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일요일 아침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제일 먼저 냉장고를 열고 먹을 것을 주섬주섬 챙긴후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가 "동물농장"을 시청하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였다.

그렇게 동물 농장을 열심히 본 것은 동물이면서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너무 귀여운 행동들로 웃음을 주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의 철저한 직업정신도 조금은 작용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련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입시지도를 하고 있다보니 수업 중 조련사에 대한 대화가 자주 오고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동물농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조련사의 행동이나 말등을 유심히 보게 되곤 했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벌써 졸업을 앞두고 조련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그 아이 덕에 "사자 조련사 티토(삐아제어린이/귀도 반 게네흐텐 글, 그림/유혜자 옮김)"의 제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이는것은 아직도 조련사에 대한 관심을 정리 하지 못한 탓인가 보다.

조련사..그것도 원숭이나 돌고래 조련사가 아닌 사나운 사자 조련사..

생각하면 위험하고 오싹한 직업이지만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티토나 사자의 모습은 그러한 직업의 세계와는 전혀 거리가 먼 아주 천진난만하며 둘의 일을 즐기는 좋은 동료의 관계로 보여졌다.

 

사실 티토의 직업은 조련사가 아니다.

표지의 티토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서커스의 어릿광대이다.

티토는 어느날 다른일이 해보고 싶어졌다. 여러가지 다른 일을 생각해 보던 티토는 간절히 바라면 정말 그렇게 되는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사자 조련사가 되어 사자를 훈련시키게 된다.

사자 레오는 티토의 명령에 따라 잘 훈련을 받다가 티토의 명령을 거절하고 티토를 향해 달려들게 된다.

티토는 그런 레오를 피해 원숭이처럼 재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지나가는 비행기에 휙 올라타기도 하고 다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린다.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레오는 티토의 얼굴을 핥아 주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티토의 고양이 레오가 볼을 핥고 있었다.

 

자신이 겁나는 무언가를 꿈속에서 만나 도망가고 나무위에 오르내리고 다시 비행기로 낙하산으로 공간 이동을 재빠르게 하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험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소극적인 아이라면 더욱 더 이렇게 모험 가득한 상상을 많이 하기도 한다.

사자를 피해 도망가는 것 같지만 사자와 함께 신나는 모험을 즐기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에 걸맞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삽화속의 사자의 모습은 무섭다기 보다는 거의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는 다정한 모습이고, 티토 역시 어릿광대의 특징인 빨간 동그란코를 하고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사자에게서 도망친다.

사자에게 쫓기는 순간을 무섭게 급박하게 그린것이 아니라 모험을 즐기듯 묘사하여 아이들에게 모험을 즐기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꿈이 바뀌는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모험을 심어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창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고 자신의 장래 희망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4~5세의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독후 활동으로 해 볼수도 있고 모험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와 상상력을 키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과 유전자가 99.9%가 같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존재 침팬지...

우리 사람과 비슷하다고 하여 언젠가 먼 미래에 침팬지가 인간을 지배할것이라는 상상의 소설도 등장한 적도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계산하기나 컴퓨터 다루기 등등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는 침팬지의 모습을 보면 조금은 징그럽다는 느낌도 들어 자세히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제인구달'의 책속에 등장하는 침팬지의 이야기가 약간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침팬지 숲은 즐겁다(웅진주니어)'의 책에도 침팬지 이야기인만큼 제인구달의 이야기가 몇번 언급되기도 한다.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유독 침팬지에 관심이 많은 아들 덕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은 흥미로운 사진들과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전개 방식이 책 한권을 읽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침팬지 이야기 중에서도 마할레 국립공원의 침팬지들의 이야기이다.

그저 침팬지 1, 2로 전개 되는 것도 아니고 알로푸, 아카디아, 아꼬 등등 각각의 침팬지에게 이름도 있고 독특한 개성도 있다.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에서 가장 일찍 마할레 지역에 들어와 오랫동안 침팬지를 연구한 탓에 일본식 이름이 많이 있었다.

이 책은 2007년 5월 MBC에서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어서 인지 생생한 장면의 사진이 많았다.

