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입문하고 그 세계에 점점 빠져들면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위스키는 무엇인가? 어떤 종류가 있는가? 어떻게 마셔야 하는가?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죠.
인터넷으로도 단편적인 지식을 얻을 수는 있지만 책을 읽고 뭔가 체계적인 지식을 얻고 싶어집니다. 이제 위스키 책을 한권 고르고 싶은데 말이죠..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는 위스키의 풍미가 어떤 가에 대한 책이 아니고, 그 풍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입니다.
위스키의 정의와 종류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도 있긴 하지만, 제조 과정에 대한 약간 심화된 내용의 책입니다. 특히 위스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애호가들에게는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위스키에 대해 궁금한 막 입문한 사람들의 첫 번째 책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제조’에 중심을 둔 내용으로서 어느정도 위스키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약간은 불친절한 내용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잡미묘한 과정을 그림이나 도표 하나 없이 글로만 서술하여서 머리 속이 개념없는 글자로만 뒤죽박죽될 수도 있구요.
누군가 “자연에 대한 모든 이해를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은 없다.”라고 했는데, 위스키에 대한 모든 이해를 한 권으로 요약한 책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스키의 풍미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들에 대해 한번 살펴보는 측면에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책 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이 책은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갈 건지 아니면 이쯤에서 멈추고 돌아설 것인지 기준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우리 뇌를 스쳐가는 정보의 휘발성은 정말 대단합니다. 읽어들인 글자가 수 십만 개인데 각인되어 남은 것은 겨우 백 개나 될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는 바는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이 책의 가장 큰 가르침은 디테일한 지식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경계하고 열린 마음으로 위스키를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즐기는 클래식하고 내츄럴하고 오쏘독스하고 오리지널하다고(주제넘게 굳이 영어를 써서 죄송합니다..ㅎ) 생각하고 찬양하는 것들도 시계바늘을 불과 몇 십년 몇 백년 전으로 돌리면 비전통적인 이상하고 얄팍한 기교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위스키 제조에서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사람의 열정과 창의력이 만들어낸 다양성과 독창성이기 때문이죠.
위스키 메이커들은 전통을 신성하게 고수하고 절대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포장은 하지만 실제로는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과거에는 통제하기 어려웠던 변수들을 제거하고.. 이렇게 최선의 결과물로 개량된 위스키를 내놓고 있죠.
50년 전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그것 대로 가치가 있고, 새로 고안된 기법을 써서 신제품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습니다.
위스키의 풍미는 아직 종착역에 도달하지 않았고 애초에 종착역이란 것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운 좋게도 우리는 역사상 가장 다양하고 품질 좋은 위스키가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간 시대에 살고 있네요.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는 좋은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익하고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위스키를 즐기는 분이라면 구매해서 소장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적어도 더 좋은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헛되이 마신 위스키에 쓴 돈이 얼마인데, 겨우 책값 2만원이 아까울까요? 읽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어도 좋고, 때때로 무심히 넘기다가 눈길이 가는 단어가 보이면 잠시 읽고 덮어둬도 좋구요.
아래는 책에서 읽은 공감가는 부분이라 옮겨보았습니다.
“… 잔인할 정도로 맛있다”
저는 예전에 두려운 느낌이 들 정도로 맛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 어떤 느낌인지 알 것도 같네요.
“… 이는 위스키 재고가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분과 저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위스키를 마시라고 이야기한 직접적인 결과다.”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제발 위스키 좀 같이 마시자고 애원하는 부류인데, 이제 그만하는 게 더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ㅎ
“한 가지 유형을 고수하는 위스키 애호가는 다른 모든 위스키를 해당 기준으로 측정하거나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편인데, 이는 좋은 태도가 아니다”
“ 인생에서 15년산 버번에게 배울 기회는 단 두 번뿐입니다. 첫 번째 것이 있고, 그걸 통해 배운 모든 것을 두 번째 버번에 적용합니다. 두 번째 것이 완성될 때쯤이면.. 보통은 은퇴할 시기죠”
“ 위스키를 즐기려면 이렇게 해야하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일일이 간섭하며 자기 지식을 자랑하고 잘난 체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갖 잔소리로 위스키의 재미를 빼앗아가는 그들은..”
“너무 일찍 취향을 정하지는 않기 바란다. 그러면 한정된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다. 누군가가 ‘저는 이 위스키만 마셔요. 이게 최고의 위스키에요’라고 주장해도 흔들리지 마라”
“물론 위스키를 가장 잘 마시는 방법은 니트로 마시는 것도,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도 칵테일로 마시는 것도 아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것이다. 새로 사귄 친구도 오랜 벗도 좋다. 위스키는 나누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그리고 위스키를 함께 마시면 마치 동지들끼리 모여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좋은 의미의 유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당신이 위스키를 어떻게 마시는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시기만 한다면요”
“ 왜 선반 위에 모셔두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마시라고 만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