍, 마삼수, 법 일, 배성오, 백남식, 소화, 심재모, 이근술...
나 자신에서 정리하는 태백산맥은 이렇다. “어떤 주의든, 사상이든 ‘유일한’ 길은 없다. 역사는 죽어있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긴 안목을 갖고 마침내 버텨내는 쪽이 이긴다. 그 쪽은 물론 우리다”
역사란 뭘까. 노예제 사회가, 신분제 사회가, 여성차별, 소수자 차별이 옳았다면. 그것이 정의라면 그것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어야 옳다. 빨치산이고 공산주의가 최고다. 가 아니라. 그들이 하고자 했던 말. 이룩하고자 했던 ‘세상’은 바람직한 ‘역사의 방향’과 분명 일치 한다.(그게 북한은 아니다.)물론 그 길은 ‘민주주의’라는 사상에도 제시되어 있다. 고로 어느 한쪽은 ‘진리 혹은 정답’으로 제시하지 말자. 우리.
2012년을 태백산맥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진정. 영광이고 광명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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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쪽 - 좋아요, 어떤 주의를 따르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요. 그러나 그것이 곧 민족전체를 위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성급한 판단은 금물입니다.
299쪽 – 남로당은 어쩌면 남쪽 전역에 걸친 민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이장에서 볼 때 열렬한 지지였지 민중들의 입장에서는 미군정의 경제정책에 대한 생존보호와 불만표현이 먼저였다. 그러니까. 남로당 군정과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고 민중들은 군정과 경제투쟁을 하고 있었다.
73쪽 – 갑오난때나 지끔이나 앞으로 나서서 싸우고 , 죽어가고 헌 사람덜이 워디 자기 혼자 잘살겄다고 그리혔건디? 잘못된 시상 바로잡어 모다 잘살아보자고헌 일이제. 앞으로나슨 사람덜이 믿을 것이 머시겄능가? 자기덜 몸띵이겠는가, 손에 든 총이겄는가? 아니여, 아니여, 고런 것덜 아무것도 아니고, 뒤에 남은 사람덜 맘얼 믿는 것이여. 뒤에 있는 수수많은 사람덜 맘이 자기덜허고 똑같다고 믿는 그 맘으로 쌈도허고 죽기도허는 것이여.
109쪽 - 그런 그들은 자기네들이 원하는 길을 뚫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그들은 그것을 가리지 않습니다.
281쪽 - 인간이 불가피하게 행사하는 폭력을 인간 역사창조의 동력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폭력 자체로만 경원하는 것이 인간주의인줄 아느냐. 그건 병든 환상주의고 인간배신주의며 역사반역주의다.
391쪽 - 모든 이념을 가진 조직이 한 테두리 안에 모이고 그 속에서 각기 정치 활동을 전개하고 그리고 선택은 오로지 국민 전체에게 맡기는 거요. 그 결과로 권력을 맡은 세력이란 그것이 어떤 이념을 표방하든 민주제일의 정신에 입각해 있는 민주주의 정권이기 때문이오.
252쪽 – 이번 투쟁을 실패로 보는 경우 저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엄연히 대장님도 저도 이렇게 살아 있고 몇 안 되지만 우리 동지들도 살아 있어 군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쟁은 중단되어 버린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약 실패로 단정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먼저 죽어간 동지들의 죽음을 모독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짓밟는 반동적 무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385쪽 – 난 민족제일주의자야. 그래서 민족보다 먼저 이념을 내세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튼튼한 민족의 생존을 위해선 그 어떤 이념도 상관하지 않네.
264쪽 – 산이 첩첩이라고 타보도 않고 무서바혀뿔먼 산심에 눌려서나 끝꺼정 갱신얼 못허게 되고, 그 반대로 산얼 시퍼보고 뎀비먼 지가 아무리 지랄발광을 혀도 산언 끄떡도 안 허는디다가 종당에는 지가 당허고 말제. 글먼 워찌헐 것이냐, 검묵지도 말고 시건방구지게 나대지도 말고, 그저 내 한 목심 보존시켜 주심소사 허는 맘으로 산허고 친해지는 것이여.
305쪽 – 역사가 뭔지도 모르는 새끼들! 인간이 왜 평등해야 하는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새끼들! 악랄한 반민족 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날뛰는 새끼들!
124쪽 – 우리는 역사를 믿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죽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내일로 확정된 역사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런 역사의 신뢰없이 진정한 투쟁은 나올 수 없고, 현실적 성공만을 바라면서 투쟁에 나섰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파렴치한 기회주의다.
430쪽 – 쓸 만헌 사람덜 요리 한바탕씩 쓸어불고 나먼, 그만헌 사람덜이 새로 채와지자먼 도 을매나 긴 세월이 흘러야허는겨? 인자부텀 새로 낳는 자석덜이 장성혀야 헌께 한시상이 흘러가는 세월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