다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침팬지들의 우두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결투 장면은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보여주듯 긴박감마저 느껴졌다. 결투에서 지고 5년간 차지하고 있던 우두머리 자리를 내주게된 알로푸의 허전함 마음을 그의 쓸쓸한 점점 조그만해져 가는 뒷모습으로 표편해준 감각은 정말 가슴이 찡한것이 침팬지가 아닌 우리의 이웃을 보는 느낌이었다.

단지 서로 털을 골라주고 개미로 영양을 보충하고, 열매를 따먹거나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다니며 노는 모습, 물을 마시는 모습등 일상적인 우리가 많이 접해보았던 모습들도 더 클로즈업되고 더욱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 일상의 사진에 덧붙여진 설명들이 침팬지들도 동네 아줌마들처럼 찜질방에서 수다 떨듯 모여 수다 떠는 것처럼, 동네 누나를 짝사랑하는 귀여운 꼬마아이처럼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면서 웃음이 나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이라면 많은 호기심을 느낄 침팬지..그 침팬지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전개 해준 책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특히 결투와 대장에 관심이 많은 유아에서 초등 남자 아이들은 알로푸와 핌의 결투장면은 정말 숨을 죽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볼 만큼 흥미로우면서 새로운 장면이었다.

식상한 침팬지들의 이야기가 아닌 침팬지들의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어 놓은 책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기 힘든 마할레 지역의 침팬지들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무용가 최승희...그리고 시인 김선우..

둘다 나에겐 낯선 이름이었다.

낯선 이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울 만큼 둘은 이름을 알릴만큼 알린 사람들이었다.

특히 무용가 최승희는 일제시대 미국과 유럽, 중남미에서까지 인기를 끌며 동양의 춤을 알리던 무용가였다.

그러나 내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고 별다른 정보가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일제시대 '친일파'라는 이름과 또다시 북한으로 남편을 따라가 북한의 무용가로 남은데 있지 않은가 싶다.

요즘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최승희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낯설지만 험난하던 시대 여자의 몸으로 이름을 떨친 '최승희'라는 무용가가 무척 궁금증을 일으켰다.

작가는 말했다. 기획된 근대의 전근대적 옹벽 앞에 내던져진 현대의 예술가. 그녀는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살았다고,,,그랬기 때문에 불우는 당연했다고 말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인생은 불우와 함께 하는 삶이었던 듯 싶다.

예술을 향한 열정이 친일을 낳았고, 그로인해 현대에도 그들의 재능을 칭찬함과 동시에 친일에 대한 비판도 함께 하는듯 싶다.

 

시인이 처음으로 펴낸 장편소설...그래서인지 책의 중간중간 시도 등장하고 소설의 전개방식이 조금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짧고 간결한 문장..시에서처럼 함축적인 단어들...

나의 얄팍한 지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감성들..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좋았다.

그녀라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하다가, 어느순간 최승희의 시선으로, 안의 시선으로, 민의 시선으로, 다시 3인칭의 시점으로...

다양한 시점이 오고가며 소설이 전개되는 탓에 소설을 읽는 내내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웠다.

오직 춤으로만 말하고 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최승희의 춤을 향한 몸부림을 작가는 춤을 향한 열정이 어쩔 수 없이 최승희를 친일로 이끌다는 듯이 감싸 안아준다.

그를 감싸안아 주면서 그 어려운 시절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 유럽에, 중남미까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최승희의 재능과 열정을 높이 칭송하여 주었다. 불우한 시대에 태어나 힘겨웠던 최승희의 인생을 대변해 주었다.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살았던 최승희의 당당함을 보여주었고, 어디에도 굴하지 않는 도도함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이런 최승희에 대한 묘사가 최승희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일으켰다.

실제 그 시절 그렇게 당당함을 가질 수 있었던 최승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이글은 처음 시나리오로 먼저 쓰여졌다고 했다. 이 소설이 영화로 탄생한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영화속에서 최승희외에 그 시절을 살았던 유명한 예술가들의 모습도 궁금해질 만큼 낯익은 인물들의 이름들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비염수술을 하고 힘겨움속에 이 책을 펼쳐서인지 시점이 이리저리 옮겨지는데 적응을 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좀더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갖고 있었더라면 더욱 흥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싶은 나의 지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