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들자 마자 그리 두껍지 않은 두께와 그리 작지 않은 글씨체, 그리고 흥미로운 주제덕분에 그자리에 앉아 읽어내려갔다.

2시간만에 후다닥 읽어내려간 이유는 그만큼 말일기라는 새로운 단어에 흥미를 느꼈기도 했지만 내용도 어렵지 않고 좋았기 때문이다.

2세부터 7세까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제..

아이의 예쁜 입에서 나온 말들을 그대로 받아 적어 기록을 남겨주는것..

나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은 철저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만 대화체 그대로 적어 보관해주는것..

그것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입에서 말이 되어 나오는 말중 정말 혼자 듣기 아까운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니 그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오물 먹는것도 이쁘지만 예쁜 말들을 하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게 이쁜 내 아이의 말을 기록해 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좋은 교육 방법 하나를 배웠다.

사실 동화작가와 시인인데다가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언어적 재능이 출중한 사람이라 느껴진다.

그런 작가에게서 유전적인 우수함을 물려받았으니 그 아이들은 말일기 만으로 영재로 자랐다고 주장하는 것도..

언어적 재능이 없는 엄마 입장에서는 조금 너무 쉽게 말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말일기라는것..

해서 손해볼 것 없는,.,아니 아주 많은 이득이 오는..정말 좋은 교육법이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책장을 덮으며 내린 결론이었다.

내 아이가 영재로 자라길 바래서가 아닌..그저 내 소중한 아이의 입에서 나온 예쁜 말들이 아까워서..내 아이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 말일기를 쓰는것에 나는 앞으로 적극 동참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나중에 결혼을 해서 내 아들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 결혼 선물로 줄 것이다.

내 아이를 이렇게 소중하게 키웠노라고..이렇게 귀여운 사랑스러운 아이였으니 더 많이 사랑해 달라고..

서로 더욱 많이 사랑만 하면서 함께 살라고..

달콤한 쿠키를 입안에서 녹여먹듯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다.

그만큼 아까운 책이었다.

배송된 책을 받아들었을때의 그 묵직함..그 뿌듯함..

책장을 넘기며 느껴지는 거룩함..^^*

함부로 열면 안될 듯한..경건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야 할것 같은 그 감동스러움에 처음 책을 받고 이틀은 표지를, 그리고 책의 두께를 느꼈다..그렇게 책을 어루만지다 책장을 넘겨 또다시 음미하듯 책을 읽어나갔다.

어릴적 재미나게 읽었던 책속의 등장인물..도로시도 토토도 모두 그 안에 고스란히 살아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중한 친구였던 어린시절의 나를 잊지 않았다는듯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도로시와 토토를 처음 만나던 그때의 나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아이가 있는 현재의 나도 반갑다고 반겨주었다.

나의 아이에게 어린 시절 나보다 더 큰 감동을 남겨줄 수 있는 수많은 보따리를 내게 풀어놓았다.

작가의 사생활부터 도로시, 토토의 이름이 지어지게 된 이야기들, 책속의 배경이 된 이야기들, 시대적, 공간적, 시간적인 배경까지..단순히 그저 재미있었던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완전히 내 안에 녹아들정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주석이 달린 책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재미나게 읽고 있다가 책 한장을 넘기면 그 본문에 대한 다양한 설명들, 이야기들..

조금 귀찮게 느껴져 그냥 대충 넘어가고 다시 책의 본문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장 한장 음미하며 읽은 책장의 마지막을 덮는 순간 난 오즈의 마법사의 작가라도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석이 달린 책을,,그것도 어린시절 너무 재미나게 읽었던 책을..처음 읽어 보아서인지 낯설긴 했지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책장 한구석에 꽂아놓아도 정말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소장의 가치 100배인 책이었다.

게다가 빨리 빨리 읽어버려 머리속에 그저 스쳐지나간 책이 아닌 천천히 음미하며 그 맛을 즐기게 해준 책이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장소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책으로 읽으니 내가 지금 그 시대로 가본다해도 어색함이 하나 없이 재미나게 생활할 수 있을것만 같은 책이었다.